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안 변한다 VS 사람이 변했다.
정반대의 뉘앙스지만 우리가 자주 하는 말이다. 취업과정에서도 많은 부분 사용된다.
‘사람은 안 변한다’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권위 있는 정신과 전문의를 인터뷰 한 적이 있다. 촬영을 끝내고, 평소 궁금했던 질문을 드렸다. “선생님은 대화 도중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기질인지... 알 수 있나요?” 어쩌면 인터뷰 중 불편했던 내 마음을 들켰는지 점검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전문가는 누구나 상대방의 현재와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 과거의 히스토리를 보세요.
현재는 물론 미래의 행동도 유사한 패턴으로 나타날 겁니다.”
지원자의 과거 경험과 행동, 가치관 = 입사 후 업무 태도
여기에 취업의 매커니즘을 대입해 보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력서(입사지원서)와 인적성 전형을 통해 기술과 지식을 검증한다면, 자소서와 면접에서는 지원자의 인성과 역량도 함께 발견하고자 한다. 많은 기업들이 행동사건면접(BEI면접, Behavior Event Interview), 구조화 면접을 진행하는 이유라 볼 수 있다.
자소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자의 과거를 묻는다. 겪었던 위기상황, 도전을 결심한 상황, 목표 성취가 절박한 상황, 협업이 필요한 상황, 동료와의 갈등을 해결한 경험, 실패의 경험을 통해 지원자의 생각과 행동, 그리고 역량을 살펴본다.
‘사람이 변했다.’
긍정적인 의미로 사람이 변할 때의 상황이 있다.
재미, 관심과 흥미가 있을 때, 성공을 경험했을 때, 주변으로부터 인정받았을 때,
죽을 때... (조금 순화하면) 죽을 만큼 힘든 상황을 경험했을 때.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은 태도의 영역으로 볼 수 있다.
심리학자 아젠의 ‘계획된 행동이론’에 따르면, 인간 행동의 3가지 중심요소는 행동에 대한 태도, 행동능력에 대한 인식 그리고 주관적 규범으로 요약된다. 결국 내가 특정행동을 하고 싶은가, 할 수 있는가, 해도 되는가에 따라 행동이 바뀐다는 것이다.
다시 한 번 취업 매커니즘을 대입해 보면, 성장과정에서 큰 영향을 끼친 사건과 인물,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 새로운 변화로 성과를 창출한 경험.., 등이 인식과 태도의 변화로 표현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변화’ 자체를 고민해 보면 좋을 듯하다. 나에게 변화란 어떤 의미일까? 차별화, 습관, 선택, 효율성, 자기효능감 ,타인의 인정, 특정인물의 충고 등. 의미를 짚어보면 적합한 경험에서 당시 내 행동의 이유나 동기를 유추해 보거나 자신의 생각으로 행동을 해석해 볼 수 있다. 성과가 있었다면, 행동의 어떤 변화에서 성과가 도출되었는지 밝혀 볼 수 있다. 변화에 대한 나만의 생각이 정리되면, 거기서 자신의 역량이 도출된다.
자소서. 쓰기는 힘들지만 또한 나를 돌아보는 힘
힘들고 어려운 자소서지만 생각을 바꾸어 보면 지원자에게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경험 상황과 결과, 느낀 점과 배운 점, 이후 보완한 점 등 자신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은 결국 면접 준비인 동시에, 취업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이끌어주는 힘이 될 수도 있다.
최근 청년인턴 채용에서는 보다 과감한 프로세스가 도입되기도 한다. 올 상반기 IBK기업 청년인턴 채용에서는 언택트 트렌드에 맞춰 면접대신 영상실기시험 과제를 부여했다.
전체 5분 분량의 실기 과제 중 4분 동안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자기모습을 마인드 맵으로 활용하여 발표하라는 것과, 나머지 1분은 미래의 자신에게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에게 영상편지를 담으라는 것이다. 일종의 자기소개 영상이지만, 함축하는 바가 크다. 결국 자소서를 바탕으로 지원자가 자신의 경험을 얼마나 단계적이고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를 평가해 지원자의 미래 조직 성향을 예측한다고 볼 수 있다.
취업이 목표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성장', '어제보다 나은 나'를 만들어 가려는 모든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변하지 않는 나와 나를 유지하는 힘, 나를 변화시킨 경험과 터닝포인트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올해 남은 시간, 앞으로의 나의 생활을 그려보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