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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주 Jan 03. 2024

어쩌다 보니 미니멀

14평 투룸에 신혼집을 차렸다.




우리는 올해로 결혼한 지 6년 차째인,

이제 막 3살이 되는 귀여운 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 신혼부부 아닌 신혼부부다.




동갑내기인 우리는 27살에 결혼했다.

누가 하라고 떠민 것도 아니고, 주변에 결혼한 사람들도 없었고, 그리고 중요한 돈도 뭣도 없던 시절이었다.





좋으니까 같이 살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컸고, 이왕 둘 다 뭐 없는 거 빨리 결혼이나 하자는 생각이 그 뒤를 받쳐주었다. 그렇게 결혼하자는 마음으로 준비를 시작하려 하니 주위에서는 어렵지 않냐 많이 물어보곤 했었는데, 질문이 무색하게도 결혼준비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27살 동갑내기의 결혼준비는 쉬웠다.


애초에 돈이 많이 없었으니 신혼생활을 시작할 수 있는 선택지들이 많이 없었고 우리 예산으로 고를 수 있는 집은 이미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집이 좁으니 넣을 수 있는 게 없었기 때문에 가전이니 가구라 하는 것들도 딱히 고를 게 없었다.



우리가 2년간 살았던 14평 투룸오피스텔은

우리 예산으로 갈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신혼집이었다.







작게 시작해자!

그리고 나중에 이사 가면 돼.




정말 어쩌다 보니 미니멀해졌다.


신혼집이 좁으니 뭘 넣는 게 일이었고,

집이 가득 차면 찰수록 지저분해 보이는 건 당연했던 집.







2년간 큰 트리 하나도 사보지 못했다.

좁은 집이니 작은 트리를 샀고 그걸로도 충분히 만족했던 크리스마스와 연말.



어쩔 수 없었던 미니멀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미니멀해진 우리.










아무것도 없는 빈 벽이 좋기도 하지만,

투룸 오피스텔에서 큰 트리 한번 설치해보지 못하고 작은 트리로만 만족했던 나는

그때보다 조금 더 넓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큰 트리의 로망을 이루었다.


정말 어쩔 수 없었던 미니멀이었나 싶기도 하다 ㅎㅎ




이렇게 큰 트리를 나중에 또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리지만

단순한 삶 속에서도

내 소소한 행복은 놓칠 수가 없으니깐.




트리 하나로 우리가 행복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어느 책에서 그랬다.

인생은 우연의 연속이라고.

그리고 나는 넘치고 넘치는 우연들 속에서

스스로 선택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어쩌다 보니 공대를 가게 되었고 건설회사에 취업하는 것을 선택했다.

회사에서 우연만난 남편과 연애를 했고 결혼을 선택했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미니멀한 삶을 살게 되었지만,

미니멀한 삶을 선택한 건 나다.






"미니멀리즘은 우리가 의식을 되찾고, 삶의 진정한 핵심이 소비나 물건에 있지 않음을 깨닫게 도와주는 도구이다. 삶의 진정한 목적은 의미 있는 방식으로 타인에게 기여하는 것이다. 특별한 의식을 지닌 사람만이 통념의 틀을 깨고 이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진정으로 깨닫고 나면 보다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열정과 행복, 자유로 충만한 삶을." _ 미니멀리스트 홀가분한 인생을 살고 싶다면, 조슈아 필즈 밀번, 라이언 니커디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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