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부쩍 더워서 한 여름 같다. 오전엔 그래도 살짝 시원한데 열이 많은 아이들은 벌써부터 에어컨을 켤까 말까 한다.
그렇잖아도 여름에는 걸핏하면 얼음을 씹어대서 한 번씩 꼭 누구 하나는 장염을 앓고 지나가기에 무작정 차고 시원한 것을 즐기라고 할 수가 없다. 아이 한 명이 시작하면 다른 아이들도 그대로 따라 하기 때문이다.
세 남매 집의 교육방침은 '군중심리를 조심하자'이다.
누구는 하니까 나도 해도 되겠지,
누가 했으니 나도 해야지.
좋은 거는 안 따라 하고 나쁜 것부터 물들기가 더 쉽기 때문에 세 남매 교육방침은 나쁜 군중심리 사절하기이다.
한 명이 아무렇게나 던져두면 그 주변이 금세 엉망이 된다.
한 명이 대충 해놓으면 나머지도 대충 한다.
한 명이 누워있으면 나머지도 누워있다.
한 명이 책을 보면 나머지도 책을 보고
한 명이 레고를 하면 나머지도 레고를 한다.
물을 끓여놓으면 꼭 냉장고에 넣고
냉장고에서 빼놓으면 다시 집어넣고
그냥 주면 얼음까지 넣어먹으려 하고. 요즘은 왠지 내가 외롭다.
아기 때는 주는 대로 먹더니
요즘은 마치 아이 셋이 똘똘 뭉쳐서 나를 왕따 시키는 기분이다.
말만 하면 이런다.
엄마는 찬 거 안 좋아하니까 (왜 안 좋아해, 나도 아이스크림 환장해)
엄마는 단거 안 좋아하니까 (왜 안 좋아해, 나도 초콜릿 없어서 못 먹어)
엄마는 책을 좋아하니까 (엄마도 드라마 좋아해, 니들이 볼까 봐 안 보는 거지)
엄마는 밥을 좋아하니까 (엄마도 외식 좋아해, 외식비가 감당이 안돼서 그렇지)
엄마는 노는 거 안 좋아하니까 (왜 안 좋아해 엄마도 노는 거 엄청 좋아해, 편해지기 시작하면 끝이 없으니 안 노는 거지)
그러면서 자기들끼리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한다.
그래 잘 먹고 잘 살아라.
오늘 중 1인 첫 애가 드디어 중학교에 갔다.
교복 맞춘 지가 언젠데 동복은 입어보지도 못하고 고대로 옷장에 걸어두고, 얼마 전 맞춘 하복을 꺼내 입고 처음 등교를 했다.
처음 등교를 했는데, 애가 얼마나 학교 가본 지가 오래되었는지,
아침에 일어나더니 이랬다.
"근데, 엄마, 학교 갈 때는 보통 가방에 뭘 넣어서 다녀?"
초등학교 1학년이 아니고 중학교 1학년인데...
그래서 친절하게 이야기해줬다.
'교과서와 필기도구, 노트, 실내화, 물, 마스크...'
그리고 이제부터 버스를 타고 다녀야 해서 오늘은 첫날이니 아침에 학교에 버스 타고 같이 가줬다. 가면서 기억해야 할 부분을 몇 가지 알려주니 아이가 말했다.
"엄마, 이제 내가 다 알아서 할 수 있어. 다 컸는데."
어어... 다 컸구나.. 허허허
(다 큰 거 맞나?)
첫날 아침에 가방 챙기면서 교통카드 안 챙기고,
아침에 신발주머니에 실내화 챙겨갈까 슬리퍼를 챙겨갈까 시간 잡아먹고
그러느라 첫날부터 지각하고
학교 가서 인사 잘하라고 했더니 잔소리한다며 고개 획 돌리고.
첫날부터 짜증내고 간 거는 이해할게, 엄마는 마음이 바다처럼 넓으니까.
근데 엄마가 속이 좁아서. 바다가 아니고 지하수를 팔 지도 모른다.
날이 더우니 짜증 조심.
아침부터 중학교 1학년 학교 보내고 나니 진이 빠져서 힘이 없다.
아침마다 아이들 깨우느라 목이 쉬어간다.
한 놈 깨면 한 놈 자고, 한 놈 깨면 한 놈 다시 눕고
한 놈 깨면 한 놈 자고, 한 놈 깨면 한 놈 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