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1 딸과 엄마의 책으로 대화하기
(*사랑하는 대상에 대해 강력한 애정을 가지고 이를 표현하며 표현에 대한 보답이 자신의 기준에 부합하게 이루어지기를 원함. 대상으로부터의 보답이 자신의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 나머지 사회 통념상 인정 가능한 애정표현의 수준을 벗어난 행위 및 병적인 행위를 수반, 자신의 강력한 애정을 표현해 대상으로부터 자신의 기준에 알맞은 보답을 이루어내려는 성격유형에서 파생된 단어. 위키백과 참조)
<동백꽃>에서도 격하게 마음을 표현하는 용맹한 점순이가 나와. 점순이의 마음을 눈치채지 못하고 어수룩한 주인공은 "이놈의 계집애가 미쳤나"하고 생각해.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서 서로가 너무 몰랐던 거지.
이 소설의 '동백꽃'은 우리가 잘 아는 붉은 꽃이 열리는 동백나무의 꽃이 아니라, '생강나무'를 말해.
소설 속에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이란 표현이 나오거든.
이야기 속에서 점순이가 상당히 적극적인 표현을 하지. 좋아하는 마음으로 어떻게든 말 한마디 붙여보려고 애를 썼어. 좋게 주면 되지 괜히 '이런 거 없지' 하면서 감자를 먹으라고 한다던가, 닭싸움을 붙인다던가, '혼자 일하니?', '일하기 좋니?'. 벌써 울타리를 만드냐, 너 바보냐 하면서 자꾸 말을 시켜. 그런 식으로 말하니까 주인공도 알리가 없지, 점순이가 자기를 좋아해서 그런다는 걸. 어리숙한 우리의 주인공은 이야기 내내 점순이에게 들들 볶이다가 나중에는 '엉금엉금 기어서 산 위로' 도망가며 이야기가 끝나.
예전에는 우리가 생각하기에 이상하게(?) 느껴지는 이름도 많았어. 점순이, 말순이, 6월에 태어나면 유월이, 9월에 태어나면 9월이... 엄마 친구 중에는 얼굴에 점이 많아서 별명이 '점순이'가 된 아이도 있긴 해.
남자애가 점순이가 준 감자를 거절하자 점순이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졌다는 표현이 엄마도 참 재미있었어.
점순이가 감자를 줄 때는 '먹고 싶으면 먹고 싫으면 말아'하는 생각으로 준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그 녀석이 내 감자를 맛있게 먹고 좋아하는 얼굴을 보고 싶은 마음'으로 내민 것이거든, 그런데 주인공이 감자는 쳐다도 보지 않고 “난 감자 안 먹는다, 너나 먹어라.” 하며 '고개도 돌리려지 않고 일하던 손으로 그 감자를 도로 어깨너머로 쑥 밀어' 버렸으니, 점순이가 화가 나고 속상하고 마음이 아파진 거야, 그래서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서는 가버렸지.
점순이가 어떤 모습으로 가버렸는지 머릿속으로 그려볼까?
"한참 나를 요렇게 쏘아보더니 나중에는 눈물까지 어리는 것이 아니냐. 그리고 바구니를 다시 집어 들더니 이를 꼭 악물고는 엎어질 듯 자빠질 듯 논둑으로 힁허케 달아나는 것이다."
아마도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훨씬 더 속상했을 것 같아. 감자를 거절당한 것은 점순이의 마음- 짝사랑을 거절당한 것이니까, 그것도 '쳐다봐주지 않은 채로' 말이지.
하지만 이야기 후반에 ‘나’는 '그 향기에 정신이 아찔해진다'는 표현이 나온 걸로 봐서, 드디어 주인공도 점순이에게 좋은 마음을 느낀 것 같아. 열매가 익어가듯이 감정도 익어가는 것이어서,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감정이 어떻게 변화되어가는지 눈여겨보면 재미있게 읽어질 거야.
홍당무처럼, 토마토처럼 붉어진 까무잡잡한 점순이의 얼굴이 이야기 끝에서는 어떻게 되었을까? 책에 표현되어있지 않는 모습들도 상상하며 읽어보자. 언젠가 누군가에게 점순이처럼 '감자'를 내밀고 싶을 때 뭐라고 말할지 상상도 해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