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움직이는 고해소다. 여행 중에 만나는 사람들은 다시 볼 사람이 아니기에 삶에 깃든 어두운 비밀이나 상처, 슬픔 등을 주저하지 않고 털어놓을 때가 많이 있다. 인생이라는 여정에서도 우리는 내밀한 이야기를 털어놓아야 할 때가 많이 있다. 삶의 복잡한 문제를 드러내고 구체화하려면 그 문제를 말로 표현해야 할 필요가 있으니까.”
“어느 누가 보더라도 권태로운 결혼생활이나 직업을 그대로 유지해간다는 건 정말이지 끔찍한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 주변에는 그런 삶을 유지해가는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덫에 갇혔다는 생각이 들 때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가장 불편한 진실은 그 덫을 만든 사람이 바로 자기 자신임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무런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직업을 선택한 것도,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을 선택한 것도, 성격이 맞지 않는 여자와 결혼한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 집을 구입한 것도, 자녀를 낳은 것도, 주변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애쓰는 것도 모두가 스스로 선택한 일이다.’
"나 또한 수많은 선택을 했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심지어 이혼할 때조차 후회하지 않았다. 내 첫 번째 결혼생활이 끝없는 재난으로 이어졌던 건 아니다. 두 아이가 태어났고, 정말이지 행복했던 순간들도 많았다. 글쓰기는 내가 좋아한 일이었기에 거듭되는 실망적인 결과를 받아 안고도 좌절하지 않을 수 있었다. 물론 작가로 살아가면서 실패가 겹치게 되면 실망도 하고 재능이 부족하다는 자학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내가 선택하고 좋아한 일이었기에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 우리의 부부 생활이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일이 잦았으므로 밑바탕에 불안감이 없었다며 거짓말일 것이다. 나의 작가적 재능에 대해 계속 부정적인 말을 하고, 자주 업신여기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면서 과연 내가 긍정적인 모습을 지켜갈 수 있을지 의심스럽기도 했다."
“문학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숨은 방, 우리가 차마 맞서기 두려워하는 절망의 방으로 이끄는 통로이다.”
“오랫동안 결혼생활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품어왔으면서도 늘 견딜만하다고 스스로를 달래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나 역시 결혼생활에 실패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부당한 현실에서 탈피할 자신이 없었다. 그로부터 10년 뒤 정신과 의사의 상담을 받는 동안 분명하게 깨달았다. 내가 덫에 갇힐까 봐 두려워하는 모습은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