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인잠 Jun 24. 2020

김유정 작가의 <봄봄>을 읽고

중 1 딸과 엄마의 책으로 대화하기

제목 : <봄봄>을 읽고


날짜 : 2020.6.23. 화


오늘은 <봄봄>이란 걸 읽었는데 이 책의 말대로 하면 00 할 수 있다.


첫 번째 : 오래 살고 싶으면 봉필 할아버지한테 귀에서 피나도록 욕을 들으면 된다.

(참고 : 누굴 막론하고 그에게 욕을 안 먹는 사람은 명이 짧다고 했다.ㅋㅋㅋ)


두 번째 : 봉필 할아버지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 키가 작아서 딸의 결혼을 미루는데, 반대로 생각하면 결혼하기 싫은 사람은 성장을 억제하는 약을 복용하면 된다. ㅋㅋ


세 번째 : 이건 거의 뭐 조선시대에나 해당하는 경우인데, 99% 공짜로 일해줄 머슴을 구한다면 키 안 크는 어린(?) 딸과 데릴사위만 구하면 된다. 왜냐하면 봉필 할아버지가 이렇게 억지를 부렸는데 <봄봄>의 등장인물이고 이 글은 <봄봄>에 나오는 이야기니까 이렇게 된다.

하지만 주인공과 결혼할 상대가 아직 성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 방법 안 써도 몇 년 동안 부려먹기 가능 ㅋㅋ



엄마의 참견 >>> 

네가 쓴 글을 읽으니 살며시 웃음이 나. <봄봄>을 읽으면서도 왠지 한 편의 개그같이 느껴지는 상황에서 웃음이 났는데, 이런 표현을 '해학적'이라고 불러. 이야기를 지은 김유정 작가의 소설에는 이렇게 재미있고 우스꽝스럽게 느껴지는 사건이 나오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어. 미래의 장인어른이 될 사람이 결혼을 미끼로 사위를 머슴처럼 부리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이지.

이야기의 시작이 '싸움'으로 출발해서 '싸움'으로 끝나는 것이 인상적이었어. 아무렴 3년 7개월이나 애꿎은 머슴살이를 했으니 얼마나 원통할까.


주인공은 처음에는 장인의 속임수를 간파하지 못하고 열심히 일만 했는데, 나중에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막상 지금까지 참고 일한 게 억울해서 도망가지도 않고 계속 일해. 만약 나라면 어떡할까?

 뭔가 잘못되어간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그때라도 다른 선택을 한다면 적어도 내가 애써 일한 시간과 노력을 더 이상 헛되게는 쓰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그나마 이야기의 끝에 가서는 드디어 주인공이 대드는 장면이 나와. 그런데 믿었던 점순이마저 자신을 편들지 않고 아빠 편에 서서 싸우자, 맥이 풀려서 주저앉고 말아. 그래도 점순이와의 결혼을 꿈꾸면서 힘든 일들을 버티고 오랜 시간을 참았던 건데, 주인공의 마음을 알면서도 끝까지 속이고 이용한 장인어른도 나쁘지만, 주인공의 마음을 몰라주는 점순이의 모습을 보면서 주인공이 불쌍해졌어. 


"장모님과 점순이가 헐레벌떡하고 단숨에 뛰어나왔다.

나의 생각에 장모님은 제 남편이니까 역성을 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점순이는 내 편을 들어서 속으로 고소해서 하겠지―---대체 이게 웬 속인 지(지금까지도 난 영문을 모른다) 아버질 혼내 주기는 제가 내래 놓고 이제 와서는 달려들며,

“에그머니! 이 망할 게 아버지 죽이네!”

하고 내 귀를 뒤로 잡아당기며 마냥 우는 것이 아니냐. 그만 여기에 기운이 탁 꺾이어 나는 얼빠진 등신이 되고 말았다. 장모님도 덤벼들어 한쪽 귀마저 뒤로 잡아채면서 또 우는 것이다.

이렇게 꼼짝도 못 하게 해 놓고 장인님은 지게막대기를 들어서 사뭇 내려조겼다. 그러나 나는 구태여 피하려지도 않고 암만해도 그 속 알 수 없는 점순이의 얼굴만 멀거니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왜 제목은 <봄봄>일까? 처음에 김유정 작가가 소설을 발표했을 때는 글자와 글자 사이에 점이 찍혀있었어.  <봄봄>이 아니라 <봄·봄> 인 거지.

제목이 왜 <봄. 봄>인 건지, 그리고 언제부터 점이 없이 <봄봄>으로 바뀐 건지는 모르지만 처음엔 분명히 점이 있었다는 것에 생각해볼 만한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소설이나 영화 같은 작품에서 흔히 '봄'은 사람의 인생 중에서 가장 젊은 시절의 청춘을 뜻하거나, 행복한 시절, 좋았던 시절을 의미해, 그런 면에서 <봄. 봄>은 간절하게 바라고 얻고 싶은 행복과 희망에 대한 의미를 담고 있거나, 혹은 주인공과 점순이의 '봄'날에 대한 이야기를 뜻하는 것은 아닐까?

작가가 설명하지 않고 돌아가셨기에 우린 상상해볼 수밖에 없어. 

어쩌면, 봄에 대한 물음표를 독자에게 남겨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제목을 만약 바꾼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장인어른과의 한판승>이거나, <얄미운 점순이>는 어때?

요즘 시대 같으면 "3년 7개월의 노동을 보상하라!!!" 외치며 노동청에 고발이라도 해볼 텐데 그저 맥없이 점순이의 얼굴만 들여다보는 주인공의 모습을 상상해보면서 주인공의 인생에 진짜 <봄>이 찾아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 그리고 우리의 <봄, 봄>을 기대해보자. 엄만 특히 너의 봄을 기대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