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차, 여자
자소서와 면접으로 하루 하루가 바쁜 취준생들을 위한, 업사이드의 특집 인터뷰!
인사팀이 하는 일도 궁금하시겠지만, 이번 특집은 우리 업사이드 취준생 독자들을 위해 인사팀과 채용이라는 주제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도대체 자소서 / 면접에서 합격과 탈락을 좌지우지 하는 건 무엇인가?
이제 그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Q. 우선 언니가 하는 일에 대해 간략하게 말해줘!
나는 인사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올해 3년 차 직장인이야. 인사라고 하면 크게 HRM(Human Resource Management), HRD(Human Resource Development)로 분류하는데 나는 HRM 속해 있고, 우리 회사에서 HRD는 교육팀으로 따로 나눠져 있어.
(편집자주: 아모레퍼시픽 HRD 인터뷰 https://brunch.co.kr/@upside/4)
HRM 조직에서 하는 일은 흔히들 알고 있는 신입/경력 채용 건 외에도, 현직자들의 보상이나 대출, 내부에서 직군 변경이 있을 때 연봉을 재산정 하는 처우 업무 등을 하고 있어. 그 외에도 회사 조직은 작게든, 크게든 계속 변화를 거듭하는데 그럴 때마다 우리가 조직 관리나 인사 관련 다양한 업무들을 처리하게 되지.
Q. 조직 변화에 따른 인사 업무라…! 무슨 내용인지 부연 설명해줄래?
회사는 전략 방향에 따라 조직을 변경, 수정하는데 예를 들면, 사업부가 분리되거나 합병되는 경우도 있고, 작게는 팀이나 파트가 변화하는 경우도 있지. 그런 부분들을 인사팀이 책임지고 관리하는 거야. 우선 각 사업부에서 조직 변경을 접수하면, 불필요한 변경은 잘라내고 필요한 변경은 승인을 하고.
이번 1월에 큰 변동이 있었는데, 하나였던 사업부가 2개로 분리되었고, 어떤 사업부는 사라지기도 했지. 그게 단순히 한 조직을 새로 만들고 없애는 데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재무/회계와도 연관되기 때문에 그 쪽 사람들과도 긴밀하게 협업해서 내용을 공유하고 조직도를 재구성하고, 분리되어 나온 사업부에 사람들을 발령하는 그런 일들을 하지.
Q. 아, 그렇구나. 현업에서 일하는 우리한테는 ‘변경되었다.’라는 사실만 보이는데, 실제로는 그 안에 정말 많은 일들이 숨어있구나.
맞아. 숨겨진 할 일들이 많아. 그런데 재미있는 건, 회사가 무엇을 중시하고 어떤 방향성으로 나아가고 싶은 지를 누구보다 빠르게 볼 수 있거든. 일이 힘들어도 그런 점은 진짜 좋아!
Q. 부럽다. 그럼 연장선 상에서, 인사팀의 역할과 권한에 대해서 물어볼게. 회사에서 보면 동기들이나 선, 후배들이 다른 팀 혹은 다른 사업부로 옮기고는 하는데, 그 때 인사팀이 가진 권한이 얼마나 되는 거야? 인사팀이 반대하는 경우도 있을까?
음, 일단 우리 회사의 기준에서 '인사팀이 가진 권한'에 대해 이야기 해줄게. 회사마다 그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까.
우리 조직 같은 경우엔 산업 특성 상 직무가 정말 다양하고, 인사 시스템을 제대로 갖춘 연수도 오래되지 않은 편이라, 내가 입사할 때만 해도 어떤 권한을 가지기 보다는 지원부서처럼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정도에 그쳤어. 그런데 이제 시스템이 갖추어지기 시작하면서, 우리가 역으로 사업부에 제안할 수 있는 힘이 생겼지. 예를 들어, 노무리스크가 있는 부분들을 먼저 진단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기도 해.
그런 관점에서 우리 인사팀이 많은 권한을 가지게 되었는데, 지금 너가 물어본 질문, 즉 인사 이동권에 있어서는 우리보다 각 사업부, 그리고 경영진의 의사를 존중하는 편이야. 사업부서장, 팀장 보임에 있어서는 경영진들의 권한이 크고, 단위가 밑으로 내려가면 각 사업부 의사를 반영하지.
Q. 아, 그럼 채용 부분에서는 인사팀 권한이 생각보다 크지 않은 거네?
그렇게 볼 수도 있지. 하지만 인사팀의 승인 없이 채용을 할 수는 없어. 인사의 동의와 승인이 있어야지만 적절한 티오 관리도 되고 회사전략에 맞는 인력계획을 수립해나갈수 있거든. 물론, 인사가 군림하는 조직은 아니니까 기본적으로 사업부들을 도와주어야 하는 마인드를 가져가야 하는데, 이런 규정을 만들고 그것을 지킬 수 있는 힘을 갖는 게 필요하다고 봐. 한 때는 매출 성과를 가장 중요시 했던 경영진들도 이제 조직 관리와 인사의 중요성에 대해 크게 인식하고 있다는 건 정말 다행인 일이야.
Q. 그렇구나. 궁금한 게 있어. 주변 선후배들만 봐도, 다른 팀 혹은 다른 사업부로 옮기고 싶어하는 경우가 있더라고. 그럴 때 인사팀에 찾아가서 면담을 하던데, 어떻게 도와주는 거야?
우선 그 사람들이 가진 생각을 듣는 게 크고, 그 사람이 원하는 바를 해소해 줄 수 있는 사업부나 팀이 있는 지 찾아보게 돼. 보통 인사팀으로 오는 경우는 ‘퇴직’까지 결심한 상황이 많은데, 사실 그게 우리 회사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사업부나 팀의 문제였다면 우리가 그 사람을 놓칠 이유는 없으니까. 사용자 관점일 수 있지만, 회사의 문화를 이해하고 회사의 방향을 교육하는 부분에 상당한 비용이 들거든. 반대로 그 사람 입장에서도 일면식 없는 회사에서 적응을 하는 것보다 우리 회사에서 개선이 가능하다면 적응이 훨씬 쉽겠지?
Q. 아, 그럼 그런 면담 신청이 들어오면 거의 인사 이동을 시켜주는 편인가?
물론, 최대한 그렇지. 하지만 각 사업부의 TO가 맞아야 가능한 일이야. 사업부 간 협의가 잘 이루어지면 원활하게 흘러가니까. 만약 사업부에서 사람을 내보내고 싶어 하는데, 받을 곳이 없다면 그게 참 난감하긴 해.
그리고 이게 꽤 민감한 사안이라, 공식적으로 하기 보다는 면대면으로 개개인의 의사를 묻고 진행하고 있어.
Q. 언니가 생각하는 팀 잘 옮기는 TIP이 있을까? 기존에 있던 곳에서도 욕 먹지 않으면서, 잘 적응한 사례가 있으면 더 좋을 듯.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할 것 같아.
우선 본인이 있던 조직에서 이야기를 잘 푸는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 기존 팀의 팀장님과 상의없이 독단적으로 소속 변경 신청을 할 경우, 기존팀과의 사이도 안좋아질수도 있을뿐더러 소속변경이 지연되거나 이루어지 않았을시 곤란할 수 있거든. 기존 소속된 팀장과 충분히 면담후에 인사팀에 요청을 한다면 본인이 있던 곳에서의 팀장이 적극적으로도 도와줄수 있지 않을까?
Q. 그럼 외부에서 스카웃 하는 경우도 있잖아. 인사팀에서 헤드헌터에 요청하는 건가?
응, 그런 경우도 있어. 그런데 헤드헌터 통해서 사람을 구하면 연봉의 일정 %를 수수료로 줘야 하거든. 그래서, 직급이 높을수록 임원들의 추천을 받는 경우가 더 많아. 나도 예전엔 연고 채용에 대해 의구심이 있었는데, 일을 하다보면서 조금 바뀐 게 연고로 온 사람들의 정착률이 훨씬 높더라. 다른 사업부에 있는 지인 통해 업무적인 도움도 받을 수 있을 뿐더러, 이미 회사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오거든. 그리고, 회사에서 내 평판이 깎이는 건 누구한테도 좋은 게 아니기 때문에 아무나 추천하지 않거든. 그런 식으로 임원들이 컨택을 하고, 경영진 면접을 다시 보고.
Q. 인사팀이 채용 시즌에만 바쁜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더라고. 기존에 다니던 사람들에 대해서도 챙겨야 하니까 그렇구나.
응, 하루에 전화를 수십 통씩 받아. 개개인들한테는 다 급한 일인데, 우리도 그 일만 하는 게 아니니까 가끔은 ‘참 힘들다.’는 생각을 하기도 해. 나 같은 경우엔, 사람과의 관계가 좋아서 인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어느 순간 사람과 관련 된 일을 세심한 감수성을 토대로 대하기 보다, 처리해야 할 데이터로 생각 될 때도 있어. 그런 걸 나 스스로도 조심해야지.
아! 그리고, 서운함이 들었던 적도 여럿 있어. 우리는 근로자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하는데,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거나 왜 이것 밖에 안되는지를 물을 때 그래. 우리의 기준은, 경영 전략의 측면에서 해가 되지 않는 한 회사의 수익금을 최대로 돌려줄 수 있게 고민하는 건데, 직원들은 우리가 경영진 편이라고 하고, 경영진은 우리가 직원들 편이라고 하니까. 여기저기서 미워하는 느낌?
Q. 대신 굉장히 뿌듯한 경험도 있잖아. 이럴 때 내가 인사 선택하길 잘 했다 하는 거!
그럼 그럼! 인사 업무를 하면 현장에 나갈 일이 많은데, 현장에서 오는 피드백들을 듣게 되잖아. 예를 들어, 면접 경험에 대해 면접 참가자들에게 물었는데, 인사팀 덕분에 회사의 이미지가 좋아졌다던지. 면접에 가보면 그 회사 분위기가 보인다고 하는데, 우리 회사가 생각 외로 밝아보였나봐.ㅋㅋ 그래서 들어오고 싶다고. 우리가 회사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데 일조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아, 그리고 한 번은, 경력직으로 새로 오신 분이 계셨는데, 연봉을 재산정 하는 문제가 있었어. 규정이 있으니까 그냥 지나갈 수 있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 분의 경력을 확인하고 한 번 더 윗선에 이야기해서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지. 연봉을 올려줬어. 그 분이 엄청 고마워했고, 또 회사에서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괜히 뿌듯해. 대신 그런 분들 중에 금세 또 퇴사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땐 안타까워.
Q. 신기하다. 그런데, 아무래도 인사 /조직관리 부분에서 다른 회사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면 더 도움이 많이 될 거 같은데... 그런 자리들이 많이 있어? 대외비라 서로 공유하지 않나?
물론, 도움 되겠지?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인사쟁이’라는 카페를 통해 타 회사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 지 보기도 하고, 인사 담당자들이 모이는 교육이나 세미나를 신청해 참가하기도 해. 물론 민감한 정보들은 서로 공유하지 않겠지만, 우리 회사가 생각보다 잘 하는 점이 보이기도 하고, 또 개선할 것들도 보이지. 그러면서 알게 모르게, 회사에 대한 로열티까지 생기는 것 같아.
Q. 힘든 것 같지만, 언니를 보면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는 것 같아. 그래?
응ㅋㅋ 일이 막노동인 것만 빼면…? 우리 회사가 시스템을 갖추어나가는 중이라 일일이 수기로 하는 경우가 많거든. 채용 시즌에 수천 명 정도 되는 지원자들 이력서 관리부터 면접 관리까지. 밖에서는 인사팀 하면 잘 차려입고 회사 소개하러 다니는 그런 모습들만 보지만, 백조처럼 그걸 보여주기 위해 엄청난 작업들이 필요해. 특히 우리 회사가…… 그걸 계속 개선해나가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많네. 그리고 그게 개선된다고 해도, 그럼 우리의 남은 리소스들로 개선할 것들을 계속 찾아나가게 되겠지?
하지만, 채용도 하청 주는 기업들이 정말 많은데, 어쨌든 우리는 직접 하는 게 많으니까. 우리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부분도 많고. 우리 조직 장점이 사원이라도 능력만 있으면 인정해줘서, 그런 막노동의 산물로 아이디어를 제시했을 때 그게 받아들여지고 실현되는 건 정말 뿌듯한 일이야.
Q. 그런데, 인사팀 사람들도 이직 많이 하나? 보통은 넥스트 커리어로 어떤 걸 생각해? 인사 컨설팅이라던지, 다른 회사 인사팀에 가는 사람들이 있었어?
글쎄. 내가 있는 동안엔.. 그런 케이스가 거의 없었어. 자기 사업한다고 나간 사람이나, 지방 발령 때문에 퇴사한 경우는 있지만 말이야. 내가 여기 있던 게 3년이 채 안 되니까.
Q. 그렇구나. 난 이렇게 생각했어. 아무리 직무가 좋아도, 여기에서 5-6년 이렇게 있었을 때 다른 회사들은 어떻게 할 지, 나에게 얼마나 많은 기회가 주어질 지 궁금증이 자꾸 생기잖아.
일단, 우리 회사는 할 게 너무 많아. 그만큼 배울 것도 정말 많지. A부터 Z까지 해보겠다는 욕심이 있는 사람들이라 그걸 배울 때까지 투자하는 과정인 거 같아. 이 놈의 회사^^
또 우리팀의 장점인데, 팀 분위기가 진짜 좋아. 일이 많다면, 일 할 때 즐겁게 하는 게 최선이잖아. 유머 넘치고, 야근을 해도 즐겁게 하고. 우리팀 내부에서 서로 도와주고 그렇게 하거든. 물론 굵직 굵직하게 업무가 나뉘어져 있을 땐 관련한 사람들만 남고 다 끝내면 집에 가겠지! 당연히!
Q. 그럼 혹시 다른 곳에서 언니네 회사로 오신 분은 없어?
아, 있어. BIG 3 대기업에서 오셨는데, 거기는 진짜 심한 경쟁체제라고 하더라. 어떤 프로젝트(task)를 주는데, 담당자를 지정하지 않는 거야. 그리고 빨리 해결안 제시하는 사람이 담당자가 된대. 정말 열심히 해도 채택 안 되면 얼마나 속상할까?
여기에 오시고는, 덜 갖춰진 시스템 때문에 놀랐다고 하긴 하더라. 그래도 그 분 오시고 많이 개선 되어서 지금은 다른 인사팀이랑 이야기 해봐도 괜찮은 수준? 아직 해결할 게 많긴 한데 그래도 명확하게 내 task가 있다는 게 정말 소중한 거라고 하셨어. 동의해!
Part2 에서 이어집니다
Disclaimer
Up Side의 인터뷰는 개인적 경험 및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특정 회사의 상황이나 입장을 대변하는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