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방인의 기록 06
마을로 가는 길은 쉽지 않다. 항저우에서 야간열차를 타고 17시간을 달려 중국 서남쪽 광저우에 도착했다. 광저우 기차역 옆 버스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3시간 반을 달리면 주하이시 핑샤현에 도달한다. 핑샤현 버스터미널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가다 보면 다후촌, 즉 큰 호랑이 마을이다.
버스에서 내리니 가장 먼저 초록 밭과 푸른 하늘이 반긴다. 초록 밭 건너 호랑이 마을 사람들이 사는 집들이 보인다. 나중에 주민센터 직원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400여 명의 사람들이 이 마을에 산다. 그중 313명이 65세 이상의 노인이다. 마을 사람들은 개인 소유의 텃밭을 일구기도 하고 국가 소유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짓는다. 주하이 시는 광동성의 남쪽 해안을 끼고 있는 도시다. 핑샤현은 주하이시의 서쪽 해안에 위치한다. 큰 호랑이 마을에서 30분 정도 서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어부 배들이 정박해있는 부두와 회색빛 바다를 볼 수 있다.
마을의 밤은 도시의 것보다 더 어둡다. 차가운 방에는 방충망이 없는 창문이 열려 있어 모기와 나방이 주인 행세를 한다. 낯섦이 외로움이 된다. 9시가 채 되지 않았는데도 이방인은 어서 잠을 청한다. 새로운 여행지는 낯설다. 시골 마을은 도시인에게 더욱 증폭된 낯섦을 맡긴다.
하지만 그 먼 걸음과 낯섦, 외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스스로 마을을 찾는다. 그 이끌림의 감정에는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의 야생에 대한 갈망이 있다. 마하트마 간디,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글들이 뇌리를 친 순간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도시를 향해 떠났지만, 그 자리를 지키고 살고 있는 사람들, 도시를 떠나 마을의 삶을 택한 이들의 숨겨진 목소리들에 대한 호기심이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