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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왈 Feb 04. 2018

농장 밥은 꿀맛이다.

중국 이방인의 기록 08

농장에서의 한 끼


농장 밥은 꿀맛이다. 바로 여기 농장에서 누가 어떻게 수확했는지를 알기 때문일까. 누가 요리했는지를 아는 차원에서 더 나아가 누가 식재료를 생산했는가를 알았을 때 바로 이 맛이구나 싶다.      


주방 일을 담당하는 언니의 요리법은 간단하다. 중국식 팬(wok)에 기름을 두르고 식재료를 넣고 볶다가 중간에 물, 소금, 식초를 적당히 넣는다. 채소 본연의 맛과 식감을 느낄 수 있다. 삼십 대의 주방 언니는 매일 새벽 다섯 시에 출근하여 농부들을 위한 아침밥을 준비한다. 저녁 일곱 시 정도에 저녁상을 치우고 퇴근한다. 그렇게 매일 약 10시간 반을 일하고 하루 100위안을 번다. 농장에서 일한 지는 7개월이 다 되어 간다. 그렇게 매일 약 10시간 반을 일하고 하루 100위안(한화 17000원 정도)을 번다. 한 달에 이틀 쉴 수 있다.   

  

언니는 여기 마을 출신이 아니다. 고향에서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다 남편을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졌다. 고아에다가 돈 없고 잘 생기지도 않은 사내라 가족도 친구도 그와의 결혼을 말렸다. 그러나 어려운 환경에도 성실하게 살아가는 태도가 좋았다. 결국 남편과 결혼하면서 이곳 마을에서의 삶을 시작했다. 결혼 8년 차, 아이가 네 명 있다. 큰 아이는 15살의 남자아이인데 스스로 학교를 가지 않기로 결정하고 집에서 어린 동생들을 돌보고 집안일을 한다. 언니의 바람은 나중에 큰 아이가 학교를 다니고 기술을 배우는 것이다. 원래 남편과 수산물 판매 관련 사업을 했지만, 일이 잘 되지 않아 큰 빚을 떠안게 되었다. “선택의 기회는 없어. 현실을 살아내기 위해 일을 해야 해.”라고 되 뇌이며 언니는 농부들을 위한 점심을 준비한다.  

   

언니는 나와 같은 왼손잡이다. 우리는 같이 밥을 먹다가 이 공통점을 발견하고 좋아했다. 농장 생활 첫날, 처음 주방에 발을 디뎠을 때, 언니의 쾌활함이 반겨주었다. 저녁식사 시간이 거의 끝나갈 즈음이었다. 언니는 걱정하지 말고 천천히 먹으라고 한다. 탕이 식었다고 다시 끓여서 그릇에 떠준다.     


매일 나오는 반찬은 그리 특별하지 않다. 언제나 탕이 있고(광동 사람들은 탕을 좋아한다.) 채소 볶음, 고기 채소 볶음 등 반찬 세 종류, 밥. 메뉴가 똑같을 때도 많다. 그렇지만 맛있다. 그릇을 싹 비우게 된다. 다시 일어나 반찬과 탕을 한번 더 그릇에 담는다.                             


주방 언니의 조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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