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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왈 Feb 25. 2018

청년들은 왜 농촌으로 갔을까?

중국 이방인의 기록 14

  


궁금했다. 이곳 청년들은 왜 도시의 삶을 정리하고 농촌에 살기 시작했는지, 왜 농장 일을 하는지. 나는 현재 항저우 ‘도시’에서 공부하고 있다. 대도시가 아닌 지역, 지방에 대한 관심을 끊을 수가 없어 이곳저곳 돌아다니지만, 여전히 거주지는 도시다. 서울에서 약 4년을 보냈고, 2년 동안 유럽을 떠돌아다녔다. 그 후 지방으로 돌아가 일을 해보기도 했지만, 농사일을 한 건 아니었다. 지역 마을에 관심 있는 한 사람으로서 이들의 극단적 선택(지역 중에서도 지역의 마을에서 농사일을 한다는 점에서 그렇게 형용사를 붙였다.)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중국은 경제 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0년 소강사회(小康社会: 모든 가정이 먹고살만한 경제상황), 2035년 미국의 GDP 수준을 능가하는 것을 목표로 두며 정부는 중국의 경제 살리기에 열중이다. 그 일환의 거대 전략이 일대일로(一带一路) 사업이다. 중국의 수능이라 할 수 있는 까오카오 경쟁은 우리나라만큼,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더욱 심하다. 젊은이들은 북경, 상하이 등 대도시의 대학에 입학하고자, 그곳의 회사에 입사하고자 애를 쓴다. 농촌의 고등교육을 받지 못한 젊은이들도 농촌을 떠나 자발적으로 차별받는 도시사회 이등시민, 불안정한 농민공의 신분을 선택한다. 중국에서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대도시로 간다. 그곳에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 믿고 있기에. 현재 한국은 제주도 이주 현상을 비롯해 젊은 인구의 도시 이탈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은 한국보다 국가적, 개인적 차원에서 경제적 안정에 대한 목적의식이 더욱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따라서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가서 살기 시작한, 농사를 짓는 중국 청년들에게 눈길이 갔다.           


30대 여성(주하이 시 출신총 직장 근무경력 8농장 생활 1년 차)    

 

자연을 접촉하는 일과 생활에 굉장히 만족.”     


도시에서의 생활, 직장 내 인간관계는 복잡하다. 조직이 크던 작던 도시의 직장에는 경쟁구도가 조성되어 있어 편 가르기를 하는 정치구조가 늘 있다. 정치구조가 싫어 도시를 떠났다. 이곳의 조직은 그렇지가 않다. 이곳 사람들은 비교적 단순하다. 

예전엔 마카오에서 자폐증 청년에게 수공예 기술을 가르치는 특수교사 일을 했다. 내 일을 통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식에 관심이 있다. 현재의 농장 일도 사회복지 일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학생들이 단체로 농장에 와서 체험하는 활동을 구성하면서 학생들에게 자연을 가까이하고 일상에서 먹는 음식이 농장에서 식탁까지 오는 과정을 알게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런 활동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어릴 때 집에서 농사를 지어 비교적 농업과 친근하다. 굳이 농촌 생활에서 어려운 점이라고 한다면 배달 음식을 시켜 먹지 못하는 것이다. 나에게 있어 큰 문제는 아니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농촌 생활이 지루하고 무미건조한 생활처럼 다가올 수도 있다. 영화관 같은 오락시설이 없다는 점에서 말이다. 

청년들의 귀촌 선택은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다. 농장 일은 매일 회사에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하고, 고정된 일을 하는 것과 매우 다르다. 농장 일은 변화무쌍하다. 비가 많이 오면 새벽에라도 나와서 수리를 해야 한다. 또한, 자연에 의해 결정되는 부분이 많기에 열심히 일한다고 꼭 노력에 상응하는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 힘들 수도 있다.          


30대 여성(후베이성 출신도시에서 계속 생활하다 2년 전 귀촌현재 농장 최고경영자)


도전적인 일이 좋아서 여기에 계속 있을 것.”      


농촌에 와서 생긴 변화는 물질적인 추구를 하는 생활에서 나와 자기 자신의 본성에 집중하게 된 것이다. 이전에는 3급 도시에서 식품 수출 관련 국제무역회사에서 일했다. 농촌에서 땅과 접촉하며 사는, 자신의 본성에 집중하는 생활에 만족한다. 또한 내 일을 통해 이 농장이 커나가는 것을 보고 싶다. 

사실 이곳에서의 생활은 크게 불편하지 않다. 차를 타고 1시간이면 시내에 도착한다. 도시처럼 교통체증도 없다. 농장 차원에서의 어려운 점은 농업 전문 인력의 부족이다. 농업도 생산, 판매, 고객관리, 협력사 관계 관리 등의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현재 이곳에서 일하는 청년들은 대부분 농업에 관심이 있고, 유기농업이 사회에서 갖는 의미에 동조하지만, 전문 기술이 부족해 농장 차원에서는 비용 지출이 크다.     


20대 여성(광둥 성 명문대학 출신농장 생활 3년 차, 현재 농장 농업 방충해 관리 담당)     


나중에 내 고향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꿈.”     


도시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1년 동안 직장 생활을 했지만 자연과 함께하는 생활에 대한 갈망과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나를 농촌으로 끌어당겼다. 은행 일을 원하는 부모님의 반대도 있었다. 그러나 현재의 식품을 연구하고 자연과의 한적한 생활에 만족한다.

월급은 높지가 않다. 그러나 이곳 환경이 좋아 계속 여기에 있다. 또한 농장에서 제공하는 숙소와 급식이 있어 생활비가 크게 들지 않는다. 농촌에 구하기 힘든 필요한 물품도 인터넷을 통해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어 생활에 불편함이 없다.          


이 외에도 또 한 명의 20대 여성, 두 명의 30대 여성, 20대 남성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 과정에서 발견한 점은 1. 이곳 농장에서의 삶을 택한 청년들은 재미와 의미가 있는 일을 하고자 하는 동기가 강하다. 왜 이곳에 왔는가라는 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구동성으로 “재미있어 보여서.”였다. 그들은 현재 유기농업의 흐름이 미미하지만, 자신의 일을 통해 장차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2. 농업식품 안전에 관심이 많다. 이곳 청년들은 이전에 식품, 농업 관련 일을 하거나 가족이 농사를 했던 경험이 있었다. 일부는 농업과 먼 전공, 직장경험이 있었지만 안전한 식품, 유기농업 자체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3. 자연을 가까이하며 내면에 집중하는 소박한 생활을 추구한다. 월급은 높지 않고 농촌 생활에서 존재하는 일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지만, 자연과 함께하며 자신에게 집중하는 단순한 생활 방식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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