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소낙비>라는 글을 읽었는데, 제목이 왜 '소낙비'로 정해진 것일까? 물론 제목을 정하는 것은 그 글을 쓴 작가가 원하는 대로 짓는 것이지만, 그래도 왜 소낙비로 제목을 지었는지 궁금해졌다.
제목을 해석하려면 그 단어의 의미 또는 뜻을 알아야 하는데, 나는 소낙비가 어느 강도를 가진 비인지 모른다. 그래서 구글에 소낙비의 뜻을 검색해봤는데, 소나기라고 한다. 소나기는 잠깐 내렸다가 금방 사라지는 느낌의 비인데, <, =, > 기호를 사용해 표현하자면, 여우비 < 소나기 < 스콜 정도 되는 것 같다.
(스콜은 열대지방에서 거의 매일 내리는 소나기를 말한다. 쫘악~)
그런데 이 이야기에서 소나기가 나오는 곳은 많이 봐야 서너 줄 정도다. 그런데도 제목을 '소나기'로 한 것을 보면 그 서너 줄이 굉장히 중요하단 뜻인가? 아니면 작가가 얼떨결에?
+엄마에게 독후감 내는 느낌 :
1. 초등학교 다니는 느낌이다.
2. 평소에 별로라고 느낀 책이었는데, 재미있다는 걸 알게 되어 좋음!
엄마의 참견 >>>
황순원 작가의 소설 중에도 <소나기>라는 제목이 있지만, 김유정 작가의 <소낙비>는 전혀 다른 느낌의 이야기임을 알 수 있었을 거야. <소낙비>는 '소나기'의 뜻이지만, 이 소설을 작가가 처음 발표했던 1935년에 원래 제목은 <따라지 목숨>이었어. 고향을 버리고 다른 곳을 떠도는 사람들의 힘든 삶을 표현한 작품인데 신문사에서 바꾼 제목이 <소낙비>야.
(참고로 '따라지"는 보잘것없고 하찮은 처지의 사람을 뜻해)
<소낙비>는 소나기에 대한 묘사로 이렇게 시작해.
'음산한 검은 구름이 하늘에 뭉게뭉게 모여드는 것이 금시라도 비 한 줄기 할 듯하면서도 여전히 짓궂은 햇발은 겹겹 산속에 묻힌 외진 마을을 통째로 자실 듯이 달구고 있었다.'
음산한 검은 구름이 하늘에 뭉게뭉게 모여드는 모양이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한데, 태양은 여전히 이글이글 타오르는 모양이 짓궂게 느껴질 정도야, 산속 깊은 곳에 있는 마을을 태양이 통째로 삶을 것처럼 뜨겁게 내리쬐고 있는 풍경인데 이때 갑자기 비가 내리는 모습을 상상해볼까? 소나기가 시원하게 내리고 지나간 마을의 풍경도...
왠지 맑고 깨끗하고 시원한 시골 풍경을 상상할 수도 있겠지만, 소설엔 언제나 힌트가 있어. 작가가 감춰놓은 힌트. 이것을 '복선'이라고 하는데, 소설의 시작이 '음산한 검은 구름이 하늘에 뭉게뭉게 모여드는 것'으로 시작하는 만큼, 이야기의 내용이 밝지는 않아.
원제목 '따라지 목숨'에 나오는 '따라지'처럼, 보잘것없고 하찮게 살아가는 사람의 처지에 대해 사실적으로 표현한 이야기라서, 엄마 생각에 조금은 염려도 되었어. 이제 중학생이 된 아이가 읽기에는 이해하기 힘든 내용과 어른들의 일이 묘사되어서, 하지만, 책으로 접하는 이야기들은 삶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하나의 창문이라 생각하고, 이왕 펼친 작가의 책이니만큼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어.
남편이 아내를 끊임없이 들볶고 폭력을 가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어오게 하는 것,
아내는 나쁜 일임에도 불구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 행동하는 것,
그것을 좋게 여겨 계속해서 아내를 돈 벌어오도록 내보내는 남편,
이런 부부의 모습에서 무엇을 느꼈을지, 차마 물어볼 수는 없었어. 엄마는 세상에서 맑고 고운 이야기만 전해주고 싶지만, 여러 방식으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접하며 자라 갈 너이기에 엄마는 이렇게 책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음에 감사하게 생각해.
주인공이 힘들게 고생하고 고난당하고, 어려운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우린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고, 기억에 남기면 좋을까. 선택은 각자의 몫이지만, 힘들 때에도 희망을, 슬픔 속에서도 기쁨을, 눈물 속에서도 위로를 얻을 수 있는 독자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잘못된 일에서는 정당한 일을, 게으름 앞에서는 책임을, 배신 앞에서는 신의를 지키는 삶에 대해 생각하고, 덜 후회하고, 덜 반성하고, 더 좋은 선택을 하고 더 나은 일을 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 그것이 책이 주는 교훈이자 희망이 아닐까.
앞으로 살아가면서 우리가 나눌 수많은 이야기들에서, 좋은 가치들을 발견하고 더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사람이 되자. 때론 힘든 일이 있을 지라도 마치 지나가는 '소낙비'처럼 비는 멈추고, 하늘에 태양은 다시 떠오를 테니까.
*그래도 그렇지 초등.중등 아이들이 읽도록 만든 단편소설집에 실리기는 너무 이르다고 생각한다. 책의 내용과 표현을 좀 더 세심하게 추려서 작품을 소개하면 좋겠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