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코로나가 여러 사람 울린다.

위기는 기회이니까, 힘을 냅시다.

by 아인잠

코로나로 인해 방학이 또다시 연기되어서, 바야흐로 4월 개학을 맞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과연 이것이 마지막일까?

'개학이 한 번 더 연기될 수 있을까' 싶은 가능성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이번 코로나가 끝이어야 하는데, 시작이 되어서 매해, 2년 뒤, 4년 뒤, 10년 뒤에 또 없으라는 법은 없어서, 그것이 우려스럽다.


코로나로 인해서 3월은 수업이 전무했다. 그러니 당연히 수업비로 들어오는 수입도 없었다.

적금 통장도 깨고,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과 최소한의 장보기로 경제생활도 잔뜩 움츠려졌다.

4월은 정상적으로 수업하게 되면 좋겠지만 혹시 안된다 해도 다행히 출판 계약으로 인한 선인세를 받아서 한시름 놓게 되었다.

이 사태가 길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개학이 또다시 미뤄졌다는 소식에 둘째 아이는 방학이 길어졌다며 괜찮다고 했고, 첫째는 눈물을 글썽였다. 학교도 가보고 싶고 친구들도 만나고 싶은데 계속해서 개학이 늦춰지니 원망스러운가 보다.


코로나로 힘든 것은 사람만이 아닌 것 같다.

마트에 가는데 마트 주변에 고양이가 있었다. 절대 낮에 고양이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구역인데, 피골이 상접하여 거지꼴로 내려온 고양이가 내내 안쓰러웠다. 평소엔 인기척만 나도 잽싸게 도망가는 녀석들인데 어느 사람에게라도 붙들리고 돌봄을 받고 싶은지 계속 사람들 주변을 맴돌고 서성였다.

아휴.. 딱해라... ㅠㅠ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 보니 카카오톡 메시지 창에 52명 한테 문자가 와있었다. 나는 무슨 일이 났구나 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카카오톡으로 이렇게 많이 문자가 온 경우는 다음 메인에 걸렸을 때나 브런치에 올려진 내 글이 들킨 경우인데,

무소식이 희소식으로 온 건지, 희소식이 희소식으로 온 건지 두근대는 마음으로 봤더니

책을 빌려달라는 엄마들의 하소연이 담긴 문자였다.

아이고...

다른 집에 비해서도 책이 많기도 하고 독서논술 수업을 하기 위해서도 책이 많기도 한 지라, 평소에도 학교에서 독서골든벨이 있거나 하면 책 빌려 달라는 문자를 많이 받기는 하지만, 이번에는 또 달랐다.

아이들이 집에서 빈둥거리고 TV만 보거나 핸드폰만 만지고 게임을 하니, 보다보다 속 터진다고 책 좀 읽히겠다는 것이다. 몇 권만 빌려달라는 사람이 52명이어서... 차마 빌려줄 수가 없고, 누구는 빌려주고 누구는 안 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52명이 집에 책 가지러 드나들 수도 없고, 내가 52명에게 줄 몇 권씩의 책을 고를 시간도 없고 정말 난처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과 나도 집에서 상당량의 책을 하루 종일 읽기 때문에 어떤 책들이 필요한지 몰라서 52명 곱하기 몇 권씩(2-3권)의 책= 150여 권을 대여하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단체로 똑같은 문자로 답변을 했다. 나의 상황에 대해서 양해를 구하는 말이었다. 다들 이해는 해주셨지만, 집에서 뒹굴거리고 있다는 아이들이 가련해서 인터넷 파일로 읽을 수 있는 수필이나 소설을 전송해드렸다.

그걸로라도, 인쇄해서 아이들이 읽으면 좀 나을까 싶어서.. 다만 인쇄용 파일은 글자만 빽빽해서 이 녀석들이 잘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 이것저것 가릴 상황이 아니니 그거라도 읽기 바란다.


중학교에서 필독서 목록을 학부모에게 전송해서, 책을 읽고 독서록을 적게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이 시국에 도서관에 문 연 곳도 없고, 일일이 책들을 구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어디 대여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필독서 독서록 작성이라니... 나는 조금은 이해되지 않았고, 그렇게 숙제를 해야 하는 아이들도 가련하다. 나는 필독서는 참고만 하시고, 집에 있는 책 아무거나 뭐든 읽히시라고 했다.

그런 상황들을 이해 못하실 선생님도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이 시국에... 없는 책들을 구해서 책 읽고 독서록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면, 글 쓰는 일이 전쟁 같다.


코로나가 끝나고 정리가 되면 우리는 일상생활을 해나가야 한다. 기다렸다는 듯이.

달리기 출발점에서 스타트는 매우 중요하다. 다른 선수들보다 조금이라도 앞서기 위해 치고 나가야 한다.

그래서 스피드를 올리고 방향과 노선을 제대로 보고 달려야 한다. 그렇기에 모든 아이들이 방학 동안 따분하게 있지 말고, 책을 읽으며 나의 스타트 파워 게이지를 쭉쭉 올리기 바란다.

그래야 우리가 예전처럼 만나고 일하고 걷고 이야기하는 시간 속으로 빠르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가다듬고 불안에 휘말리지 않도록 나의 생각을 정련해야 한다.

계속해서 불안한 기사만 보고 댓글에 휘둘리면 나의 생각은 없고 누군가의 생각이 내 마음을 잠식하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나를 더 강화시키고 한 단계 올라선 나의 모습으로 수준 있게 살아갈 수 있는 때를 기다리자.

기다렸다는 듯이 개학하고, 회사 가고, 일하면서 이전보다 더 강하고 나은 힘으로 바로 설 수 있기를.


'전환 비용'이라는 용어가 있다. 임무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손실되는 시간을 말하는데, <나는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것만 남기기로 했다>는 책에 보면 전환 비용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딥 워크는 완전한 집중 상태에서 수행하는 업무를 말한다. 예리한 정신력과 집중력, 의지력이 필요한 작업이다.

반면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멀티태스킹'은 겉보기에는 효율적인 것 같아도 실수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이 일을 하다가 저 일을 하려면, '전환 비용'이 발생한다. 그래서 결국 가장 중요한 작업에 집중할 때 필요한 연료인 '뇌의 글루코오스 산화 효소'를 소모시킨다고 한다. 즉, 멀티태스킹을 줄이고, 중요한 일에 집중력을 끌어올려 사용할 수 있도록, 전환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전환 비용을 생각해야 할 시기이다.

지금의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고 아무 일 없었던 듯이 우리의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시작하게 될 때, 바로 집중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사용할 수 있도록 지금은 힘을 키울 때이다.

잠자는 사자의 코털은 쉬면 안 된다. 사자가 잠에서 깰 때에는 눈이 먼저 번쩍 떠지는 것이 아니라 안테나처럼 주변을 감지하고 있던 코털이 먼저 반응한다.

책을 읽으면서 어떤 것이 나의 무기가 될지를 계속해서 찾고, 나의 창고에 비축해두어야 한다.

지금은 여전히 코로나 시대이다.



https://brunch.co.kr/@uprayer/352




keyword
작가의 이전글꾸준히 글을 쓰기 위한 노력 루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