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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인잠 Jun 16. 2020

글을 쓸 때에 필요한 것은 상상력

<지구 어디쯤, 처음 만난 식탁>을 읽고 3.

2017년도에 출간된 장졘팡 작가의 <지구 어디쯤, 처음 만난 식탁>이란 책을 통해 나의 글쓰기가 어떠해야 할까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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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위해서도 글에 대한 생각을 글로 써보는 것이 좋다.

글을 쓰면서 생각이 가다듬어지고 그만큼을 알게 된다.


<지구 어디쯤, 처음 만난 식탁>은 애초에 글쓰기를 위한 책은 아니었으나,  책은 글쓰기를 통해 모든 것을 표현하는 저자의 창작물이란 점에서, 글쓰기를 배울 수 있는 훌륭한 교재이다.

글쓰기를 생각해보거나, 책 자체의 내용(여행을 통해 만난 사람과 삶에 관한 이야기)도 좋았지만,

이 책의 의미에 대해 누군가는 서문에서 이렇게 평했다.


'저자는 먹을 것으로 나를 꾀었지만 정작 책에는 기대만큼 먹을거리가 많지 않았다. 그런데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니 실망감은 어느새 감동으로 변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용기를 품고 따뜻한 마음씨로 관찰해야 낯선 이들의 삶 속에서 생명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걸까?'


이 두 가지 표현만으로도 나는 이 책을 읽을 이유가 충분했다.

삶과 사람들의 이야기에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지만, 이야기의 측면에서도 많이 감동하고 생각하게 되는 지점에서 계속 눈길이 멈춰졌다.


특히 사람에 대한 표현이 재미있었다. 문장이 신선한 활어처럼 파닥이고, 베어 물면 상큼한 과즙이 뿜어 나올 듯한 과일처럼 하나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주앙은 우리 집에 온 후로 한동안은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 마음을 꼭꼭 닫았거든. 마치 고집 센 바지락처럼.'


'지주가 얼마나 뚱뚱한 지 아니? 말이 한 발짝도 떼지 못할 정도로 뚱뚱하단다. 허허허.'


'주앙 삼촌은 기억의 미궁 속에 빠졌다. 그의 얼굴은 삐쩍 마른 귤껍질 같았다.'


'두 번째로 입양된 집에서 구박받았던 기억의 파편이 깨진 유리처럼 삼촌의 머릿속을 채웠다.'


'온정이 있기 때문에 가난한 형편에도 무정한 시대에 태어나 날개가 찢긴 낯선 고아를 가슴으로 받아줄 수 있었을 것이다.'


'굶주림에는 다이아몬드처럼 영원할 것 같은 영혼도 태양 아래 아이스크림보다 빠르게 녹아버린다.'




글을 쓸 때 필요한 것은 상상력이다.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험에 근거한 표현. 표현에 담기는 경험을 통해 사실과 상상을 오가는 영역이 확장된다.

 누군가의 경험은 상상을 통해 확장되고 확장된 경험은 상상 속에서 날개를 단다. 그래서 우리는 글을 쓸 때 필요한 상상력 역시 글을 통해서만이 배울 수 있다. 책 외에는 스쳐 지나가는 말에서 이렇게 영감을 불러오는 표현을 만나기란 너무나 희박하다.

그래서 글을 쓰는 작가는 대부분 많은 독서를 통해 글의 영역을 확장시켜간다. 그런 선순환 속에서 글은 좀 더 다양해지고 관대하고 자신만의 색이 담기는 개성을 갖는다.


책을 읽으면서 항상 생각하고 염두에 두면 좋을 질문.

Q. 이번 주 나의 눈을 사로잡은 글이 있는가

Q. 나의 생각을 확장시킨 문장이 있는가

Q. 나에게 영감을 주고 글을 떠올리게 만든 문장이 있는가

Q. 마음에 남아서 계속 생각하게 만드는 표현이 있는가.

이렇게 스스로 질문하면서 책을 보면, 책 속에서 헐떡이고 있는 심장 같은 문장을 발견하게 된다.


<참을 수 없는 글쓰기의 유혹>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글쓰기든 그림 그리기든 비행술이든 무엇인가를 지적으로 이해하고 거기서 진정한 흥미를 느끼려면 직접 그것을 해보는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저자가 이끌었던 글쓰기 모임의 글들을 보여준다. 저자 역시 아마추어인 예비 저자들의 글에서 수많은 영감을 얻고 글의 힘을 느꼈다고 한다.

아마도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글쓰기를 희망하는' 많은 분들이 그저 보고 지나갈 수도 있다. 그럴 확률이 더 높을수도.

하지만, 누군가는 분명 시작할 것이라 믿는다. 한 문장이라도, 몇 문장이라도, 지금 이 순간 느껴지고 생각나는 것들을 종이위에 적어본다면, 그분은 자신의 마음을 좀 더 분명히 알게 될 것이다. 자신의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 지를.


'아버지와 어머니가 안 계시면 내가 어떻게 살지 모르겠다. 그분들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방안이 따뜻할 때, 종종 나는 이 말이 얼마나 많은 걸 뜻하는지 생각해본다. 아버지가 5시 반에 여기저기 난로에 불을 지피고, 6시 반이면 그토록 따뜻해진다.'


저자는 이 글에 대해 '투명하고 단순하게, 한 단어의 군더더기도 없이 잘 쓴 글'이라 평했다.

나의 일상 속에서 군더더기를 걷어내고, 투명하고 단순하게 글쓰기를 시작해보면 어떨까.

나도 저자의 책에 실린 누군가의 습작노트를 통해서 저자가 느꼈을 즐거움과 기쁨, 감동과 교훈을 얻었다.

이런 글들에서.


'아버지, 오늘처럼 추운 날이면 썰매들이 더 아름답게 노래하는 것 같죠?'


'아유, 저 여자는 집에나 가지, 도대체 왜 나를 빤히 쳐다보는거야? 베이커 여사는 조바심치며 생각했다. 지난해 노상강도를 당한 뒤로 나는 낯선 사람이 내 행동에 관심 있다는 듯이 구는 걸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단 말이야. 내 뒤에서 빠른 발소리만 들려도 정말 미치겠단 말이야!'


'출입구를 가린 야자수가 마치 호랑이라도 스쳐가는 풀잎처럼 그의 뒤쪽에서 너풀거렸다.'


'이 지긋지긋한 고물 청소기는,' 나이든 엠마 주드킨스는 응접실 양탄자 위로 진공청소기를 밀면서 짜증스럽게 말했다. "남편의 키스보다도 더 흡입력이 없구먼."


이렇게 사무치게 좋은 글들을 '어린 두 자녀와 남편이 있을 그녀'가 썼다.

'그 동안 무엇인가를 써볼 틈이 없었으며, 자신이 별다른 특별한 능력을 갖고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을' 그녀가 썼다. '돈을 벌겠다는 희망때문에 글을 쓰는 것이 아닌', '자신이 작업을 하는데(글을 쓰는데) 다른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그녀가 썼다.

우린 모두 '그녀'이다. 문장 하나하나가 이토록 즐겁게 생명을 가진, 상상력과 창조력이 넘치는 글을 쓸 줄 아는 그녀가 자신의 능력을 모른채 청소를 하고, 아이들을 양육하고, 남편을 보살피며, 글을 쓰는 데에도 시간을 써야한다는 사실을 모른체 살아가고 있다.

저자는 이렇게 '가여운 부인들은 바로 이것-정말로 이기심 없는 자기희생-때문에 여성이 위대한 것이며 또한 이것이 그녀들에게도 유익하다고 줄곧 설득당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1985년에 9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그녀의 글을 책을 통해 보면서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이 순간 저자와 교감하며 글로서 저자를 만나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그래서, 그것이 그토록 글이 좋을 수 밖에 없는 또한가지 이유이다.


저자는 진정한 것을 자유롭게 창조적으로 쓰기만 한다면 누구나 훌륭한 글을 쓸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교육을 받았든 받지 못했든 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말할 가치가 있는 이야기를 생각하고 느낀다는 것, 그리고 그들도 위대한 사람이나 진짜 시인들과 마찬가지로 그 이야기를 아름답게 쓸 수 있다는 것, 바로 이것이 내가 방신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이다.' - 브렌다 유랜드


이것이 나도 당신에게 하고싶은 이야기...

그리고 듣고싶은 이야기.



반지를 낀 손으로 반짝이는 글을 씁시다.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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