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새’라고도 불리는 ‘알바트로스’에 대해서 아세요? 알바트로스는 일본의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섬에서 번식한다고 하는데 국제적으로 보호가 필요한 새여서 국제보호조로 지정되어 있다고 해요. 이 새가 ‘바보새’라고 불리는 이유는 진짜 지능이 낮아서 그런 게 아니고, 날개가 너무 커서 땅 위에 다닐 때는 날개를 질질 끌고 걸어 다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날개를 다 펼칠 경우에는 최소 2미터에서 3미터까지 된다고 하니, 정말 길고 무거울 것 같아요, 그러니 날개를 질질 끌면서 다닐 수밖에요. 이렇게 큰 날개를 늘어뜨리고 걷는 모습이 우스워보여서 아이들은 돌을 던지기도 하고, 뱃사람들은 장난 삼아 붙잡기까지 한다고 해요. 그런데 ‘바보새’ 알바트로스의 진짜 날갯짓은 폭풍이 몰려오는 날, 진가를 발휘한다고 합니다. 모든 생명체가 폭풍을 피해 몸을 숨기는 그때에, 알바트로스는 숨지 않고 절벽에 우뚝 서있는다고 해요. 바람이 거세어지면 이 ‘바보새’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절벽에서 뛰어내립니다. 폭풍이 최고조에 달하는 그때가 바로 ‘비상’할 수 있는 기회예요. 그렇게나 길고 거추장스러워까지 보이는 날개를 쭉 펴고 한 번 날아오르면 6일 동안 한 번의 날갯짓도 없이 하늘을 날 수 있고 두 달안에 지구를 한 바퀴 돌 수도 있는 힘이 있다고 합니다. ‘바보새’라 이름 붙여진 새가 한 번도 쉬지 않고 먼 거리를 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힘으로 나는 것이 아니라 바람의 힘으로 비행하기 때문이에요. 상승기류를 타야만 비행할 수 있는 탓에 아직 어린 경우에는 절벽 아래로 떨어지기도 하고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되고 말아요, 그러나 큰 날개의 힘과 바람을 잘 이용하면 세상 어느 새보다 강한 힘을 발휘하여 기네스북에서 수평비행 시 가장 빠른 새로 기록되어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서강대학교, 부산국제고등학교의 상징동물이기도 한 알바트로스는 ‘날기 위해 힘겹게 날갯짓해야 하지만 일단 날게 되면 가장 멀리, 가장 높이 날 수 있는 새’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지금 나의 모습이 어떠한들, 모두가 ‘바보’ 같다고 하더라도 누구에게나 비상할 수 있는 시간이 반드시 온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멀리, 가장 오래, 가장 높이 하늘을 나는 알바트로스처럼, 그렇게 나의 역경과 고난의 때를 지날 수 있기를 바래요.
<빅퀘스천>에는 이런 말이 나와요. “사람이 살아간다는 건 비극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일, 우리는 비극을 피하기 위해 아무리 발버둥 쳐도 결코 벗어날 수 없다. 그것이 바로 삶의 본질이다.”
우리가 흔한 인사로 “꽃길만 걸으세요”라고 말하는 것은 정말 우리 인생 어딘가에 꽃길만 있어서가 아닐 것입니다. 가시와 엉겅퀴를 제치고 고운 꽃길을 가라는 염원의 말일뿐, 그러나 이런 응원의 말속에서도 우리는 잠시나마 꽃향기를 느낄 수 있고 작은 위안을 얻기도 합니다. 실제 우리의 삶은 정작 파도치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역경이 더 자주 찾아올지라도, 그것을 정면으로 바라보라고 저자는 말해요. 비극을 피하기 위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결코 벗어날 수는 없다고 합니다. 그것이 삶의 본질이라고요. 그러나 알바트로스처럼 고난의 바람 앞에서 오히려 상승기류를 타고 나의 날개를 힘껏 펼쳐 날아오른다면 어떨까요. 날고 날아서 더 멀리 더 높이 날아가면서 나의 날개는 더욱 강해집니다. 비상하는 나의 본질을 잃지 않는 힘을 지키고, 그 힘으로 파도가 잠잠할 때까지 나는 다시 기다리고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언젠가는, 또 잠잠해지는 삶의 순간들이 올 테니까요. 폭풍우가 너무나 자주 찾아올지라도, 나는 그때마다 비상할 것입니다. 떨어지면 절벽이고 가만히 있으면 폭풍우에 휩쓸리는데, 그때가 정말 ‘바보’ 같은 일이 벌어지는 비극이 찾아오는 것일 테니까요. 삶이 비극이라 할 지라도, 막상 저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동안 인생을 비극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어. 아무리 힘들어도 인생을 비극이라 여기면 안 돼.”
저는 가수 이은미 씨의 <알바트로스>노래를 좋아합니다.
‘여기에 바보라 불리는 한 새가 있습니다. 날개가 너무 커 날지 못합니다. 땅에선 놀림을 당하며 바보라 불리지만 알고 있죠, 날 수 있어 바람 거세지면 자유롭고 길을 잃은 새 거친 폭풍 앞에 섰을 때 날 수 있단다 너를 던져라 널 흔들고 있는 바람 속으로 그 바람이 나를 펼친다 너무 커서 아팠던 날개, 가장 멀리 가장 높이 하늘에선 최고로 멋진 새죠 땅에선 내가 너무 쉬워 누구나 건드리죠 (중략) 파도 몰아치는 바다로 그저 내 날개를 펼치고 있다 바람아 더 불어라 더 거칠수록 나는 더 뜨겁게 날아올라'
알바트로스처럼 비상할 수 있는 힘찬 날개, 그리고 내 삶에 불어닥칠 상승기류, 그때를 기다립니다. 그땐 어느 그 누구도 '바보새'라고 하지 못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