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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인잠 Jun 19. 2020

너만의 꽃과 향기를 전할 수 있게

인근 지역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를 보고 걱정스레 말했다.

어서 끝나면 좋겠는데 아직 여전하고, 또 기간이 언제까지일지, 끝은 있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항상 손을 자주 씻고 어디 다녀오면 옷부터 갈아입으라고 했다.

그랬더니 아이가 말했다.

'어떡해~!'

그래서 내가 말했다.

'괜찮을 거야, 손 자주 씻고 사회적 거리 유지하고, 위생....'

"아니 그게 아니고, 거기 사시는 분들 어떡하냐고, 코로나 환자 많이 나오고 있어서...."


아... 순간

머리를 한 대 맞는 것 같았다.

나는 우리 아이들을 걱정했는데, 아이는 확진자가 나온 도시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래서 다시 말했다.

"아, 엄마가 미안해, 엄마보다 딸이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구나... 거기 사시는 분들도 조심하시고 잘 관리하시면 괜찮을 거야, 코로나 걸려도 잘 치료받으면 나을 확률도 높고..."

그랬더니 아이도 부디 그렇게 모든 분들이 피해 입지 않고 힘든 일 겪지 않으면 좋겠다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아이의 예쁜 마음은 엄마의 잔소리 앞에서만 튕겨나가는 가보다. 그래서 잔소리 금지.

나는 그저 입 다물고 열심히 돈이나 벌고, 필요한 거 있을 때 멋지게 지갑만 열면 되는 것인가 보다.


일곱 살 막내가 너무 곤하고 예쁘게 잠이 들어서 깨우지를 못하겠다. 몇 번 깨웠는데 그렇게 태평하게 잠든 얼굴을 도저히 깨울 수가 없어서... 그냥 자도록 두었다.

예전에는 나의 생활 속에서 아이들을 살폈는데, 요즘은 아이들의 생활 속에서 나를 살피고 있다.

아이들이 생활하고 자라 가는데 있어서 민폐 끼치지 않는 엄마, 도움되고 밝고 건강하고 씩씩한 엄마, 함께 있으면 즐겁고 좋고 더 있고 싶은 엄마. 어딜 가든 우리 엄마라는 사실이 너무 좋고 자랑스러운 엄마이면 좋겠다.


우연히 하게 된 딸과의 계약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시고 좋아해 주시는 가운데...

https://brunch.co.kr/@uprayer/485


딸은 약속대로 '잔소리를 듣지 않고 원치 않는 학원에 가지 않기 위해' 매일 독후감을 가장한 글을 얼렁뚱땅 쓰고 있다.

https://brunch.co.kr/@uprayer/486

https://brunch.co.kr/@uprayer/489


그런데 얼마나 '잔소리'와 '학원'에서 멀어지고 싶은지 노력이 가관이다.

머리 위에 얼음주머니를 올려놓고 열공- 아니 열필 중이다.

머리에 얼음을 채운 비닐을 올리고 열공하는 모습


그런 정신력이면 하버드에 가고도 남겠다.

공부 잘하는 친구와 단짝인데 그 친구는 하루에 4시간이고 5시간이고 8시간이고, 맘먹으면 앉아서 공부를 한다고 한다. 공부가 그렇게 좋단다. 그 말에 내가 말했다.

엄마도 책 읽으라고 하면 4시간이고 5시간이고 8시간이고 앉아서 책만 읽고 싶다고 했다.

그랬더니 아이가 말했다.

"엄마는 가끔 글 쓰는 게  힘들다고 하면서, 남이 쓴 글을 읽는 것은 그렇게 좋아?"

듣고 보니 그랬다. "원래 내가 차려먹는 음식보다 남이 차려준 음식을 먹는 게 더 맛있는 법이거든."

아이는 아무리 좋아도 어떻게 공부를 몇 시간이고 할 수 있냐면서 놀라워했다.

"그런데 너도 그림을 몇 시간이고 앉아서 그리잖아?"

그랬더니 아이는 그림 그리는 것은 노는 것이지 공부가 아니라고 했다.

노는 것으로 느껴질 만큼 즐거운 것이라면, 그것을 평생의 업으로 삼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면 좋아하는 일이 잘하는 일이 되고, 잘하는 일이 직업이 되고, 그 직업에서 보람과 성취를 느끼면 좋겠다.


아이가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이라면, 뭐든 도와주고 싶다.

아이가 선택하는 일이 옳을 일이라 생각한다. 적어도 나보다는 자신에 대해서 더 많은 고민을 하고, 가장 어울리는 선택을 할 테니까.



말을 아껴요 by 아인잠's 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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