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는 우주를 구성하는 근본으로, 우주에 가득하다. 빅뱅으로 우주가 처음 만들어질 때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었던 것이 에너지였다. 빅뱅 과정에서 한번 공급된 에너지는 더 이상 새로 생기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는 보존되는 물리량이다. 보존된 에너지는 우주 여러 곳에 여러 가지 형태로 있으면서, 에너지의 분포가 균질해지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변화하거나 이동하고 있다. 변화는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일어나고 있다. 엔트로피는 무질서의 정도(The degree of randomness)를 나타내는 물리량인데, 빛이 바래는 현상이나 풍화작용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그러므로 에너지는 한순간도 한자리에 가만히 머물러 있지 않으므로 불교에서 말하는 제행무상(諸行無常)을 이루고 있다.
자연은 뭉쳐져 있는 에너지는 분해하고, 한 곳에 집중해 있는 에너지는 흐트러뜨리는, 무질서의 정도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그런데 인간 활동은 자연의 변화 방향과 달리 에너지를 결합하는 작용을 할 수 있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이런 작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생명이라고 하고 인간이라고 한다. 생명체는 질서를 생산하는, 음의 엔트로피 생산자와 같은 말이다.
인간은 생명체로서 안과 밖에 존재하는 에너지를 지배하면서 삶을 이어간다. 다른 생명체를 음식물로 섭취하고, 섭취한 생명체의 몸을 분해하여 자신의 몸을 구성하고 에너지원으로 비축한다. 인간이 지배하는 내부에너지는 모두 다른 생명체의 몸에서 나온 것이다. 동물은 식물을 먹이로 섭취하므로, 먹이 사슬의 한끝에는 식물이 있다.
식물은 어떻게 하여 에너지를 지배하고 내부에 비축하는가? 식물도 생명체로서 물질을 합성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합성 과정에서 에너지를 비축함으로써 새로운 물질을 만들고 에너지를 지배할 수 있게 되었다. 비축된 에너지는, 식물이 이산화탄소(CO₂)와 물(H₂O)을 결합하여 포도당(C₆H₁₂O₆)을 만들 때, 햇빛에너지를 결합에너지(광합성)로 비축한 것에서 유래한다. 그러므로 햇빛이 모든 생명체의 에너지 근원이다.
인간은 인지(認知)가 발달하는 과정에서 외부에 있는 에너지도 지배하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살아 있는 가축의 힘을 빌려서 농사를 지은 것이다. 이후에 죽은 생명체가 남긴 화석을 태워서(화석연료) 에너지를 얻기도 하였다. 그리고 화석연료를 태워 얻은 에너지로 수증기를 만들고, 수증기의 힘을 이용하여 생산력을 크게 향상시켰다(산업혁명). 이후에 전기(electricity)를 만들어서 전자기파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는 우라늄 같은 원소가 가지고 있는 원자의 내부에너지도 꺼내어서 이용하는 경지에 도달하였다(원자력발전). 인간이 외부에너지를 구하는 데 진심인 이유는, 대부분의 인간 활동(Human Activities)에 사용하는 에너지는 생명체 외부에서 조달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에너지를 조달하지 못하면 생명체 내부 에너지만 사용하는 수렵채취의 원시시대로 돌아가게 된다. 그만큼 외부에너지 공급이 중요하다.
요즘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상이나 이상 기후의 피해에 대한 뉴스를 자주 접할 수 있다. 2021년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International Panel on Climate Change)가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지구 평균온도가 19세기 하반기(1850~1900)의 평균온도와 비교하여 1.1℃ 상승하였다고 한다. 모두 외부 에너지를 이용하는 인간 활동에서 기인한 온도 상승이다. 지구 온난화는 일상의 이상기후 문제에 그치지 않고, 먼 미래에 인류의 생존과 관련된 문제이므로 지구의 온도 상승을 막기 위한 전 지구적인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2015년 파리협정을 맺고, 기준 대비 1.5℃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각국이 노력하기로 하였다. 온난화 방지 방법은 온도 상승의 주범으로 낙인찍힌 6종류의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화석연료(탄화수소 화합물)를 태울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CO₂)와 메테인(CH₄)을 줄이는 데 각국의 노력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50년을 기준으로 순-탄소배출을 영(Net-Zero)으로 만들겠다고 세계에 공표해 놓고 있다. 각국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부문에서도 RE100 (Renewable Electricity 100) 캠페인을 전개하며, 제품 생산에 100%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사용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캠페인에 가입하지 않은 기업이나 100% 달성하지 못한 기업의 제품은 국제무역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목표는 좋은데, 문제는 화석연료가 인간 활동에 공급하는 에너지 비중이 매우 높아서 짧은 시간에 실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유럽연합(EU)도 회원국의 사정을 감안하여, (1) 노심이 녹아내리기 전에 대처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핵연료(사고저항성핵연료)를 발전에 사용하고, (2)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을 설치하는 구체적인 계획이라는 두 가지 조건을 걸고 원전을 그린 택소노미 (Green Taxonomy)에 포함시키고 있다. 당분간 화석연료 대신에 원자력을 조건부로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현 정부에서 원자력발전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나가는 전임 정부의 정책을 뒤집고 원전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사고저항성 핵연료를 만드는 기술이 없고, 고준위 방폐장 건설 계획도 미비하다.
위에서 기준이 되는 지구의 평균 온도는 대략 15℃ 정도인데, 1~2℃ 오르는 것이 뭐 그리 큰 문제가 되는지 의문이 생긴다. 공기에서 이산화탄소의 체적구성비는 0.036%에 지나지 않는다. 온실가스 효과에서도 수증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산화탄소에 비해 절대적으로 높다. 그런데도 왜 화석연료만 문제를 삼고 상대적으로 못사는 나라만 압박하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IPCC의 보고서에는 숨겨진 이익이 있다는 음모론도 나온다. 사실 빙하기의 온도는 간빙기의 온도에 비해 7~8℃까지 차이가 나고, 빙하가 전혀 없었던 시기도 있었다고 한다. 지금이 온도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는 간빙기에 해당할 수도 있고, 그러면 온도 상승은 자연스러운 과정이 된다.
지구는 순환하는 과정을 통해 평형을 유지하는 기능이 있다. 지구가 안과 밖에서 받아들이는 모든 에너지에서 지구가 주위로 방출하는 모든 에너지를 빼면, 남는 에너지로 평균 온도를 유지하는 평형을 이룰 수 있다. 수증기는 온실효과도 크고 양도 많지만, 순환과정을 이루어서 문제가 안 된다. 그런데 6대 온실가스는 순환과정에서 제외되고, 한 방향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더구나 증가하는 속도가 지구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자정역량을 초과하므로 계속해서 온실(대류권)에 누적되는 열이 증가하는 것이다. 그래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분을 구성하면서, 인간 활동을 통해 자연과 대립하고 있는데, 대립하는 정도와 방향이 한계를 넘으면 인류 자체가 멸종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인간 활동이 6차 대멸종의 원인이 되는 것을 방지하는 노력을 하는 것은 올바르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