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돈>을 읽고
2020. 6.20. 토
제목이 익숙한 단어이지만, 오늘은 내용과 아무 관계가 없어 보이는 제목의 글을 읽어봤다.
제목은 <돈>이다. 이 글에는 현금에 대한 이야기가 별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진 않은데, 왜 <돈>이라고 지었을까?
또, 글 중에 '양돼지'라는 단어가 있는데 양+돼지일까?
그리고 정말 만약에 양+돼지라면 모습이 어떻게 될까? 돼지의 몸에 양의 털? 양의 몸에 돼지의 얼굴?
궁금한데... 구글이나 네이버에 검색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본문 내용 중 철로 망꾼이 돼지를 잃고 슬퍼하는 주인공을 건널목에서 몰아낸다. 요즘으로 치면 돼지가 죽었다고 누굴 불러 돼지 시체를 찾아 처리하게 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글의 배경이 식민지가 됐던 시기라면 그땐 일본 사람들이 정말로 저랬을까?
엄마의 참견>>>
제목이 <돈>이어서 우리에게 익숙한 '돈'을 생각했구나. 글자만 보면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
여기서 말하는 '돈'은 '돼지'를 뜻하는 한자, 돈(豚)을 말해. 우리가 좋아하는 '돈가스'에 '돈'이 그 '돈'이야.
처음부터 '돈'을 잘 못 이해한 데다가, 요즘엔 자주 사용하지 않는 어휘들이 많이 나와서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이해하기가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해.
이 소설은 제목처럼 돈= 돼지에 대한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는데, 돼지면 돼지이지 '양돼지'는 무슨 말이냐면, '서양 종자의 돼지'를 가리키는 말이야.
이야기의 시작은 어린 돼지를 강제로 끌고와서 새끼를 갖게 하는 사람들이 묘사되고 있어. 이때부터 집에 돌아올 때까지 '식이'는 오로지 마음으로 좋아하는 '분이' 생각밖에 없었거든.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철길에서 '분이'생각에 빠져있다가 그만, 사고가 나... 그래서 돼지는 기차에 흔적도 없이 깔려서 죽어 사라지고, 식이는 겨우 목숨을 구해. 이 모습을 보고 일본인 철로 망꾼이 나타나서 정신 차리라고, 죽을 뻔했다며 뺨을 때리고 철길에서 끌어내거든. 당연하지, 큰일 날 뻔했어. 큰 사고야. 물론 어린 돼지가 죽은 건 너무 안됐지만 사람이 죽는 건 더 큰 사고라고 할 수 있겠지. 물론 생명은 다 소중한 것이지만...
엄마가 예전에 선생님께 들은 말인데, 태풍으로 물난리가 난 상황에 돼지와 사람이 동시에 강물에 떠내려간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사람'을 먼저 구한다고 해. 엄마도 사람을 먼저 구해야 한다고 생각해.
이 작품에서도 마찬가지. 안타깝지만 철로를 건너면서 딴생각을 하다가 지나가는 기차에 돼지는 죽고 '식이'만 겨우 목숨을 구하거든. 그런 안타까운 이야기로 끝나.
그런데 엄마가 생각할 때 이야기의 끝이 참 슬펐던 것 같아.
식이가 돼지를 떠올리며 이렇게 중얼거리거든...
"한 방에서 잠재우고, 한 그릇에 물 먹여서 기른 돼지, 불쌍한 돼지..."
그래서 식이는 정신이 아찔하고 허전해서 금방이라도 자리에서 푹 쓰러질 것 같았다는 말로 이야기가 끝나.
누군가가 갑자기 사라졌을 때 심정이랄까.
한 방에서 함께 자고, 한 그릇에 같이 먹고, 비가 올 때나 눈이 올 때나 함께 시간을 보낸다면 사람이든 동물이든 각별한 감정이 생기는 것은 당연할 텐데, 눈앞에서 순식간에 그 존재가 사라진다는 것은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잃는 슬픔이거든. 그래서 엄마는 이야기의 끝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참 오래가더라구...
요즘 세상에도 돼지를 키우는 일을 하는 분들이 많지만, 소설 속에서 표현된 상황은 아주 가난하고 힘들고 절박하게 돼지를 키웠어.
돼지를 팔아서 돈을 벌면, 이제부터는 더이상 방에서 돼지를 기르지 않아도 좋고, 세금 못냈다고 밥솥을 뺏길 염려도 없을거라고 상상하면서, 좋아하는 분이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고싶은 꿈을 꿔. 그런데 그 꿈을 이뤄보지도 못하고 분이는 도망가고 돼지는 사고로 죽어버렸지.
식이가 이 사고로 잃어버린 것은 단순히 돼지 한마리가 아닌거야. 미래이기도 하고, 행복이기도 하고, 분이와의 이별이기도 해. 미래의 꿈과 행복, 사랑은 사람들이 원하는 아주 소중한 가치거든, 그것을 한 순간에 잃었다는 것은 큰 절망감을 주는 일이야. 이 소설의 제목이 <돈>인 이유, 이제 알겠지?
#그런데 생각할 수록, 제목 '돈'에 함의된 뜻이, 돼지이기도 하고, 돈이기도 한 것 같아.
식이에게 돈이 없어서 일어난 일들을 생각하면, '돈'이 우리가 모두 아는 '돈'자체였어도, 또는 '돼지'를 뜻하는 말이었어도, 이야기를 해석해 볼 수 있을 것 같으니...
어쩌면 '돈'이 갖고 있는 속성에 대해서 아우르는 기가 막힌 제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