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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월간 아인잠>으로 다시 시작!

브런치도 계속됩니다.

by 아인잠

병은 자신의 삶이 몸으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 한다. 나의 몸은 나의 삶을 반영하고, 내 병은 내 몸을 반영하는 것이어서, 병원에서 본 사람들의 모습에서 나도 그분들의 삶을 느낄 수 있었다.

병원에서 수많은 환자들을 마주치다 보면 의료인들은 더 잘 알지 않겠나 싶다. 은 환자들이 그렇겠지만 나도 내 몸안에 있는 병이 나를 약해지게 할 때마다 마음을 다잡고, 또 다잡으면서 건강해지는 것을 생각했다


젊고 건강할 때에 그 건강이 언제까지나 내 것일 것 같았다. 아프면 병원에 가지 않고도 하루 이틀 자고 일어나면 나았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아파보니 알게 되었다. 멀쩡히 걷고 숨 쉬고 생각하고 말하고 하고 싶은데로 결정해서 행하는 일이 얼마나 축복받은 것이며, 큰 행운인지.

그래서 나는 매일매일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살고 있다. 아픈 경험으로 하루하루가 더 감사하고 소중해서 글을 쓰지만, 이 글 속에 부족함과 얼마나 짧은 소견이 담겨있는지는 나 스스로도 너무나 느껴진다. 비교하기에 따라 생사를 오가는 더 큰 병이 아니어서 내가 하는 말이 하소연 같은 어린아이의 말 같을지도 모르겠다.

너그럽게 보아주시기를 바랄 뿐, 이 또한 나도 성숙해지는 과정이길 꿈꾼다.


병원에서 만난 재활치료사는 내가 갈 때마다 휠체어에 앉아있는 나에게 맞춰 몸을 굽혀서 눈을 맞추어 인사하셨다. 그 짧은 순간에 오가는 눈인사에도 나는 참 많은 위로를 받았었다

나의 글이 그 짧은 순간의 눈인사와 같이, 처음 보는 분 눈앞에 잠시 머무르다 사라질지라도, 그 순간의 마음과 교감은 그분의 삶 속에서 이어지고 힘을 내실수 있으면 좋겠다.. 그것이 내가 받은 것들을 나누는 글쓰기이고, 내가 드릴수 있는 잠깐의 위안이기에.


지금 아프지 않다고 해도 사람은 언제든 어떤 식으로든 아픔의 순간이 찾아올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슬프지 않다고 해도 언제든 슬픔은 수시로 찾아들고, 누군가는 힘들 때 또 누군가는 힘들지 않도록 손 내미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주고받고 나누는 삶이 나는 기대되고 좋다. 언제 어떻게 만나게 될지 모를 수많은 만남과 인연 속에서 그저 스쳐 지나가지 않고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 좋겠다. 뿌연 안갯속에서 어디선가 초록색 신호등 불이 켜지고, 그 길을 따라 걸어가면 안전할 것 같은 마음, 그런 마음이 나의 글 속에서 느껴지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오늘도 글을 쓰고, 책을 읽고 배우고자 노력한다.


끝으로 내가 좋아하는 말,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 나오는 대목을 소개한다.

"미지의 존재에는 거울이 달려있어 거기에 우리의 가장 깊은, 가장 표현할 수 없는 소망들이 모두 비친다."





브런치를 찾아주시고 응원하여 주시는 많은 분들의 답에 일일이 인사드리지 못해 송구합니다. 앞으로는 <월간 아인잠>을 통해서 더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어가려 합니다.

유료 구독이지만, 돈이 아깝지 않을 한 권의 책 같은 글이 쌓여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https://brunch.co.kr/@uprayer/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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