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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주 Feb 05. 2024

엄마 손 잡고 나들이 갈 때-

사랑스러운 29개월 아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어린아이를 둔 부모의 저녁은 꽤나 피곤하다. 자기 싫다는 아이와 자야 한다고 말하는 부모의 기싸움은 언제나 힘든 일이기 마련. 자자고 어르고 달래서 눕힌 다음 한참을 이야기를 나눠야 잠드는 아이. 자식에게 잘해주고 싶은 게 부모마음인지라 좋게 좋게 말하다가도 질문이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말하는 아이에게 대답해주다 보면 이러다 언제 자나 싶어 결국 한 소리를 하게 되기도 하는 게 또 부모다.




특히 도하는 목청이 좋은 편이다. 


조금만 말해도 목소리가 커지다 보니 아이에게 조용히 말해야 한다고 자주 말한다. 조용히 해야 해라고 말하면 금세 또 목소리를 낮추는 도하. 노래를 부르다가도 '살살 불러야 해'라고 말하면 귓속말하듯 반짝반짝 작은 별하며 살살 노래를 부르는 도하. 


정말 시끄럽고,

그럼에도 너무 사랑스럽다.


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가 내 배에서 나왔을까.





이불에 누우면 꼭 손을 달라고 하고,

잠들 때까지 엄마손을 꼭 잡고는 놓지 않는 아이.

그렇게 자기 싫어하다가도 잠시 조용해지며 금방 잠이 드는 아이. 

엄마손을 꼭 잡고 자다가도 잠이 들면 잡은 손을 바로 풀고 등을 돌리는 아이. 


이렇게 금방 손을 풀 거면서

왜 그리 고집을 피운 거냐라며

한소리 해주고 싶지만

그 고집마저 너무 사랑스러운 아이.



나에게 자식이란 그런 존재다.


나 스스로도 싫어하는 

내 단점을 닮은 모습이 보이지만 

싫지도 밉지도 않은 존재. 


나처럼 크지 않았으면 하지만,

막상 나 닮은 구석이 보이면 

리 기분이 나쁘진 않은 그런 존재.






매일 내 손을 잡고 같은 길을 걸어 다니는데도 

어제보다 오늘 더 큰 것 같은 도하를 보고 있으면

내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게 또 뭐가 있을까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막상 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것 같아 슬퍼지기도 하지만,

그냥 옆에서 같이 걷는 그런 존재가 되어주는 건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두 주먹 불끈 쥐고 의욕이 넘치는 엄마가 된다.



물론 그걸로 부족하겠지만,

일단 지금 잘할 수 있는 게 그거니깐.


손잡고 같이 걸으며

함께 웃는 이 순간이

오늘 내가 너에게 줄 수 있는 것 중 가장 큰 것이다. 




왼손엔 아빠 손 

오른손엔 엄마 손

양손 다 꽉 잡아줘.



손 꼭 잡고 같이 걷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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