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처럼 책을 많이 읽는 엄마도 드물거야, 누가 봐도 엄마가 책을 많이 읽는다는 사실은 펙트야, 엄마가 디즈니 공주로 환생한다면 벨이야, 왜냐하면 벨은 책만 가지고 다녀.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여기도 책, 저기도 책"
엄마는 책읽는 벨 by 아인잠's girl.
감히 공주에 비유를 해주다니, 성은이 망극할 지경인데, 내 딴에는 책 읽는 양이 요즘 적어 더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책을 많이 읽는 엄마'라고 하니 염치가 없었다. 아이들이 나를 주시하고 있다. 내가 무엇을 하는지, 어떻게 사는지, 겁도 덜컥 나고 정신이 반짝 차려지는 것이 아이들 덕분에 내가 더욱 힘을 내어 살아갈 수 있겠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했던 일이다.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지 않는 경우에는 '엄마가 책을 보지 않아서'가 이유가 되는 일이 많다.
엄마가 입을 다물고 책을 보고 앉아있으면 아이들이 슬그머니 와서 다가앉아서 책 보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도 많이 경험했다.
나름대로 집에서 '책 읽는 엄마'로 통하기에 가끔 '얘들아 우리 지금부터는 조용히 책 보면서 좀 쉬어도 될까?' 하면 군말 없이 "오! 예스~"하면서 각자 보고 싶은 책을 찾아와 책상 앞에 앉는다. 우린 거실 한가운데 놓인 커다란 테이블에 함께 앉아서 각자 보고 싶은 책들을 본다.
이제는 너무나 잘 알려진 법칙 중에서 '1만 시간의 법칙'이 있다. 자기의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려면 1만 시간 정도의 연습이나 10년 정도의 시간을 깊이 몰입해서 지식이나 기술을 철저하게 연마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김경희 저자의 <틀밖에서 놀게 하라> 책에는 '바르텔레미 티모니에'라는 사람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나와있다.
그는 수십 년 동안 옷을 만드는 재단사로 일하면서 재봉틀의 세부적인 부품을 하나하나 만들어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꿈에서 특이한 화살을 본 그는 바늘 한쪽 끝에 구멍을 뚫어서 실을 끼우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것은 세계 최초로 옷을 만드는 기계를 발명해서 의류의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한 바탕이 되었다. (113p)
우리가 책을 보는 일이 밥을 먹고 수다를 떠는 일처럼 자유롭고 편안하고 즐거운 것은 그동안 우리에게 1만여 시간이 쌓여서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 갑자기 책을 보는 아이로, 또 그런 어른으로 살아지고 바뀌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운 영역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불가능은 어쩌면 가능으로 갈 수도 있는 희망적인 현재 상태이기 때문에 온 가족이 함께 힘을 합해서 조금씩 노력하다 보면 분명히 지금보다는 나은 모습으로 책을 읽고 대화하는 시간을 갖게 될 거라고 믿는다. 그것이 책이 주는 무한한 은혜이기도 한 것이다.
행운은 어느 날 갑자기 불어온 듯 나타나기도 하지만,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행운도 있다.
예전에 방송작가로 일하며 인터뷰하게 된 분 중에 미국에서 성공한 사업가가 있었다.
눈이 어마어마하게 내리던 겨울에 매일 아침 빗자루를 들고나가서 거리의 눈을 쓸던 한국인을 눈여겨보며 지나가는 이가 있었으니, 인근 은행의 대표였다. 사실 그분이 눈 오던 어느 겨울날만 빗자루를 들고나간 것은 아니었다. 1년 12달 하루도 빠짐없이 자신의 영업장 앞 길에 나가서 지나가는 행인이 불편함이 없도록 쓸고 치우는 그분의 모습은 은행 대표의 마음을 눈처럼 녹게 했다. 그래서 사업이 어려워 포기하려던 찰나, 은행 대표의 부름을 받고 달려간 곳에서 그분은 '내가 너에게 무엇을 도와줄까?' 하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기사회생하여 사업에 성공한 전설이 있었다.
작은 가게에서 시작해서 큰 부를 이룬 그분의 에피소드는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고 실제로 드러나는 성공스토리에서 유사한 이야기들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분으로부터 내가 받았던 감동은 또 하나 있었다.
단순히 부지런해서 길에 나가 빗자루 질을 한 것은 아니었다. 너무 부끄럼이 많고 사람들 앞에 서는 일도 잘하지 못해 가게로 들어오는 손님들 조차 받을 수가 없자, 아내가 점포를 보고, 그분은 아침마다 나와서 청소를 하고 점포를 살피는 허드렛일을 해온 것이었다.
그분 나름의 최선과 성실함은 '스스로' 행운을 만들어낸 비결이 되었다.
미국인만 사는 조용한 마을에 검은 머리의 동양인이 아침마다 나와서 청소를 하니 눈에 얼마나 띄었을까.
행운을 얻기 위해 작정하고 한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삶은 그 노력에 행운을 안겨주었다.
얼마나 설레고 벅차고 두근거렸을까. 실제로도 그분은 '내가 너에게 무엇을 도와줄까, 말만 해 다 도와주겠다'는 제안에도 간이 쫄아서 벌벌 떨며 말도 제대로 못 했다고 했다.
단순히 운이 좋아서라고 설명할 수는 없는 재미있는 일들이 세상에 많다. 어쩌면 공기 중에는 바이러스가 있나 보다. 행운의 바이러스, 기회의 바이러스, 성공의 바이러스, 변화의 바이러스...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인생 속으로 '바이러스'가 들어와 이전과는 다른 인생을 살게 하는 것이다.
하루하루 희망이 없다고 낙심할 수도 있고, 이 순간도 나만이 아는 어려움으로 무겁게 가라앉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현실을 돌파해나가는 힘은 자신의 과거와 현재의 나 속에 충분히 있다. 지나가는 사람 열 명을 붙잡고 물어봐도, '인생사 쓰면 책 한 권'도 모자라다는 사람이 많으니, 그 정도 인생사면 웬만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어오며 어지간한 내성과 맷집도 생겼을 것이다.
우리 삶 속에 고난과 고통이 불어닥칠수록 기회로 삼아 한 단계 위로 업그레이드되길 바란다.
나를 방어하는 '마스크'만을 찾을 것이 아니라, 나를 회복시킬 수 있는 기회의 '백신'을 더 열심히 차지할 수 있는, 행운의 사람이 우리 모두가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