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놀고 잘 먹고 잘 자는 것

아이 때는 그래야 할 시기

by 아인잠

큰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그림을 그렸다. 큰아이는 8살, 둘째는 4살, 셋째는 1살.

동생들 앞에서 학교 수업 모습을 그려놓고는 첫째가 큰 비밀을 말해주려는 듯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제목 : 학교 교실의 수업시간 by 아인잠'girl


첫째: 얘들아. 어린이집은 가서 노는 곳이고
유치원은 과제를 다 하면 노는 곳이고
학교는 점심시간만 놀 수 있어



그 말에 둘째의 대답이 너무 귀여웠다.


동생: "우와~ 누나 대단하다!"


어린이집은 놀러 가는 곳이고, 유치원은 과제를 다하면 놀 수 있게 해주는 곳이고, 학교는 점심시간만 놀 수 있다니, 이렇게 간단히 설명이 가능한 것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설명하는 것이 역시 가장 쉽고 빠른 이해의 길임을 알게 된다.


첫째가 7살 때, 유치원에서 매일 배분되는 한글, 숫자 학습지 양을 채우지 못해서 놀지 못하게 되자 아이가 급속도로 표정이 우울해졌다.

집에서 학습지를 하든 뭐를 하든 사교육을 받는 아이들은 한글 숫자 척척 적어내는데 우리 집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기에 제일 잘 노는 놈이 장땡이었다. 놀고먹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우리 집의 지침이기에.

그런 상황이 몇 달 되도록 나도 인지를 못했고, 아이도 유치원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나에게 얘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아이가 학습적으로 부담스러워하는 것을 몰랐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아이가 학습지를 시간 안에 끝내지 못해서 놀지 못해 힘들어한다고.


"아니, 선생님, 그렇게 정답을 잘 아시면서 전화는 왜 하시는 거예요."라는 말은 마음속으로만 한채

선생님께 부탁드렸다.


"저는 아이가 유치원에서 잘 놀고 친구들과 재미있게 지내다가 오기만 하면 됩니다. 학습 진도 부분은 전혀 신경 쓰지 마시고 학습지 안 하고 놀게 해 주시던가, 학습지 양을 줄여주시던가, 하고 싶을 때까지만 하고 놀게 해 주세요"라고 말씀드렸다.


한글, 숫자 때 되면 익힐 수 있는 일을 유치원에서 그렇게 신세 볶아가면서 알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현재 상황은 지극히 자기 주도적 아이로 성장했다. 전교에서 1명에게 주는 자기 주도 학습상을 4.5학년 2년 연속 받음.

스스로 설계할 때 아이의 성장과 발전은 대단하고 놀라웠다. 그 힘을 보았고 체험했고 믿기에 나는 아이들의 성장에 안달하지 않는다.


아이는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해나가고 실패하면서도 배워나가고, 자신이 선택해서 살아가야 할 의무와 책임과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놀지 못해 한 맺힌 애들을 너무 많이 봐서, 나는 우리 아이들이 그런 한은 안 맺혔으면 좋겠다. 성실한 삶은 다른 기회와 능력으로 반드시 자신에게 채워진다는 것을 믿는다. 그것이 학습지를 억지로 풀어내야 하는 성실함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학습량을 자기 선택과 책임하에 완수해나가는 것. 스스로 자신의 공부 레이스를 완수하는 것이 내가 가치 있게 생각하는 학습이다. 그 이상은 내가 해줄 수가 없는 영역이다.

하는 놈만 시킨다.

공부로 살아남든 재능으로 살아남든. 자신의 인생에서 살아남아 자신이 원하는 끝을 보길 바란다. 그래서 그 길이 옳았고 좋은 선택이었고, 잘 달려왔다고 감사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지만, 선택은 본인의 몫. 본인의 인생.


다만 가치 있게 살아가고 그 중에 좋은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아이들이 되길 바란다. 럴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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