brunch

내가 글을 쓰는 이유

by 아인잠

2019년 4월에 브런치를 시작했고, 2주 뒤 출판사에서 제안메일을 받았다. 그리고 9월에 책이 나왔다. 책이 나온 한 달 뒤, 2쇄를 찍었다는 말을 들었다.


7월에 살던 집을 나왔고, 8월에 살 집을 계약했고, 9월부터 아이들 가르치는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12월 21일에 뇌경색 진단을 받고 지금, (그리고 이후 1달 정도는) 요양차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생활을 해나가고 있다.


올해, 태풍이 몰아치듯 내 인생과 인연은 나를 회오리에 태워서 내가 있던 곳이 아닌 다른 자리로 나를 내려다 놓았다.


책이 나온 지 두 달 뒤쯤, 나는 조금씩 글이 무서워졌었다. 댓글도 아팠지만 어느 순간 댓글을 잘 보지 않는 순간부터 나는 고슴도치에서 달팽이로 변해있었다. 누구든 찔러버릴 것만 같았는데 실은 나 혼자 숨어 들어가고 있었다.


어느 서점에 갔더니 가판대 위에 내 책만 너덜너덜 두꺼워져 있었다. 오며 가며 손이 가는 책, 제목이 눈에 띄는 책, 페이지가 잘 넘어가는 책, 공감 가고 잘 읽히는 책, 그래서 단숨에 읽어버리고 가는 책.

그리고 어느 누군가는 남편 몰래, 남들 몰래 읽는 책, 전자책으로 다운로드하여 읽어서 내가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는 전자책 순위가 예스 24 기준 에세이 분야 17위까지 올라갔었다.


세상에 책은 많고, 작가도 많고, 나보다 더 글을 잘 쓰는 분들이야 차고 넘치게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글을 쓰는 이유를 얼마 전에 알았다.


내 글을 읽기 위해서 브런치에 접속하시는 독자님, 내 글을 읽기 위해 안경을 맞춘 독자님,

내 글을 읽기 위해 몇 년 만에 책을 사셨다는 독자님,

내 글을 읽기 위해 메일을 가입하셨다는 독자님...

그렇게 소중한 나만의 독자님이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나는 그분들을 위한 작가이고, 그분들의 글이고, 그분들의 책이 되는 삶으로, 내 발이 그분들의 인생 속으로 어느 틈에 이미 들어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나는 내가 글을 써야 하는 또 하나의 절실하고 중요한 이유를 찾은 듯했다.

부족함 많은 인생이 귀한 독자님들을 만나 생각지 못한 인연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으니, 쓰지 않고 어떻게 그분들이 내어주신 마음에 보답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앞으로 글을 열심히 쓰고,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은 책을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싶다.


이 세상에 내가 존재하는 이유를...가 쓸 수 있는 글들을 리더라도 천천히 알아가고 싶다.




https://brunch.co.kr/@uprayer/225



https://brunch.co.kr/@uprayer/133



keyword
작가의 이전글시작되는 인연들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