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결혼생활이라는 것을 해나갈 때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여자의 경우 '마음'을 알아주는 것,
남자의 경우는 ‘자존심’을 지켜주는 것이다.
남자의 가스라이팅은 '자존심'이라 해도 어쩌면 과언이 아니고, 부부싸움에서도 남자의 '자존심'을 잘못 건드리면 화를 불러온다.
그래서 부부싸움 매뉴얼 중에 남편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 큰 싸움을 막는 방편으로 얘기되기도 한다.
내가 그의 자존심을 건드렸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 악마가 되었다.
내가 아는 지인은 이렇게 말했다. 남편은 운전 중에 길을 잃어도 절대 다른 운전자에게 길을 물어보지 않는다고. 아내가 옆에서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길을 완전히 어긋나 다른 곳으로 갈 때까지 일단은 자기가 생각하는 길로 가고 보는 것. 그것이 남자의 자존심이다.
정열은 나이와 함께 사라져도 자존심은 가시지 않는다. -볼테르
정지하고 남에게 길을 묻지 않는 남자의 고집이란 그 남자의 자존심이고 그 대가는 옆자리에 탄 아내의 몫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드라이브하는 셈 친다는 지인의 말은 참으로 여유 있는 마음에서 나오는 해탈이다. 확신이 서지 않을 때는 남들의 얘기도 듣고, 조언도 듣고, 충고도 귀담아들으면 좋을 것을, 아까운 시간, 돈, 힘을 들여서 남자의 가는 길에 여러 사람의 인생이 달려있다.
남자는 스스로의 어깨 위에 그 큰 자존심의 돌을 얹은 채 인생을 살아가는지 모르겠다.
꼭 그렇게 살아야만 할까. 자존심이 뭐기에
응급실의 어느 중년 남자분은 술 취한 목소리로 소리를 질러댔다.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으나 의료진들이 달려들어 소변줄을 꽂고자 했고, 남자는 필사적으로 발버둥을 치며 몸에 손대지 말라고 했다.
'내 소변은 내가 알아서 할 거요!'
할만하면 그렇게 하시라 할 텐데 그게 안되니 의료진들이 조치를 취하려고 했을 텐데, 술에 취한 건지 마지막 자존심으로 발악하시는 건지 절대 내 몸에는 손대지 못하게 하겠노라며 끝끝내 소변줄을 꽂도록 협조하지 않았다. 젊은 여자 간호사님에게 여러 폭언과 행패를 부리며 끝까지 소변줄을 꽂지 못하게 사수하려 했다. 그러나 의료진을 막을 수는 없었다. 온갖 폭언과 쌍욕과 폭력과 박해에도 끝끝내 소변줄을 무사히 꽂았고, 남자는 욕을 하며 너무 아프다고 했다. 아프고 괴로우니 당장 뽑아버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