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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p Side Mar 15. 2016

패션/ 영업관리·기획│② 일을 하며 발견한 나의 진면모

영업관리/기획, 여자, 4년차

Part 2. 시작.



매장 관리랑, 영업 기획을 하는 게 둘 다 어렵고, 한 사람이 동시에 그 일을 하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 너는 왜 둘 다 해? 원래 그래?


나는 과장이 없어서 둘 다 하는 거다 이놈아. 보통 팀장이랑 과장이 기획 쪽 맡는데, 나는 고과도 잘 나오고 인력도 부족해서 내가 하는 거야.



둘 다 하는 것에 대한 불만 없어?


불만 가끔 있지. 힘들어서 ㅠㅠㅠㅠ 

특히나 아직까지 경험이 부족하다 느낄 때가 있는데, 현장도 기획도 신경써야하니까

몸이 두개라도 모자를 지경이랄까...



많이 배운다는 느낌은 없어?


많이 배우긴 하지. 내 연차에 볼 수 없는 큰 그림도 보고.. 내 동기들 중에는 이 정도로 혼자 캐리 하면서 일하는 애들은 없을 거야. 그런 것들은 좋은 점이긴 한데 너무 업무 과중이 심해. 내가 고과를 잘 받아서 더 시키는 것도 있고..


나는 사실 내가 이렇게 숫자 보는 업무를 할 줄 몰랐어. 너도 알다시피 내가 수학에 약하고, 숫자에 약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고등학교 때부터 수학도 싫어했고. 대학 때 일부러 경영 쪽 수업도 안 들었어. 내가 못한다고 스스로 가둬 놨던 것 같아. 나는 사실 크게 힘들지 않고, 놀러 다닐 수 있을 것 같은 승무원을 하고 싶었는데 말이지. 우연히 이쪽으로 들어와서 예상치 못한 나의 재능을 발견한 거지. 계속 숫자보다 보고, 트레이닝을 받다 보니 되더라고. 조금은 웃기지만 회사 내에서는 숫자에 강한 애로 인정받고 있어.



여기는 완전히 우연히 온 거네?


그렇지. 대학교 때 스스로 나에 대해 생각을 해봤을 때, 나는 활발하고 대인 관계가 좋으니까 아예 서비스로 가거나 영업 쪽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서비스 쪽으로 준비하려고 승무원 시험을 보고 했는데 잘 안된 것도 있고. 지금 생각해보니 나는 그쪽에 안 맞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 나 자신이 사람이랑 부딪힐 때 잘할 수 있다 생각했는데 막상 일 시작하니 일로써 사람이랑 부딪히는 것보다 책상에 앉아서 하는 것이 더 좋고, 더 맞는 사람이더라고.


그래서 영업으로 방향을 돌리고, 3-4개를 썼었는데 여기가 돼서 온 거야. 대학교 때까지 내가 나에 대해 알던 모습과 실제로 회사 생활을 하며 알게 되는 나의 모습이 다른 거 있지. 지금은 가장 큰 업무 스트레스 요인이 인간관계인데, 나는 그걸 스스로 제일 잘 할 줄 알았던 거지. 또 숫자나 사무에 약할 줄 알았는데 그게 제일 잘하는 일이 되었고.






그렇구나. 조금만 더 일에 대해 얘기해보자. 가장 보람찼던 순간은 언제였어?


일단은 내가 조사한 상권이 잘 될 것 같아서 새로 추진해서 오픈했는데 매출이 잘 나왔을 때가 젤 보람찼어. 그리고 본사랑 관계도 없고, 돋보이지 않던 사람들의 진가를 알아보고 그분을 더 좋은 자리로 보내 준다거나 했을 때도 보람차. 플러스 알파로 실제로 그분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봤을 때 보람을 느껴.


기획 쪽으로 보면, 내가 수치적인 것들을 많이 보니 매출 예측을 하게 되는데, 그게 맞아떨어질 때.. (웃음) 묘한 쾌감이 있어.


그리고 이건 조금 사소한 건데, 내가 주도적으로 아이디어를 낸 것을 실행했는데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냈을 때야. 결국 성과로 귀결되는 것 같아. 눈에 보이는 성취가 있고, 그것들이 숫자로 검증될 때.



패션업계의 영업 관리 파트에서 일하는 장점에는 뭐가 있니?


장점으로 말한다면, 사실 영업 쪽이 전문성이 필요한 직군은 아니기 때문에 제너럴리스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좋아. 내가 영업이지만 상품 기획, 마케팅, 물량, 생산 전반에 대해 알 수 있고 주도해나갈 수 있기 때문에 모든 분야에 대해서 기본적으로는 알 수 있지.


그리고 일을 하며 자연스레 유통 쪽 사람들을 많이 알 수 있어서 나중에 회사를 나가서 사업할 때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것..? 실제 주변 사례를 보면 자기 이름 걸고 브랜드를 냈는데, 백화점 바이어랑 잘 알아서 해당 백화점에 브랜드를 입점시키기도 하더라고. 물론 상품 자체가 경쟁력이 없으면 도태되겠지만 조금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 것 같아. 결국 사업은 인맥인데, 그러한 인맥은 새로운 기회로 직결되거든.


또 하나 말하자면, 인사 관리를 하다 보니 사람 보는 눈도 어느 정도 생기고, 결국 사업적인 것과 귀결되는데 잘하는 사람이 누군지 보는 눈이 생기니까 스카우트해서 자기 회사에 쓰기도 하고 하더라고.



그럼 단점은?


방금 말한 것들이 단점이 되기도 해. 그만큼 전문성이 없기 때문에 미래를 봤을 때 내 몸값이 올라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있어. 업 자체에도 단점이 있기도 하고.


일단 패션업이 크게 비전이 있는 산업인지 모르겠어. 그 나물에 그 밥인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국내에 크게 혁신적인 기업도 없고, 모방하는 것 아니면 수입 브랜드를 취급하는 수준이잖아. 해외에 가서 성공한 사례가 없단 말이야. 이랜드만 중국에서만 성공했고. 나머지는 내수 시장 위주잖아. 그래서 별로 비전을 못 보겠어. 유행 지나면 또 예전에 했던 것으로 전환하고. 이게 해외로 나가기라도 한다면 비전이 보일 텐데 전형적인 내수 산업이니까 한계를 느끼지.


그리고 트렌드를 봐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 뭔가 빠르게 흘러가니까 트렌드를 따라가고 파악해야 하고, 그것에 맞춰 항상 방침을 바꿔 나가야 하고 그런 게 조금은 스트레스가 되는 것 같더라.





패션업, 영업관리/기획 커리어 패스는 어떻게 되는 편이야?


그게 불투명하다는 것도 단점이야. 기획이나 전문성 있는 애들은 나갈 길이 많을 거야. 영업 쪽에서는 별다른 트랙이 없어. 5년 10년 일해도 비슷한 일 할 것 같아. 그래서 나도 회의감을 종종 느끼기도 해. 왜냐하면 내 위에 임원들이 하는 일이 내가 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어서.


다만 다른 사업의 영업 관리 직무로 가는 경우도 있긴 해.  그런데 거의 패션 쪽에만 있어서 드문 케이스는 아니야.



너는 나중에 뭐하고 싶어?


내 개인적으로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물량 쪽도 같이 보고 있기 때문에 나중에 Buying MD 파트로 가고 싶은 생각이 있어. 아디다스, 나이키 같은 브랜드나 홈쇼핑, 온라인 사업 쪽 같은 곳으로. 나중에 내가 내 장사해도 Buying MD를 하면 도움이 될 것 같아.



그런 식으로 하는 사람이 꽤 있어?


영업 관리서 많이 벗어나지는 못하지만 종종 있어.

 


음.. 관련 경험들이 도움이 되는 쪽으로 진출할 수 있다는 거구나. 

이제 지금 까지 했던 경험들 중에 해당 직무로 회사에 입사, 그리고 일을 하는 데에 가장 크게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되는 건 뭐야?


너도 알다시피 나는 학교에서 응원단과 단장을 했었잖아. 그것이 도움되었던 것 같아. 스포츠 의류를 다루는 회사와 응원단 사이에 모종의 공통점이 있다는 것…? 컬처가 비슷해서 인턴으로 선발되기도, 적응하기도 수월했던 것 같아.


그런데 직접적으로 여기 되게 해주었다 하는 것들은 없는 것 같아. 다시 정리하면 내 성향이 여기와 비슷해서 된 것 같아. 대학 때 했던 경험들이 나란 사람을 만든 거잖아. 결국 모든 경험이 도움되었다 볼 수 있을 것 같달까…?


아무래도 응원단을 3년이나 했기 때문에 그거 하면서 목표 의식, 끈기도 많이 생겼고, 학교 축제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일에 대한 성취감을 느끼는 부분이라던가, 단장을 해보며 조직 관리도 해봤으니까.


이런 것들을 거치고 나니 “빡세지만” 뭔가를 성취해내는 일을 좋아한다는 나의 성향을 알게 되었고, 그간의 경험들이 나를 직/간접적으로 어필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 사람의 성향이란 것은 결국 다 드러나니까. 좀 더 나아가자면 비즈니스랑 관계없는 일들을 했지만 회사 생활하는데 핵심 원리랑 같아서 어찌 보면 직접적으로 도움되었다 말할 수도 있겠네.



그녀의 응원 단장 시절



또 다른 경험은 없어?


음.. 내가 휴학하고, 1년 간 영어 공부만 집중했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가 응원단장을 할 때였어. 둘을 병행하며 하루에 10시간씩 영어만 했어. 그런데 시험공부하는 게 아니라 미드나 뉴스 보면서 받아 쓰기 하고 따라 하기 하고, 액팅 하고, 전화영어 하고 프리토킹하면서 영어만 집중해서 일 년을 했었어. 이때의 시간이 뭔가 하나에 집중하게 되는 집중력, 다시 말해서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집중력, 성취감을 만들어 준 것 같아. 그런 몰두했던 경험들이 또 다른 것에도 몰두할 수 있는 힘을 준거지.


우리 회사가 일 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서 일을 많이 시키는데, 그런 것들이 내 성향이랑 잘 맞는 것 같아. (웃음) 일과 삶의 경계가 약간 무너졌지만, 나는 해야 할 것 만 집중하는 걸 좋아하는 그런 성향이야.


하지만 소수의 목표에 몰두한 것은 좋았지만, 다양한 경험을 못 한 게 가장 아쉽기도 해. 회사에 들어오게 되면 책임이 생기고, 업무에만 집중해야 하는 환경이기 때문에 대학 4년 동안이 어떻게 보면 황금기잖아. 공부도 하고, 다양한 활동이나 여행도 할 수 있는 자유인이니까, 대학생 때 정말 많은 것들을 해봤으면 좋겠어. 그리고 대학생 때는 자기가 부지런하게 찾으면 국가, 기업,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잖아. 그때로 돌아간다면 이런 것들을 꼭 해볼 것 같아.


마지막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해봐야 할 것 같은 게, 나도 그 나름대로 당시 나 자신에 대해 고민해보고 ‘나는 이런 사람이니 이런 일을 해야겠다’는 플랜을 짰는데도 불구하고, 지금 보니 편협했던 것 같아. 여러 방면으로 가능성을 열어두고 생각했었어야 했는데, 목표를 정하고 나를 단정 짓고 그쪽으로만 시각을 고정해버리면서 사고가 편협해졌어. 그런데 그게 제일 후회돼. 조금 더 넓고, 열어두고 생각했으면 내가 그에 걸맞는 다양한 활동들을 해보고, 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 자기 자신을 자기의 생각 틀 안에 가두었던 것 같아. 그런데 앞에서도 말했듯이 막상 일해보니 내가 생각했던 나와 실제의 나가 너무 다른 거 있지. 그래서 많이 당황했었어.



결국 미래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너무 나를 단정 짓고 타이트하게 짜지 말라는 것?


계획을 되게 촘촘하게 세운 애들이 있는데. 계획이란 것이 자기 뜻대로 안될 때가 있잖아. 너무 촘촘하게 짜고, 가능성을 열어두지 않으면 하나가 무너졌을 때 뒤에 있는 플랜도 같이  무너지는 것 같아.. 그래서 계획을 짤 때, 좁은 시야로 좁은 길로 짜지 말고 넓게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염두해두고 계획을 세웠으면 좋겠어. 편협하게 짜지 말라는 말은 쉬운데, 막상 본인은 편협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계획을 잘 세우는 게 참 어렵긴 한 거 같네. (웃음)



동네 친구의 편함은 이런 것이 아닐까. 이번 Interview는 동네 까페에서 진행되었다.



고등학교 시절, 그녀가 언제 밥값하며 독립된 존재로 커나가나 싶었다.

하지만 이번 인터뷰를 통해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새삼 그녀의 성숙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일찍이 공자는 

'三人行 必有我師焉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 중에는 반드시 나의 스승 될만한 사람이 있다)'

를 말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본 인터뷰어 역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회사에서 성과와 재미를 잡은 그녀가 더욱 번창하기를 바란다.

(편집자주 https://www.facebook.com/downtoupside/ 으로 가시면 

차후 인터뷰어 profile를 보고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또한 페이지 좋아요를 통해 

브런치 외적인 정기구독이 가능합니다.)




Disclaimer


 Up side의 인터뷰는 개인적 경험 및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특정 회사의 상황이나 입장을 대변하는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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