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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인잠 Jun 28. 2020

김유정 작가의 <금 따는 콩밭>을 읽고

중 1 딸과 엄마의 책으로 대화하기

제목 : <금 따는 콩밭>을 읽고


날짜 : 2020.06.26. 금


오늘은 <금 따는 콩밭>을 읽어봤는데, 지금까지 읽은 소설 중 다수의 작품에 나오는 여자들은 남자들에게 좋지 않은 대접을 받은 반면, 남자들은 좋은 결말을 맞이했다.(비교적으로)

그런데 이 중에서 좋지 않은 결말을 맞이한 건 단 한 작품, <운수 좋은 날>이다. 하지만 <운수 좋은 날>에 나오는 여자 역시 좋은 결말을 맞진 못했다. 집에서, 혼자서 죽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내가 지금까지 읽은 이야기 중 해피엔딩을 여자가 맞이한 건 <동백꽃> 밖에 없을까?

글을 쓸 때 '여자 등장인물들은 무조건 안 좋은 결말을 맞아야 해. 적어도 남자가 여자보다 더 좋은 결말을 맞아야 해' 이런 규칙도 없는데, 왜 여기에 나오는 이야기 중에 여자만 좋은 결말을 맞은 소설은 없을까?

게다가 여자 등장인물과 남자 등장인물이 서로 부부인 경우가 많았는데, 항상 여자 등장인물은 남자 등장인물에게 맞았다. 하지만 이런 글밖에 못 읽은 이유는 내가 읽은 것들이 다 새드엔딩이었을 수도 있지만, 이쯤 되면 여자만 해피엔딩인 것도 한 두 개는 나와야 하지 않았을까?



엄마의 참견 >>> 

지금까지 읽어왔던 소설이 대부분 1920~1930년대 이야기였고, 그 당시는 우리나라가 일제 침략기에 해당한 기간이었어. 우리 국민이 가난하고 힘든 처지에 일어났던 일들이 소설에 많이 표현되었고, 그래서 아마 지금의 우리가 읽기에는 해피엔딩보다는 무겁고 어렵게 느껴지는 이야기가 많았던 것 같아.

특히 지금 쓰지 않는 옛날 어휘나 방언도 많이 나오기 때문에 이야기를 읽어나가는데 어려움도 컸을거야.

그래도 그 와중에 우리가 여러 편의 이야기를 읽어오고 있다는 것이 감사하고, 좋은 작가와 작품들을 기념할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해.


이 이야기에도 역시 가난한 소작인이 나와. '소작인'이라는 개념은 '일제시대'임을 알 수 있는 단어인데, 지난번에 읽었던 동백꽃에서도 남자 주인공은 소작인의 아들이었고, 점순이는 상위계급의 딸이었기 때문에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이기도 했어. 

 

"아내는 콩밭에서 금이 날 줄은 아주 꿈 밖이었다. 놀라고도 또 기뻤다. 올에는 노냥 침만 삼키던 그놈 코다리(명태)를 짜장 먹어 보겠구나만 하여도 속이 미어질 듯이 짜릿하였다. 뒷집 양근댁은 금점 덕택에 남편이 사다 준 고무신을 신고 나릿나릿 걷는 것이 무척 부러웠다. 저도 얼른 금이나 펑펑 쏟아지면 흰 고무신도 신고 얼굴에 분도 바르고 하리라."


소설 속에 여자 주인공은 가난한 생활에 오랫동안 시달려오다 보니 탐욕과 허망한 꿈을 갖게 되었고 남편을 부추겨서 '콩밭'에서 '금'을 찾아 헤매게 해. 그리고 당연히 콩밭에서 금을 찾을 리 없는데, '금'을 찾지 못하는 남편을 원망하는 인물이야.

남편 역시 주변 사람들의 꼬임에 넘어가서 콩밭에서 금을 캐려고 고생하고, 마지막에는 흙을 금이라고 속여 팔고는, 그 날밤에는 도망가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이야기는 끝이 나.

어떻게 읽었어? 남녀 주인공의 탐욕이 빚은 어이없는 고생담이 잘 와 닿지 않았을 수도 있고, 남편이 아내를 폭력적으로 대하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어서, 그리고 계속되는 언해피한 결말에 잘못됨과 의아함을 느낀 것도 당연해.


모든 작품은 '주제'를 담고 있고 주인공은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과 꿈을 반영하고 있어. 우린 이 작품에서 어떤 것을 생각하고 남기면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면서 이야기를 읽으면 좀 더 오래 기억할 수 있고, 책을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봐.

그냥 읽고 덮어버리는 것보다 이런 식으로 글로 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작품을 좀 더 이해하기위해 노력하는 적극적인 방법이기도 해. 그리고 제목에도 의미를 두고 생각해보면 좋아.

제목인 <금 따는 콩밭>에서 약간의 모순을 느낄 수 있지. 콩밭에서 왜 금을 따? 금을 따는 콩밭이 있어? 하는 의문을 품어도 좋고.

제목에서부터 느껴진 모순은 이야기 내내 '모순-탐욕- 원망 -도망'의 결과로 이어지는데, 시작부터 잘못 끼운 단추가 끝에 가서 어떻게 되는지를 가늠해 볼 수도 있는 이야기야.


우리의 꿈이 허황되지 않기를 바래. 모두가 아니라고 할 때, 내가 판단한 최선의 생각으로 끝까지 도전해서 성공을 이뤄내는 영웅도 있지만, 실제로 허황된 욕심으로 인생이 패망하는 사람들도 있거든,

소설의 내용은 현대 시대에 적용한다면, 계속해서 로또 당첨을 꿈꾸며 전재산을 쏟아붓는 경우라 할 수 있어.

열심히 성실히, 꾸준히 일해서, 하루하루 얻어지는 삶의 열매를 차곡차곡 모아서, 자신이 일군 열매를 알맞게 먹고 나누는 사람들이 더 많아. 나의 꿈과 나의 행복, 나의 인생과 나의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우리는 금 따는 금밭에서, 콩따는 콩밭에서 성실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래.

그럴 때 정말 우리 삶이 '금 따는 콩밭'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내가 얻고 싶은 금은 무엇일지, 내가 따고 싶은 콩은 무엇일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발견할 수 있는 곳이 엄마는 '책'이라 생각해.

주인공은 주변 사람에게 '흙'을 '금'이라 속이고 도망갈 생각을 하지만,

우리는 콩밭에서 정직하게 '콩'을 일궈서 적어도 스스로 자신을 속이지 않기를, 그런 삶을 신이 축복하셔서 '콩'속에 '금'을 발견케 해 주시기를, 엄마는 기도해.

너의 삶에 콩 같은 금이 가득하기를, 금 같은 콩이 넘쳐나기를 바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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