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 나와서 요즘 글을 쓰는 일이 잦다.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이 격주로 집에 있고, 어수선한 집 안에서는 도무지 낮에 집중이 되지 않다 보니 책 작업이나 독서에 스피드를 올리기 위해서는 집을 나와야 한다.
평소엔 도서관에 가면 되는데, 도서관도 코로나로 인해 이용할 수가 없어서, 요즘 한적한 카페를 이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말이 들린다.
엊그제는 무서운 고등학생 커플들이 내 옆 테이블에 앉았다.
비가 종일 내리는 날이었는데, 카페 창가에 앉아서 글쓰기가 참 좋았다.
그들이 내 옆에 오기 까지는.
고딩 두 커플의 대화가 너무 크게 들렸기 때문이다. 목소리의 크기 보다도, 대화의 내용이.
아이들은 끽해야 고 1.2 정도로 보였는데, 그네들은 편하게 나누는 대화였겠지만, 나는 손발이 오글거려서 어쩔 줄을 몰랐다.
나중에 내 아들딸이 밖에서 저러고 있다면, 오 신이시여...
상상조차 하기가 두려웠다.
아이들은 지난밤에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처음 입맞춤 느낌이 어땠는지를 욕을 섞어가면서 시시껄렁하게 말하고 있었다.
'딸들아... 네 몸이 얼마나 예쁘고 곱고 귀한 건데, 줘도 아깝지 않을 놈들이랑 만나라 제발'
마음으로 그렇게 말하면서, 그만 수다 떨고 가라고 마음으로 빌었다.
한동안 폭풍 수다를 나눈 뒤 아이들이 잠시 자리를 비웠다. 두 커플이 나란히 손잡고 화장실이라도 가는 줄 알았다.
10여분이 지나자 아이들이 돌아왔고, 나는 아이들이 무엇을 하고 왔는지를 온몸의 감각을 통해서 다 느낄 수 있었다.
엄청난 담배연기. 이미 몸에 찌들어서, 옆 테이블에 있던 나에게까지 스며드는 것 같았다.
'오 신이시여... 저들을 보호해주시길...'
'왜들 그러니 정말...그 좋은 나이에 왜 맛있는 것들 놔두고 담배를 입에 물고 있냐!'
그러면서 말했다. 이미 공부는 포기했다고 웃고들 있었다. 대학을 가지 않겠다는 이유로
아빠의 골프 회원권을 위해 돈을 아껴주고 싶어서.
엄마의 쇼핑을 위해 돈을 절약해드리고 싶어서.
아빠 엄마의 부동산 투기와 재테크를 위하여 이 한 몸 희생을 하겠다며 웃고 있었다.
아...
이 시대의 교육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인가.
물론, 일부 소수의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타까운 것은 그런 소수들이 더 늘어나면 안 된다는 것이고, 그런 소수들을 포기할 수 도 없다는 것이다.
학교 교복을 버젓이 입고 와서, 말조심, 행동 조심해야겠다는 정도의 센스는 장착되어 있으면 좋지 않을까.
예전에, 내가 학교 다닐 때는 중학교, 고등학교 내내 교복을 입었다.
교복을 입는 이유에 대해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학교 밖에서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이유도 있다고 하셨다.
사복을 입고 돌아다니면 나이와 연령을 알 수 없지만,
교복을 입고 다니면 나이와, 학교를 짐작할 수 있고, 유사시에 어른들이 보호할 수 있다고 하셨다.
교복 입고 다니는 아이들은 어른들로서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하셨고, 잘 훈육하여서 좋은 어른으로 성장해갈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눈들이 지켜주고 있다고 하셨다.
그 말이 갑자기, 그 비 오는 날 카페 안에서 선명하게 떠올랐다.
잠시 내 찻잔에 태풍이 일었다.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줄 것인가, 그냥 지나칠 것인가.
어떤 말을 해주어야 어른으로서 덜 부끄러울까.
하지만, 나는 조용히 입 다물고 있는 것을 택하는 것을 택했다.
그녀들로부터 나오는 온갖 쌍욕과 게걸스런 입담을 몇 시간째 들을수록, 나의 어른으로서의 용기는 그들의 담배연기처럼 허공 중에 흩어져만 갔다.
그래서 나는 부끄러운 어른으로서 조용히 어깨를 숙이고 있었고,
그들은 큰 소리로 욕지거리를 하면서 그들의 부모에 대해 더 한 욕을 하면서 나보다 10분 먼저 카페에서 퇴장했다. 나는 몇 시간 동안 벌을 서고 있는 것만 같았다.
집에 오는 내내 발걸음이 무거웠다.
집에 와서 아이들을 보면서 생각하고 다짐했다.
내가 부끄러운 어른이 되지 않는 법에 대해서.
그것은, 내 아이들이 밖에 나가서, 적어도 부모에 대해 욕을 섞어가며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것이다.
부모에 대해 함부로 얘기하는 아이들에게 어떤 좋은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그들의 미래는 어떠할 것인가, 그다음 세대의 교육은 어떠할 것인가.
무거운 주제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