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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인잠 Jul 19. 2020

고인이 되신 다녕님, 명복을 빕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라는 말이 참 반갑습니다.

저는 지난 9일에 입원한 후, 뇌수막염으로 치료를 받고 많이 회복된 단계입니다.

정밀검사를 위해서 뇌척수액을 많이 뽑은 걸로 아는데, 그래서 그런지 아직 어지러움이 가시지 않아 퇴원하진 못하고 있는 상태예요, 며칠 내로 퇴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집에 가서 병원에서처럼 가만히 누워있을 수 있으면 내일이라도 집에 가서 쉬어도 좋겠다고 하나, 그러기엔 어려움이 있어서 며칠 경과를 봤으면 하는 눈치예요.

병원에 오기 전, 제가 정말 많이 아팠거든요, 단순 몸살이라고 생각했고, 집에서 일주일을 꼬박 앓았으나 전혀 호전되지 않고, 꼬박 밤을 새우면서 아픔을 견뎠습니다. 온몸은 땀으로 젖고 열은 39도 가까이 치솟으면서 뭔가 잘못되감을 알았고, 지인의 도움으로 병원에도 갔으나 열이 높아 외부에서 코로나 검사만 받고 병원엔 들어가보지도 못한채 다시 집에 와야 했어요, 다음날 코로나가 아니라는 판정을 받기까지 하루를 더 집에서 앓았고, 코로나가 아니라는 문자를 받자마자 구급차를 불러서, 응급실을 통해 입원을 했습니다.

의료계 종사하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당시 열이 38.9도, 혈액수치가 6.5로 많이 힘들었어요. 혈액수치가 6.5면 건강한 사람 피의 반의 반 정도 되는 수치라 하더라고요, 염증수치는 일반인은 0.5미만인데 저는 16까지 치솟았습니다. (폐렴 중증 환자도 그 보다는 낮다고 하더라고요.)

몸을 가누기 힘들었고, 수혈까지 하며, 항생제와 영양제, 링거액을 열흘 동안 공급받고 살아났습니다. 뇌수막염이 말만 듣다가 이렇게 경험해보니, 정말 아팠어요.

(급성뇌경색 때 입원하면서도 느꼈지만, 사람을 이렇게 살려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어제... 병동에서 코드블루가 외쳐지고 간호사님이 일시에 ‘코드블루’를 외치며 제세동기를 들고 뛰어가시는 것을 보았어요.

사람이 살고 죽는 것을 가장 가까이서 보게 되는 것이 병원임을 다시 느꼈고,

브런치 작가이신 다녕 님도 지금 투병 중이신데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생각이 났어요.(사실 입원했을 때부터 다녕님은 얼마나 큰 고통 중에 계실까 생각하긴 했지만요)

막상 용기가 안 나서 생각만 하다가 안부라도 남기고 싶어서 다녕 님 브런치에 가보았어요. 차마 믿고 싶지 않지만, 사실인 건가요?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고인이 되셨다는 것이... 꿈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신랄하게, 재미있게, 힘차게, 때론 따스하게, 때론 후려치듯 글을 용맹하게 쓰셨던 다녕님께서 이렇게 허망하게 가셨다는 것이 저는 아직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고인께서 아무쪼록 편안하게 영면하셨기를 바라고, 아마도 끝까지 마음에는 브런치 독자들에게 한 번 더 글로서 인사하고 싶어 하지 않으셨을까 생각해요.

고인의 가족들에게 어떤 위로를 할 수 있을까요. 다만 고인이 되신 다녕님의 글을 오래오래 추억하고 기억하는 것, 다녕 님의 글을 통해서 느꼈던 힘과 즐거움, 삶의 의미들을 되새기고 우리 삶이 조금이라도 한 발자국 더 나은 길로 향하는 것, 그것이 고인을 기리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직 어지러움이 있어, 좀 더 정돈된 글을 쓰고 싶었으나 경황없이 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음에 감사하고, 퇴원 후 다시 안부 올리겠습니다.

다시 한번 고인이 되신, 다녕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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