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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인잠 Jun 12. 2020

사랑이 다가오는 순간

“제 여자친구와 저는 태국의 작고 사람이 적은 섬에서 생활을 한 적이 있다. 제 여자친구는 화가다. 그래서 그림을 계속 그린다. 어느 날은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느닷없이 질문했다.

‘당신은 왜 그림을 그리느냐’.

제 여자친구는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그림을 그리며 망설임 없이 이야기했다.

‘어릴 적 우리는 모두가 화가였다. 세상 어린이들을 보라. 모두가 그림을 그리고 있잖아. 그 아름다운 취미를 당신은 멈췄고 나는 멈추지 않을 뿐’”이라고 소개했다.     

배우 류승범이 전한, 연애의 시작이다.

그는 사랑하는 여자친구를 이렇듯 근사하게 소개했다.     

“그 후 저는 며칠 동안 그 섬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우리 모두가 화가였다니’ 제 여자친구는 저의 잠재력을 깨워줬고 전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며 “개인적으로 저에게는 ‘그림’이라는 세계를 열어준 날”이라고 했다.

그리고 연애의 시작을 예감한 날이 아니었을까.

사람은 자신의 세계를 열어준 사람을 아기오리가 처음 본 대상을 엄마로 여기고 따르듯이 쫒아가게 되는 것 같다. 특히 사랑이란!

내가 몰랐던 나의 존재, 내 안에 있는 내 모습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존재,

웅크린 나를 기지개 켜게 하고, 숨겼던 꿈을 꺼내 펼치게 하는 존재.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사랑에 빠져 연애를 시작할 수 있고, 연애를 하면서 사랑이 깊어갈 수도 있다. 이미 깊어진 사랑에서 연애를 시작할 수도 있고, 사랑은 깊어지지만 마음을 전하지 못해 혼자 애태울 수도 있다. 가장 좋은 것은 두 마음이 함께 시작되는 것이다.

함께 설레고 같아지는 마음, 그렇게 연애의 시작은 갈수록 달콤하고 향기로워진다.

그 향기가 주변에 퍼지면 사람들은 모두 알게 된다.

두 사람이 아름다운 사랑에 빠졌음을.      

 

<톰소여의 모험>, <왕자와 거지>,<허클베리 핀의 모험> 등으로 유명한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

마크는 친구의 누이동생인 올리비아를 흠모하였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의 초대를 받아 그의 집에서 올리비아를 만난 마크는 사랑에 빠졌고 만찬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마차에서 일부러 굴러 떨어져 올리비아의 집에서 2주일이 넘도록 머물렀다.  그동안 그는 올리비아에게 끈질기게 구혼을 하면서, 열일곱 번째의 프러포즈에서 승낙을 얻게 된다.  마크는 ‘그녀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에덴동산’이라고 하면서 아내를 좋아했다.  

그렇게 사랑한 아내가 중병에 걸렸고, 한결같이 아내를 사랑한 마크는 어느 날 침대에 누워 있는 아내를 위해 집 안뜰의 나무마다 글을 써 붙였다.

“새들아 울지 마라. 내 아내가 자고 있단다.”


사랑의 정석, 사랑의 모범답안.

우리는 맘먹고 찾아보자 싶으면 무수한 사랑의 방식을 알 수 있지만, 그런 사랑을 하면서, 받으면서 살기란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우리 연애의 시작은 같을 지라도 끝은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 우리 결혼의 끝은 어떤 모습일지, 연애를 시작하면서부터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가면 좋겠다.

시작되는 그 순간의 노래처럼, 그 순간의 마음처럼....

          

'문이 열리네요 그대가 들어오죠

첫눈에 난 내 사람인걸 알았죠

내 앞에 다가와 고개 숙이며 비친 얼굴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답죠

웬일인지 낯설지가 않아요 설레고 있죠

내 맘을 모두 가져간 그대      

조심스럽게 얘기할래요 용기 내 볼래요

나 오늘부터 그대를 사랑해도 될까요

처음인걸요 분명한 느낌 놓치고 싶지 않죠

사랑이 오려나 봐요

그대에겐 늘 좋은 것만 줄게요'

- 유리상자, '사랑해도 될까요'    

       


톰 크루즈는 '탑건'을 통해 할리우드의 대표 스타로 발돋움했고, 당시 24살이었던 젊고 매력적인 외모에 수많은 여성팬들이 열광했다. 특히 영화 속 그가 연기한 매버릭의 모습에 여성들의 마음만 움직인 건 아니다.

'탑건' 영화 이후 미해군 지원자가 무려 500% 증가했었다고 하니, 멋지고 매력 있는 사람은 누가 봐도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 같다.

탑건을 보고 청춘의 남자들이 군대를 지원하고 싶어진 것처럼

사랑의 시작을 알리는 류승범의 글을 보고 왠지 태국으로 가고 싶어 할 청춘들이 많아질 것 같다. 혹은 이름 모를 작은 섬이거나...

왠지 이 봄이 가기 전에 사랑이 하고 싶고

여름이 가기 전에 연애를 하고 싶고

가을이 되기 전에 결혼을 하고 싶고

겨울이 되면 첫눈을 함께 보고 싶은 사람을 떠올리게 될 지도...    

      

“내 청춘이라고 없던 일을 부풀려 회상하거나 있던 일을 축소해서 기억의 가장 구석자리에 처박아두기도 했지만, 그때만 가능했던 두근거림…. 연애라면 산전수전 다 겪었다는 어른에게도 볼을 붉히게 하는 추억 한둘은 있지 않은가. 오지랖 넓게 도와주지 못해 안달 난 친구들과 눈치 없게 끼어드는 부모님과 어김없이 돌아오던 방학과 밥이 타도록 뜸만 들이던 연애. 여러분 좋은 연애 하세요.”  

- <교토의 밤 산책자, 이다혜 (지은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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