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주 Jan 10. 2024

적당히 벌고, 적당히 쓰는 삶

미니멀라이프는 우리의 삶을 적당하게 만들어준다.




아침이다-


아침마다 이불을 정리하며,

오늘이 시작되었음을

한번 더 상기시킨다. 



자기 계발서를 보면 성공한 사람들은 이불을 정리한다는 말들이 많이 나온다.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불정리는 아침부터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일이라, 하루의 시작부터 자신의 삶을 통제하는 첫 단추를 이불정리로 시작한다고 했다.




결혼을 하고 킹사이즈의 아주 큰 침대를 샀었다.


좁은 집에 침대만 가득 차 있으니,

큰 침대가 깔끔하지 않으면

집이 너저분해 보였다.


그래서 시작한 이불정리.

정리되지 못한 것 같은 집이 싫어 시작한 거였지

성공하려고 정리를 시작한 건 아니었는데,

결혼하고나서부터 우리가 하는 많은 일들이

꽤나 좋은 결과들을 가져왔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이불정리를 했던 그때쯤부터였던 것 같다.







좁은 집에서 시작한 신혼 생활 덕분에

물건을 들이지 않기 시작했다.


원래 물건에 대한 욕구가 적었던 나는

그러한 삶에 쉽게 적응을 했는데,

게임기며 가전기기며 새로운 물건을 사들이는데

관심이 많았던 남편은 바로 적응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남편이 

미니멀해진 나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본인도 새로운 물건들을 사들이지 않기 시작하더니

어느 날은 필요 없는 물건을 버리기 시작했다.





블로그에 썼던 물건 버리는 남편



너무 신기해서 블로그에 글도 썼었음;;





그렇게 함께 미니멀한 삶을 살아가기 시작했던 우리.


함께라 더 쉬웠고

둘이라 더 재밌었다.






얼마 전 이사를 하고 나니,

집에 주전자가 필요했다.



인터넷에 검색해 예쁜 주전자들을 한가득 보는데

이상하게도 사고 싶지가 않다.

인터넷으로 사는 게 싫은 건가 싶어

친정엄마와 마트에 갔는데,

아무리 봐도 사고 싶은 주전자는 보이지도 않고 그 어느 것도 사고 싶지가 않았다.



엄마가 자꾸만 사 줄 테니

하나 골라라 하는데 

아무리 봐도 끌리지가 않는단 말이지-







그렇게 한참을 돌아다니다

내 눈에 띈 게 바로 이 하늘색 작은 냄비다.


작으니 금방 물이 끓을 거고

계란 한두 개씩 삶을 때도 좋을 것 같아 보인다.

엄마 나 이거 사줘!




엄마는 주전자가 필요하다더니 뭔 냄비를 사냐며 한마디 했지만 더 이상은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예쁘네-하며 조용히 카드를 꺼냈다.



최근 있었던 일 중에 가장 좋았던 순간,

내가 원하던 것을 잘 찾아서 샀으니 좋았던 게 아닐까.

(내 돈을 안 써서 더 좋았던 것 같기도..ㅎ)








미니멀은 내 삶에 만족감을 준다.

적당한 만족감!



더 좋은 주전자를 찾는 게 아니라

나에게 알맞은 냄비를 사게 해 주고,

더 넓고 좋은 집을 찾는 게 아니라

우리에게 알맞은 집을 찾게 해 준다.



적당한 만족감으로

늘 적당한 온도로 살아가게 해 준다.








우리가 결혼을 했을 당시

맞벌이 월급은 합쳐서 500만 원이 채 되지 않았다.


5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월급보다 더 많이 벌고 있고,

아이도 태어나 3인가족이 되었지만,

쓰고 있는 돈은 그대로다.


벌이가 늘었다고 해서 더 쓰지 않는다.


우린 이미 많은 물건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고 돈을 통제하며 사는 법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버는 방법을 생각하지 않는다.



돈을 더 벌지 않는다고 해서

직장생활을 대충 하는 건 아니다. 


돈에만 끌려가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거다. 남편은 돈 더 준다는 회사가 있었는데도, 이직하지 않고 지금의 회사를 다니고 있다. 왜 돈 더 준다는데 이직하지 않느냐고 주변에서 많이들 이야기하지만 남편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지금의 회사가 좋다고 말한다. 


직장에 만족하고, 회사일도 열심히 하던 남편은 올해 진급을 하는 쾌거를 얻었다. 결과적으로 이직하면 받게 됐을 월급만큼은 아니지만 엇비슷하게 벌게 되었다. 




적당히 벌어서

적당히 쓰는 삶을 살아가다 보면

내가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내 삶에서 돈만큼 중요한 것이 무엇이지


아니면 

때로는 돈보다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느끼며 살아갈 수 있다.



친정엄마와 아들


또한

적당히 벌어서 적당히 쓰는 삶은

돈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이 아니다.


우리 부부는 주식공부도 하고

부동산 공부도 하며

나름의 경제공부도 부지런히 하고 있다.




소중한 돈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어떻게 사용해야 할 것인지를 생각하며,

더 버는 수단의 돈이 아닌

우리 가정을 지켜주는 역할의 돈으로 활용할 수 있게 노력한다.





적당히 벌고,

적당히 쓰며,

충분하다고 느끼는 삶.




딱 우리에게 맞는 적당한 온도의 일상이 충분함을 넘어서 과분하게 느껴질 때, 

별거 아닌 일상에 행복이 가득 찬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돈을 잘 쓴다는 것’은 ‘충분하다’고 느낄 만큼의 만족스러운 소비를 하고, 그 이상의 불필요한 소비는 하지 않는 것이다. 더 좋은 것이 있더라도 ‘지금의 내가 부족함이 없다 느끼는 지점’을 잘 알면 필요 이상의 소비를 막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만족과 불만족 사이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며 자기만의 충분한 지점을 찾아야 한다.

작고 단순한 삶에 진심입니다_류하윤, 최현우




이전 02화 평수가 줄어도 가구는 그대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