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인잠 May 01. 2020

5월의 안부

아인잠 써포터즈를 모집합니다.

근처 개천에서 본 두루미. 그새 수척해진 것 같다...
놀이터 한쪽 구석에 피어있던 꽃

보랏빛숲으로 걸어들어가고 싶은 환상을 느꼈다.

아름다운 5월을 기대해요.

안녕하세요, 친애하는 독자님, 5월의 첫날입니다.
5월은 가정의 달인데, 가정의 달에 이혼을 추진하고 있으니, 만감이 교차하네요.
아이들에게 좋은 가정을 만들어주려는 노력이 부모의 이혼이라니, 글의 문맥상 참담하다고 표현해야 어울릴 것 같은데 저는 담담하게 얘기 하고 싶습니다.

“나쁜 시는 사실보다 더 큰 진실을 담으려는 시,  큰 목소리로 외치는 시, 옳은 소리만 해대는 시들이다.  큰 진실, 큰 목소리,넘치게 옳은 소리들은 작은 진실, 여린 것들의 속삭임, 가냘픈 것들이 내는 소리들을 덮어버린다.”
장석주 작가의 《은유의 힘》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세상에는 큰 것이 눈에 띄고 강해 보이지만 글에서처럼 작은 진실, 여린 것들의 속삭임, 가냘픈 외침에 귀 기울이는 5월이 되었으면 합니다


커다란 둑도 작은 구멍으로 무너진다고 하고, 큰 배에 생긴 작은 구멍으로 배가 가라앉을 수도 있음을 생각하면서, 내 삶의 구멍에 대해서 생각해봅니다.
저는 구멍이 숭숭 난 삶을 살아온 것 같아요. 뭐든 구멍으로 바람이 숭숭 들어왔어요. 어릴 때 외풍이 심해서 오들오들 떨었던 기억부터 제 삶에 구멍은 시작되었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치마바람이 휘몰아치는 8 학군의 중심에서 학교를 다니느라
중고등학교 때는 불합리한 현실에 맞서 싸울 수는 없는 용기 없는 제 모습에 좌절하면서 학교에 대한 관심을 끊는 것으로 제 구멍을 덮으려 했습니다.
대학 때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제 학비를 염려하며 4년을 보냈고요, 결혼해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심정으로 끊임없이 물을 길어다가 날랐습니다.
인생의 성패는 작은 것의 관리에 있다는 메일을 받았습니다.
제 삶은 지금까지 큰 것을 막느라 허둥대었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제 마음을 어쩌지 못한 것이 작은 구멍을 막지 못해 생긴 큰일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어요.
세상은 크고 중요한 것들로만 이루어진 게 아닐 텐데요. 작고 신비롭고 반짝이는 가치들이 하늘의 별보다 많은 세상에서 어쩜 먹구름만 보이던지, 한때는 참 힘들었는데 요즘은 조금씩 환한 바깥을 향해 눈을 돌리는 중입니다.
나쁜 말이 많이 들리는 요즘이라 마음이 힘들었어요. 듣고 싶지 않아서 귀를 막아도, 보고 싶지 않아도 자꾸만 눈에 들어오는 일들에 마음이 어수선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네요.
그중에 일등공신은 어서 법적으로 ‘전남편’이라 칭하고 싶은 그분이지만, 이 생도 처음이자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마지막까지 인내심을 발휘하여 잘 버텨볼 참입니다.
결혼은 내 맘대로 떼려 치우고 나왔는데 인생학교를 아직 졸업하지 못하여서요.
졸업장 받으려면 아직 한참 다녀야 해서, 펜을 다시 굳게 잡고 열심히 공부를 해야겠다고 매 순간 마음을 먹어봅니다.

<어떤 삶을 살든 여자가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라는 책에 보면 이런 구절이 있어요.
인생의 크고 작은 시련과 마주할 때마다 이렇게 마음먹어보자.
“나는 지금 체험 관광하러 왔다”

저는 지금 체험 관광하러 온 중입니다. 특히 결혼 관광, 졸혼 관광을 거쳐 이혼 관광의 세계로 진입했어요.
볼만하네요, 이전에 미처 몰랐던 전경들이 화악~ 펼쳐지고 몰랐던 사람들도 많이 보이고요. 과연 이 관광을 제대로 마칠지, 대체 이 관광이 언제 끝날지도 몹시 궁금합니다.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이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다리의 수송력은 여러 교각이 지닌 힘의 평균값이 아니라 가장 약한 교각의 힘에 좌우된다. 한 사회의 건강도 국민총생산으로 측정해서는 안되고 가장 가난한 계층의 상황을 살펴야 한다.”
가장 약한 다리가 무너지면 그 위를 달리는 중인 모두가 떨어집니다. 그러니 비록 지금 내 삶을 여행하기도 고단하고 어렵지만, 저 또한  우리 사회의 어려운 사람들이 모두 최소한의 안전한 열차에 올라 함께 갈 수 있도록 마음을 나누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책을 쓰고, 수업을 하고, 아이들이 제대로 자신의 열차에 오를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합니다.

<어떤 삶을 살든 여자가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들>에서는 이웃의 가난을 내 일처럼 걱정해야 하는 이유로 조은 시인의 말을 소개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우리 모두에게 닥칠 수 있는 위험을 미리 떠안은 사람들이다. 우리가 가질 수 있는 남루를 먼저 걸친 사람들이고 우리가 짚을 수 있는 허방을 미리 짚어버린 사람들이다.”

제게 어려움이 느껴질 때 독자님과 지인들이 보내준 메시지들을 저는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제가 독자로서 도와줄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씀해주세요.’
‘언제든 제가 도움이 될 일이 있으면 꼭 연락 주세요’
‘뭐든 필요한 게 있으면 꼭 얘기해줘’
‘무슨 일 있으면 정말 부담 갖지 말고 연락줘’
...


언제부터 내가 소중한 분들의 커다란 우산 아래에 있었음을 깨달았어요.

그 말 한마디로 저는 다시 일어서고, 매번 다시 꿈을 꾸고, 늘 내가 해야 할 일들에 있는 힘을 다해 다시 일어서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5월의 첫날이네요. 5월의 써포터즈가 되어주시고 싶은 분은 제게 메일로 간략하게 보내주시면 답변드리도록 할게요.
매주 3편의 글과 1편의 편지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며 그리 아니할지라도 늘 감사합니다. 저의 글을 읽어주시는 것만으로도 저는 글을 쓸 수 있다는 편안함과 힘을 얻으니까요, 충분히 감사합니다.
오늘은 오늘의 행복으로, 내일은 내일의 행복으로, 그러나 우리가 나눌 수 있는 행복은 2배 3배로 점점 더 크게 전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https://brunch.co.kr/@uprayer/22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