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서는 탐구하거나 관찰하는 대상 그 자체나, 대상이 포함된 공간을 계라고 한다. 가장 큰 규모의 계는 단연 우주이다.
우주 또는 공간이 빅뱅으로 처음 생성될 때, 우주 공간에 공급된 것은 인간이 에너지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우주를 구성하는 근본 요소가 에너지이다. 이처럼 중요한 에너지이지만, 오늘날의 과학 수준에서도 에너지의 본질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다. 교과서에서 배우는 내용은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일’은 대상에 힘을 주어서 이동시키는 작용(W=F•S)이므로, 어떤 형태이든 운동이나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러한 에너지의 기능은 현상적으로 늘 경험과 일치하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에너지가 무엇인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려주지는 않는다.
빅뱅 초기에 우주에 공급된 에너지는, 더 이상 새로 생기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고 그대로 보존되는 물리량(수로 표현할 수 있는 개념)인 것으로 과학은 파악하고 있다. 우주를 지배하는 가장 근본적인 법칙으로 ‘에너지 보존법칙’이다.
우주에 보존되는 일정량의 에너지가 공급된 이후에 새로 만들어진 모든 것은, 어떤 형태가 되든 에너지와 관계를 맺어야 한다. 아인슈타인은 E=mc²(질량 곱하기 광속의 제곱)이라는 식으로 질량이 에너지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관계를 밝혔다. 또 질량이 없는 입자인 광자(photon)의 경우에는 E=pc(운동량 곱하기 광속)의 식이 성립함으로, 운동량이 에너지와 관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질량이 있는 물체에 힘을 작용하여 일을 하면, 일을 한 만큼 운동에너지(E=½mv²)를 가진다(일-운동에너지 정리). 또 스프링을 누르는 것처럼 외부의 힘에 저항하면서 일을 하면, 저항을 한 만큼 위치에너지를 가진다. 물체를 지구중력에 저항하면서 위로 올리는 경우에도 위치에너지를 저장하는 것은 같다.
원자는, 원자를 구성하는 여러 가지 소립자(쿼크, 양성자, 중성자, 전자 등) 사이에 강력이나 약력과 전자기력이 작용하면서 큰 양의 질량에너지, 운동에너지와 위치에너지를 내부에 보관하고 있다. 뭉뚱그려서 원자 내부에너지라고 한다. 내부에너지를 가진 원자가 결합하면 결합에너지가 내부에 축적되어 더 큰 에너지의 물질을 만들게 된다.
빅뱅 이후 많은 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혼돈(Chaos) 그 자체였다. 혼돈은 많은 것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면서 평형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빅뱅 이후 38만 년이 지난 후, 팽창하는 우주의 온도(에너지)가 적당히 알맞은 수준에 도달하자, 속도를 잃은 전자가 양성자에 속박되고 수소 원자와 헬륨 원자가 만들어지면서 우주에 질서가 잡히기 시작하였다. 혼돈이 끝나고 코스모스(Cosmos)의 질서 있는 우주가 쨍하고 열린 것이다. 우주의 질서를 상징하는 것이 우주배경복사(CMB: cosmic microwave background radiation)이다. 오늘도 수신할 수 있는 2.7K(절대온도)의 열복사선(전자기파)이다.
코스모스의 우주가 열린 후에, 우주는 에너지의 작용에 따라 끊임없이 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운동 또는 변화의 방향은 첫째로 위치에너지의 크기를 줄이는 것(자유낙하)이고, 둘째는 운동에너지를 균등하게 분포하는 것(열의 발생)이다. 전체적으로 계의 에너지 크기를 낮게 유지하는 방향으로 변화가 일어난다.(엔트로피 증가)
위치에너지를 줄이는 과정에서 수소와 헬륨 등이 뭉쳐서 별과 은하를 구성하고, 높은 운동에너지를 외부로 내뿜으면서 빛을 발산하고 있다. 균질 상태로 나아가는 것이다. 우주는 우주의 섭리에 따라 에너지를 관리하면서 지금도 일관되게 변화를 진행하고 있다. 우주가 관리하는 에너지의 작용에는 예외가 없다.
우리은하 한 편에 태양과 지구가 만들어지고, 지구에 생명체라는 것이 생겨났다. 생명체는 지금까지 우주가 진행해 온 에너지를 낮게 유지하려고 하는 변화의 방향과 일치하지 않는 작용을 하였다. 비록 부분적이지만 에너지를 높게 유지하는 작용을 한 것이다.
어떤 계기로 좁은 영역의 테두리(세포의 경계: 세포벽)가 있는 공간이 만들어지는 것이 생명체 생성의 출발선이다. 계의 범위가 제한되고, 계 내부의 에너지 수준이 외부보다 높게 유지되게 되는 경우가 생겼을 때, 계 안에서 새롭게 가장 낮은 수준의 에너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원자들이 다시 결합하는 일이 일어났다. 새로운 물질이 만들어지고 에너지가 저장되었다. 이런 과정이 연속으로 일어나거나 누적되어서, 에너지 대사 작용이 연속으로 일어나는 계가 만들어졌고, 이런 계를 생명체라고 구분하게 되었다. 생명체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 과정은 아마도 몹시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한 번 만들어진 생명체는 현명하게도 복제하는 과정을 이행하여, 생명체를 만드는 어려운 과정을 반복하지 않아도 되었다. 생명이 새로운 생명을 만든 것이다. 애초에 생명을 만든 기적 같은 환경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생명체는 진화를 계속해서, 내부에 에너지를 비축하였다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어 쓸 수 있게 되었다. 식물은 햇빛 에너지를 받아들여 높은 에너지 환경을 조성하여 영양물질을 만들었고(광합성), 동물은 다른 생물을 먹고 물질대사를 하여 에너지를 비축하였다. 비축된 에너지로 새(Bird)는 집을 지었고, 먹이를 보면 사냥하였고, 포식자가 있으면 도망을 갔다. 생명체가 자연의 섭리와 어긋나게 에너지를 지배하게 되었다.
에너지를 지배하는 생명체의 맨 위에 인간이 있다. 인간은 자신의 내부에 비축한 에너지를 사용하는 수준(수렵 채취)을 뛰어넘어, 가축의 힘을 이용하고 농경을 하여 외부에 있는 에너지를 비축할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이 외부 에너지를 이용하는 정도는 농업 혁명을 거쳐, 4차례의 산업혁명까지 발전해 왔다.
인간의 에너지 지배는 자연의 섭리에 어긋나는 것으로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성장과 발전을 추구하되, 자연과 동화하는 방향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연의 정화 기능과 순환 기능에 크게 역행하면 멸종의 환경을 만들 수도 있는데, 이런 경고음은 계속해서 빈번하게 나오고 있다. 지구는 하나뿐(The only one earth)이고, 자원과 에너지는 한계가 있다. 오늘 다 쓰면, 내일 쓸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