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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주 Feb 23. 2024

내 꿈은 직장 없는 삶.

파이어족을 꿈꾼다 하기엔 너무 거창해



벌써 쉰 지 보름이 지났다.


기 시작한 첫날은 앞으로 뭐 하면서 까 고민들을 했는데 막상 쉬는 기간 동안은 정말 고민 없이 쉬었다.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어보기도 하고,

아이와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오랫동안 못 만난 친구들을 만나기도 했던 지난 휴식기간.


출근시간에 맞춰 울리던 알람소리에 정신없이 깨던 일상을 잠시 멈추고 나보다 먼저 일어나 '자장자장 우리 엄마' 노래를 부르는 달콤한 아이의 목소리로 시작된 아침들.



급하게 아침을 먹이며 출근했던 지난날들과 달리 여유롭게 아침을 먹일 수도 있었는데 참 별건 아닌데 좋았다.



참 별거 아닌데 좋은 거.

의식하지 않을 때 내가 느끼는 행복들.






얼마 전 다녀온 제주 여행 중 피곤하다며 잠시 호텔에서 쉴 때, 잠든 남편과 아들 사이에서 잠이 오지 않아 챙겨 온 책을 꺼내 읽었다.



어른이 되어서 다시 모인 사람들과 이곳에서 우리는 또 어떤 기억을 만들며 살게 될까. 여전히 살고 싶은 시골은 너무 많은데 나는 무사히 이곳에서 정착할 수 있을지. 어디에서 살든 그곳을 사랑하며 살아야지.




'간직하다.' 생각이나 기억을 마음속에 깊이 새겨두다. 바쁘게 살 때는 몰랐다. 이만큼 살아오는 동안 그때의 기억을 여전히 따뜻하게 간직하고 있었다는 것을. 어쩌면 농촌이 좋은 것도, 농사를 지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된 것도 그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결국, 시골의 기억이 나를 움직인 것이라 생각한다.



화려한 볼거리가 아니더라도 시골에는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들이 가득하다. 상쾌한 공기를 맡으며 계절을 체감하고, 작은 마당을 즐기는 것은 어찌 보면 삶에 당연한 것들이다. 작고 당연한 것들이 점점 귀해지는 세상이다.





평소 '소소한 행복'이란 단어를 참 좋아한다.


그냥 행복하다란 말은 가깝게 느껴지지 않

너무 행복하다는 표현은 과장된 것 같은데,

'소소한 행복'은 진짜 행복인 것 같은 느낌.



언제나 날 행복하게 해주는 것들은

행복해야지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 때

요즘 힘든데라는 생각 들 않았을 때마다

일상에 가득 찬 것들이었으니깐.



소소한 것들이 가득 찬 일상이 나에겐 행복이니깐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나면 혼자만의 시간이 생긴다. 직장을 다닐 땐 없었던 자유시간.



위한 간단한 점심 한 끼와

맥심 커피로 달달한 낮 시간을 보내는 데

뭐 안 해도 참 좋다.



언젠가부터 직장 없는 삶이 내 꿈이 되기 시작했다.



을 읽다 보면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도 많았고 걱정 없는 노후를 꿈꾸는 사람들, 또는 그냥 행복을 꿈꾸는 사람들도 많았다.


저마다의 꿈들을 가진 사람들이 참 많다 보니

책을 읽을 때마다 내 꿈은 왜 없지 생각했는데,

요즘 생긴 꿈이 직장 없는 삶이다.



나와 남편이 직장이 아닌 곳에서 수익을 만들고,

너무 큰 금전적인 스트레스가 없는 삶.



남편과 언젠가 지을 집 구조는 이랬으면 좋겠다는 대화를 나누다가 도형으로 출력해서 이렇게 지을까 저렇게 지을까? 하며 고민해보기도 했다.



언제가 될지 아직 정확히 모르지만

직장에서 은퇴를 하는 시점에

우리가 지은 작고 예쁜 집에서

너무 큰 스트레스가 없는

적당하고 잔잔한 스트레스만 있는 삶.



요즘 내 꿈은 직장 없는 삶이다.



그러니깐,

지금 생긴 한 달간의 휴가기간 동안 또 푹 쉬고 3월부터 다시 일하게 될 곳에서 급여를 받으며 지금처럼 노후준비 공부도 하며 조금이라도 우리의 은퇴가 빨라질 수 있도록 잘해봐야지.




누군가가 꿈이 뭐야?라고 물어보면 이제 대답할 수 있다.


파이어족이 꿈입니다! 라기엔 너무 거창하니깐

갑자기 회사에서 잘려도

웃으면서 잘 됐다! 할 수 있을

'직장 없는 삶'이요.


그게 제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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