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해 자발적 거리두기가 중요시되고 있는데, 저는 아이들이 어릴 때 지인들로부터 자발적 거리를 두었었어요.
다른 집 아이들과 내 아이를 비교하지 않고(애초에 비교할 마음은 없었어요.)
내 아이에게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내 아이와 시간을 보낼 시간이 육아기간 밖에 없다고 생각을 하고, 그 시간만 보낸 뒤 저는 아이들을 저로부터 독립시키겠다고 마음을 먹었었거든요, 그것이 저의 살 길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생각하는 아이들의 독립시기는 초등학교 2학년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에 올라가서 1년을 보내는 시간은 앞으로 초등학생으로 살아갈 기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달려있기에 1년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초등학교 1년까지는 육아기로 봤고, 세 아이 모두 그렇게 키우고 있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돈을 주고 어딘가로 놀러 갈 때(나쁘다는 건 아니어요, 다만 저는 그 돈과 시간, 저의 체력이 부족했고 제 상황에서 다르게 사용하고 싶었을 뿐)
저는 자발적 거리두기를 하고, 아이와 둘이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죠.
일명, "집을 엉망으로 만들기."
매일 집 꼬락서니가 이렇게 되면 그 꼴을 보면서 살기가 사실 쉽지 않아요, 그러나 이렇게 만들지 않으면 아이들이 엄마를 더 힘들게 하기 때문에, 저는 기꺼이 집을 양보했습니다.
두 가지 모두는 자신이 없었어요. 집도 깨끗이 만들면서 아이들도 잘 키우면서 요리도 잘하면서 교육도 잘 시키면서 인성 외모 교육 다 갖추는, 그런 참 교육은 저는 바라지도 않았어요.
그저 제 목표는 하나였죠.
'짜증 안내고 아이와 엄마가 모두 웃으면서 즐겁게 하루 보내기. 굶기지 않고 울리지 않고, 오로지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기.'
그 목표 하나만 꾸준히, 일관되게 지켜나가는 것도 엄청 힘들긴 해요. 하지만 하나만 지키자고 생각했어요, 여러 가지 다 못할 거면 하나만이라도 확실히 하자고 생각했고, 저는 노는 것을 택했어요.
아이들은 뭔가를 하면서 저에게 결과물을 보여주는 것을 좋아했어요.
항상 말은 이렇게 시작하죠.
"엄마, 지금부터 깜짝 놀라지 마아?!"
이것이 작품이라고?
기가 막힌걸 보여준다고?
깜짝 놀라지 말라고?
와, 정말 깜짝 놀랐지요.
(미술놀이 365일 곱하기 7년한 실력 맞는 거지?)라고 의문을 품을 수도 있으나, 저는 아이들의 표현이 참 좋았어요, 작품을 만들면서 집중하고 웃음 띄고 맑고 고운 그 얼굴을 지켜봐 왔기 때문에 결과야 어떻든 완수해낸 모든 작품이 다 소중했지요.
저는 결과보다는 과정이 좋다면, 결과도 좋을 것이라 믿는 쪽에 속해요.
설사 결과가 나쁠지라도, 과정이 좋았다면 만족하는 사람이기도 하고요.(누군가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면요)
그래서, 집이 엉망으로 되는 결과가 초래했어도
아이들이 즐거웠으면 됐지 뭐 하면서 기분이 좋았어요.
그러다 보니, 초등학교 졸업할 즈음되니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디다.
시시때때로 그리던 그림은 셀 수가 없고
아이는 웹툰 작가의 꿈을 꾸면서 성장 중입니다.
미래엔 웹툰작가 by 아인잠's girl.
꿈이 웹툰 작가이든, 그림을 잘 그리는 그 누구가 되든, 제가 기쁜 것은 아이는 그림을 그리면서 모든 걸 표현할 수 있게 되겠구나, 살아가면서 그림이 좋은 도구가 되어서 꿈과 행복, 휴식과 위로를 주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집을 엉망으로 만든 그 시간은 아이 스스로에게도 좋은 시간이었고 기회였고 투자였던 셈이지요.
돈을 써서 무언가를 해야 할 때 더 중요하게 생각할 것은, 돈의 액수보다 거기에 쏟아야 할 시간과 노력 등의 기회비용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저는 아이들에게 많은 기회비용을 주었던 셈이고, 만족하고 감사하고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그때 그러지 않았으면 어떡했을까. 아이들은 놀면서 자랄 때 가장 아이답게 크면서 꿈을 꾸게 되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꿈을 갖고 꾸게 되는 과정은 애초에 몸과 마음에 씨앗이 담겨있거든요. 그 씨앗이 놀이를 통해서 움트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빠른 것이라 생각해요.
미술학원을 다녀보지 않겠냐고 물으니, 아직은 자신이 그리고 싶은 것도 엄청 많기 때문에 그 시간과 돈을 들여서 기법을 배우고 다른 사람들에게 평가받는 것이 정신 사납다고 하네요.
마음껏 그리고 표현하는 시간이 지금은 가장 좋고 필요할 때라고 판단하는 아이를 보면서, 이제 아이는 저로부터 독립을 시작했고 자신의 길을 찾아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첫째, 둘째, 셋째까지 꿈을 향해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엄마로서 저의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 먹이고, 재우고, 놀게 하는 것입니다.
저의 방법은 공부하기 위한 노선으로 아이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꿈을 찾아가도록 아이에게 멍석을 깔아주는 정도입니다.
이런 저와 아이들은 다행히 합이 잘 맞아서 재미나게 지내고 있어요.
아이가 꿈을 갖게 되면, 공부를 시작합니다.
코로나로 몇 달을 학교에 못 가니 친한 아이들과 스터디 그룹을 조직해서 페이스톡을 이용해서 같이 공부하더라고요. 서로 아침 7시부터 알람을 보내서 일어나라고 챙기고, 공부할 시간과 과목을 같이 챙기고 공부할 시간을 기다리면서 나머지 하루 일과를 보내고 있어요.
정부에서는 온라인 개학을 한다고 발표했지만 진작에 공부할 뜻이 있는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할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을 곁에서 보면서, 제가 자랄 때와는 또 다르게 편리하고 남다른 과정을 지나고 있구나 하는 것도 느낍니다.
자발적 거리두기, 그리고 내실을 다지기.
힘을 갖추고, 달려야 할 때 제대로 달리기.
아이는 언제 달려야 할지를 알게 된 것 같아요.
아이를 믿고, 그 믿음으로 지금의 힘든 과정을 지나갈 힘이 엄마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 가장 조심해야 해요. 누적된 불만과 따분함이 쌓이면, 반드시 터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