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방인의 기록 07
매일 아침 장이 선다. 마을 주민들은 자기 밭에서 수확한 농산물들을 집에서 스스로 요리하기도 하고 이렇게 시장에서 판다. 비단 돈을 벌기 위해서만 장에 나오는 것이 아니다. 장은 마을 사람들과 웃고 떠들 수 있는 사교장이다. 작은 마을에 구멍가게가 많이 있는 점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400명이 사는 작은 마을이지만, 골목마다 구멍가게가 있다. 지나가다 본 것만 해도 벌써 열 곳이다. 하루는 궁금해서 “이렇게 가게가 많은 데 장사가 되나요?” 하고 마을 청년에게 물었더니 가게를 여는 게 돈을 반드시 벌어야 하기보다, 지나가는 마을 주민들과 담소를 나누는 용도란다.
마을에는 청년들이 일구는 유기농장이 있다. 그러나 마을 주민들은 대개 집에서 키운 농작물로 자급자족하거나 마을 시장에서 구입한다. 조찬집 주인아저씨도 재료가 떨어지면 시장에 가서 사 온다. 조찬집 주인아줌마도, 유기농장에서 일하는 농부들도 유기 농산물이 몸에 좋다는 것을 알지만, 비싸서 농약이 들어갔더라도 마을 시장의 것을 이용한다.
반면 몸에 좋은, 마을에서, 마을 농부들이 수확한 유기 농산물은 주하이(珠海) 시내 가정, 선전(深圳)의 대형 호텔, 마카오(澳门)의 유치원으로 팔려나간다. 마을로 들어와 살기 시작한 청년들은 마을 상점을 자주 찾기보다는, 인터넷 쇼핑을 즐겨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