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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인잠 Jun 22. 2020

현진건 작가의 <B사감과 러브레터>를 읽고

중 1 딸과 엄마의 책으로 대화하기

제목 : <B사감과 러브레터>를 읽고


날짜 : 2020.6.22. 월


오늘은 <B사감과 러브레터>를 읽었는데, 다 읽고 나서 갑자기 이 이야기를 좀 더 오버해서

현실적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말을 조금 바꿔봤다.


B사감 : "난 너 싫어. 미안. 풉푸풉. 푸 카카 카"


(그런 B사감의 모습을 세 여학생이 보고)


여학생 1 : "아... 내 눈..."(안 본 눈 삽니다.)

여학생 2 : "돌은 거 아냐? 아까 그렇게 혼내더니.. 빨리 이거 찍어서 인스타에 올려야지!" (비장함)

여학생 3 : "에그". (나 자신이) "불쌍해!" (또르륵)

여학생 2 : "아 됐다! 이제 올렸어 얘들아!"


이 스토리를 평가해 보자면, 동영상을 맘대로 찍어 인터넷에 유포하는 것도 안되지만, B사감도 마찬가지로 여학생들에게 온 편지를 보는 것도 프라이버시 침해 아닌가 싶다.

아예 편지 오기까지 기다렸다가 수신인을 가려서 남자 이름 같다 싶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쫙쫙 찢어버리면 될 것 같은데 갖고 있다가 왜 혼자서 보는 걸까?



엄마의 참견 >>>

재미있게 읽었어? 이 소설은 자그마치 1925년도에 발표된 소설이야. 거의 100년 전에 지어진 이야기지?

소설의 B사감 선생님의 연기가 참 인상적이었어.

무슨 일인지 B사감은 ‘사내란 믿지 못할 것, 우리 여성을 잡아먹으려는 마귀인 것, 연애니 자유이니 신성이니 하는 것도 모두 악마가 지어낸 소리인 것’이라고 말하는 선생님이야.

이런 B사감이 '질겁을 하다시피 싫어하고 미워하는 것'이 있었으니, 쥐도 아니고 바퀴벌레도 아니고, 바로 '러브레터'였데.


남자를 '마귀'에 비유할 정도로 아주 싫어하는 사람인데, 웬일일까? 밤 한 시경에 난데없는 소리가 들려.

‘깔깔대는 웃음과 속살속살 하는 말이 새어 흐르는 일’이 발생한 것이지.

그래서 여학생 1.2.3이 살금살금 다가가 보니, 글쎄,  B사감이 혼자서 남자와 여자를 1인 2역으로 연기하며 러브레터를 읽고 편지를 끌어안고 하며 연극을 하고 있었지 뭐야.


“경숙 씨가 좋으시다면 내야 얼마나 기쁘겠습니까. 아아, 오직 경숙 씨에게 바친 나의 타는 듯한 가슴을 인제야 아셨습니까!”     

정열에 뜨인 사내의 목청이 분명하였다. 한동안 침묵…….     

“인제 고만 놓아요. 키스가 너무 길지 않아요. 행여 남이 보면 어떡해요.”     

아양 떠는 여자 말씨.     

“길수록 더욱 좋지 않아요. 나는 내 목숨이 끊어질 때까지 키스를 하여도 길다고는 못 하겠습니다. 그래도 짧은 것을 한하겠습니다.”


어머~ 이게 무슨 일 이래? 1인 2역으로 연기하는 B사감의 모습을 상상해서 보면 너무 민망스럽기도 하고 놀라운 장면이야. 근래에 읽은 책 중에 그나마 이해하기가 쉬운 이야기여서 재미있게 읽었을 것 같아.

이렇게 사람과 사건을 재미있게 과장해서 표현하는 방법을 '묘사'라고 해, 학교 수업 때 들어봤을 거야.

눈 앞에 일어나는 일을 눈 앞에 그려지도록 설명하는 이런 묘사의 방식은 이야기를 영화처럼 상상해서 보게 만들고 재미를 주지. 소설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 작가가 많이 쓰는 방법이니 앞으로 글을 쓰거나 무언가를 표현할 때 '묘사'를 이용해보렴. 한결 재미있는 표현을 만들 수 있을 거야.


엄마도 처음에는 B사감이 이상하게 보였어. 소설 속에서도 여학생 1.2가 B사감의 모습을 훔쳐보며 이야기하잖아...


“에그머니, 저게 웬일이야!”     

첫째 처녀가 소곤거렸다.     

“아마 미쳤나 보아, 밤중에 혼자 일어나서 왜 저리고 있을꾸.”     

둘째 처녀가 맞방망이를 친다…….     


그런데 여학생 3이 이렇게 말해.


“에그 불쌍해!”     

하고 셋째 처녀는 손으로 괸 때 모르는 눈물을 씻었다…….


여학생 3의 눈물은 어떤 의미였을까?

엄마 생각에는 왠지 모르게 이상해 보이긴 하지만, B사감의 그런 모습에서 여학생 3은 B사감을 좀 더 이해하고 따뜻한 마음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아. 여학생 3이 본 것은 B사감 마음속에 있는 사랑받고 싶은 마음? 외로움?

사람은 누군가에게 이해를 받을 때, 배려를 받을 때, 사랑받고 존중받는 기분이 들거든, 어쩌면 B사감은 정말 이해받고 사랑받고 싶었던, 여학생 1.2.3, 그리고 보통의 사람들과 같은 사람일 뿐이지 않을까...

엄마는 마지막 장면이 참 좋았어^^


암튼, 엄마도,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해. 앞으로 너에게 러브레터가 온다고 해도 엄마는 B사감처럼 보지는 않을게. 다만 그놈이 어떤 놈인지 글솜씨는 좀 보고 싶구나^^ 보여주면 고맙고 아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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