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라고 생각한다.
상상력은 글쓰기에 꼭 필요한 능력이다. 작가의 상상력은 때로는 아이의 생각을 넘어서야 하고, 아이가 생각하지 못하는 그 너머의 세상을 다채롭게 그려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쉽지 않다. 태어날 때부터 상상력 천재로 태어난 아이들을 뒤늦게 따라잡기란 불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른에게는 아이들과는 또 다른 능력이 있다. 바로, 생각하고 추구하는 것을 그려내는 힘이다. 그림이 된다면 그림으로, 글이 된다면 글로, 말이 된다면 말로, 어른은 아이 못지않게 재미있고 신나는 모험을 바라는 존재이기도 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동화작가를 말할 때 조앤 롤링을 떠올린다.
훌륭한 요리사가 꿈이라 할지라도 처음엔 설거지부터 배우고 당근 손질, 양파 손질부터 다시 한다. 기본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 그것은 요리사의 자세와 마음을 배우는 일이기도 하다.
나의 잘못된 관습을 버리고, 요리사의 몸을 입는 것이다.
동화작가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습작 시절을 버리고, 동화작가의 몸을 입어야 한다.
조앤 롤링이 해리포터를 쓰는 것이 가능했던 것은 수많은 생각, 수많은 나날, 수많은 독서, 수많은 습작이 있었을 것이다.
해리포터처럼 커다란 판타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도 좋아하지만, 아이들은 작은 동그라미 하나가 주인공이 되어도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존재들이다.
결국 어떤 동화를 쓰느냐 하는 것은 누가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느냐 하는 문제이다.
어려서부터 상상하고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을 좋아했다 하더라도 어른이 된 지금, 이야기들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크고 복잡하고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오히려 작고 촘촘하게 생각해보는 것이 동화를 쓸 때는 훨씬 이롭다. 해리포터도 현실에서 시작한 이야기이다.
아이가 부모의 부재로부터 그리움을 느끼고, 친구와의 관계 속에서 우정을 알아가며, 스스로 성장해나가는 이야기인 것이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면서 자신을 알아가면서, 아이가 자라 가는 이야기가 해피포터이다.
지금까지 세상에 존재하는 셀 수도 없는 수많은 이야기들은 결국 누군가의 이야기이다. 누군가의 삶이었고 누군가의 경험과 생각들이 말로 글로 이어진 이야기이다.
즉 우리의 삶도, 일상도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일상의 작고 작은 틈바구니 속에서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다면 우리는 동화작가가 될 수 있다. 유명해지고 큰돈을 벌려는 욕심이 앞서는 이야기보다 나의 색채가 아름답게 담기는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아름답게 보인다.
오늘 일어나 맞이한 하루가 어제와는 무엇이 다른지, 관찰하는 습관을 키우는 것부터가 작은 시작이 될 수 있다.
-풀잎에 맺힌 이슬방울 하나에 작은 세계가 들어있다고 상상해보면 어떨까
-세상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참새가 말을 하게 되었다고 상상해보면 어떨까
-길가에 돌멩이들이 알록달록 옷을 입었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하늘을 날고 싶어 하는 지렁이가 있다면 어떨까
어떤 문장으로 곱게 써 나가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의 주제가 어떤 방법으로 표현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작가는 글을 잘 써야 하는 직업이기도 하지만, 특히 동화작가는 동화를 구상하고 표현하는 아이디어가 남들과 달라야 한다.
기존에 나와있는 동화들과 겹치지 않으면서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뻔한 이야기로는 아이들의 눈을 붙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4살의 눈으로 보면 세상이 달리 보인다. 세상의 모든 것이 궁금하고 흥미롭고 이유를 알 수 없는 문제들이 많다. 다가가서 들여다보고 만져보고 알아보고 싶은 것이 많다. 엄마에게 아빠에게 묻고 싶은 말, 엄마 아빠와 하고 싶은 일들이 무엇일지 생각해보면 아이들의 생각에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작가가 알아내야 할 몫이다.
동화작가는 동화를 쓰는 사람이 아니라, 동화를 만드는 사람이다.
작가가 만든 이야기는 그래서 새롭다. 현실에서 일어날법한 이야기, 그것이 실제 이야기이든 판타지이든 아이들은 현실의 꿈에서 띄워 올린 작가의 이야기 풍선을 따라잡기 좋아한다. 손안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재미있는 이야기의 흐름은 동화가 주는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