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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인잠 Feb 25. 2020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를 읽고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기를 기다리는 마음

불가에는 '무재칠시(無材七施)'라고 하는, 아무리 가진 것이 없더라도 남에게 베풀 수 있는 일 일곱 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째, 미소를 띤 부드럽고 정다운 얼굴로 남을 대하는 화안시(和顔施).


둘째, 공손하고 아름다운 말로 대하는 언시(言施).


셋째, 착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남을 대하는 심시(心施).


넷째, 호의를 담은 온화한 눈빛으로 대하는 안시(眼施).


다섯째, 몸을 움직여 남을 돕는 신시(身施).


여섯째,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좌시(座施).


곱째, 굳이 묻지 않고 상대의 상황을 헤아려 알아주는 찰시(察施).


이 일곱 가지의 행동이 습관이 되면 행운이 따른다고 한다. 모두 따뜻한 마음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들이라, 글만 보아서는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인것만 같다.

그런데 세상에는 왜 이렇게 끔찍하고 나쁜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는 것일까.

모두에게 마음이 없는 것일까...





작가 오카다 다카시는 그의 책  '인간관계가 귀찮은 사람들의 관계심리학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 에서 현 시대의 문제와 해결방법이 '애착형성'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극악무도한 사건들의 원인은 애정, 애착 문제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존속 살인 사건, 은둔형 외톨이, 휴대폰 중독 및 게임 중독 등, 현 시점의 사회문제를 ‘애착 장애’라는 키워드로 풀어다.

늘어가는 1인 가구와 노령화, 세대 갈등과 계층 갈등 등의 복합적이고도 고질적인 문제을 '애착장애'라는 키워드로 풀어내는 그의 설득력이 상당히 일리있다고 본다.


애착 결핍은 마음의 장애이다


애착 관계가 붕괴하면서 벌어지는 온갖 문제를 떠올려보라. 혼인율이나 출산율의 저하, 인구 감소, 어린이 학대에서 노인 학대에 이르는 가정 폭력, 삶에 대한 허무주의, 불안정한 애착이 원인이 되어 벌어지는 무수한 정신 질환, 경계성 인격 장애와 우울증, 의존증, 식이장애……. 이 모든 문제들은 포유류로서의 숙명, 즉 종의 생존을 지탱하는 애착 시스템이라는 구조를 경시한 이후부터 심각해졌다.


알고 보면 그들도 처음에는 사랑받고 싶어 하고 마음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받지를 못하다 보니, 어떤 것이 따뜻한 마음인지 알지 못한 채로 자라 갔고, 그러다 보니 '따뜻함'이라는 정서가 마음에서 사라져 버린 것이 아닐까, 따뜻한 마음의 씨앗이 뿌리를 내려야 할 곳을 찾지 못하고 길을 잃고서.


그래서 저자는 애착결핍의 해결책도 애착관계에 있다고 설명한다.


인간은 자신이 원할 때 반응해주는 존재에게 애착감이 생긴다. 그것도 어떤 시기에나 형성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태어난 이후 고작해야 한 살 반에서 두 살이 될 때까지가 애착이 성립하는 시간이다. 이 기간 동안 정성을 다해 보살펴주는 특정 양육자가 있어야 비로소 애착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최초 양육자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어머니는 아이의 대인 관계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를 견디는 힘이나 불안을 느끼는 방식, 배우자와의 관계나 자녀 양육, 건강과 수명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평생에 걸쳐 생존 자체에 영향을 끼친다.
(중략)
자폐증인 사람을 치료할 때도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 기지 역할을 하는 애착 관계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것은 불변의 진리라 할 수 있다.



'마음씨'에서 '씨'의 뜻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일부 명사나 명사 어근의 뒤에 붙어, ‘그것이 나타내는 상태나 태도 또는 재주’의 뜻을 더하여 명사를 만드는 말
(출처:daum 국어사전)


마음씨, 맵씨, 솜씨, 말씨 등의 단어에서 '씨'는 앞의 명사에 대한 '상태, 태도, 재주'를 나타낸다. 그것은 키울 수도 있고, 내버려 둘 수도 있고 더 좋은 상태로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한다.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본능적이거나 불가변적인 현상이 아닌 이상, 우리는 '씨'를 노력에 따라 더 좋은 모습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내 마음의 '씨'를 돌아보면서 '무재칠시'를 다시 읽어보면 다르게 와 닿는다.


미소를 띤 부드럽고 정다운 얼굴로 남을 대하는 화안시를 보며 내 마음씨를 떠올려본다. 내 마음이 미소를 띠고 있어야 내 얼굴에 미소와 정다운 표정이 나타난다. 내 마음이 미소를 띨 수 있으려면 내 마음에 늘 거울을 비춰보면서 마음의 표정이 어떤지를 살펴야 한다. 마음에 거울을 비추는 방법은 책이다. 책을 보면서 내 마음을 살피고, 내 마음의 곳간 속에 어떤 것들로 채워져 있는지를 찾아내는 것. 마음씨는 그런 노력에서 변화되고 겉으로 우러나오는 표정이다.


공손하고 아름다운 말, 착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남을 대하는 것, 온화한 눈빛으로 남을 돕고 자리를 양보하며 상대를 헤아려 도와주는 일들은 우리의 사회생활과 인간관계 속에서 수시로 일어나는 일이다.

그런 일들이 수시로 일어나지 않을 때 사회 속에서는 크고 작은 마찰들이 일어나고, 그 마찰은 마치 태풍처럼 몰려와 쓰나미로 온 동네를 할퀴고 지나가기도 한다.


지금은 코로나로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기도 쉽지 않다. 교육청 권고에 따라 학교에도 휴교령이 내리고, 개학은 연기되었다. 그 여파에 따라 학원에도 휴령이 전파되고 있다.

누군가 기침을 하면 '혹시 코로나 아니야?'하고  쳐다본다. 뉴스를 보면서 세상이 얼어붙고 있는 느낌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따뜻한 온도에서 힘을 잃는다고 하는데, 그래서 따뜻한 봄과 여름이 오기를 기다리게 되기도 하지만, 우리의 마음에도 따뜻한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다.


인색한 사람이 많아지면 사회가 삭막해진다. 사막화가 된다. '힘 있는 사람이, 돈 있는 사람이, 여유가 있는 사람이 왜 그럴까', 그런 사람들은 오히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라 표현된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마스크를 기부하는 사람도 있고, 방역에 앞장서거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자발적으로 하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들도 많다.음이 참 따뜻한 사람들이다. 내가 갖지 못한 따뜻함도 마음이 더 따뜻한 사람들로부터 배워지고 알아질때 나도 더 따뜻해지기를 바란다.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있냐에 따라서, 나의 따뜻함도 닮아가고, 따뜻함이 반복될수록 따뜻한 마음씨가 커져갈 것이다. 특히 아이들이 자라나고 있는 곳일 경우에는 어른들의 따뜻한 나눔과 보살핌이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따뜻한 바람이 많이 불어서 사회에 닥친 위기가 어서 잠잠히 가라앉고 사람들이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위기는 기회이고, 기회는 위기와 함께 온다. 위기 속에서 점검할 것은 그래서 내 '마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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