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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왈 Mar 12. 2018

중국 침대칸 기차를 타고

중국 이방인의 기록 15


열차 안에서 창 밖을 바라보던 아이


광저우에서 항저우로 돌아가는 기차를 탔다. 말로만 익히 들었던 춘윈(중국 춘절 전후의 귀성길 인파)을 비로소 체험했다. 기차역 안으로 들어가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물결에 휩쓸릴 뻔했다. 바로 전날 매표소에서 두 시간을 기다려서라도 기차표를 미리 받아놓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차를 기다리는 대합실 바닥에는 온갖 귤껍질, 해바라기씨 껍질, 과자 껍데기, 발자국이 가득하다. 자신의 몸뚱이보다도 훨씬 큰 짐을 이고 가는 이들이 가득하다. 낚시할 때 쓰는 보조의자, 큰 플라스틱 통을 들고 가는 이들도 종종 눈에 들어왔다. 좌석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입석을 택해서라도 고향에 간다고 예전에 들은 적이 있다. 낚시 보조의자와 플라스틱 통은 생활 속 체득한 그들의 지혜 같았다. 장장 20시간 동안 그렇게 해서라도 고향에 돌아가고픈 애틋한 마음이 느껴졌다. 대합실 옆 좌석의 아저씨는 맥주 한 캔을 꿈뻑꿈뻑 들이킨다. 맥아의 발효 냄새가 내 코를 찌른다. 긴 여정의 고단함을 미리 달래려는 듯했다.     


중국의 침대칸 기차를 타고 가는 여행을 꽤 좋아한다. 침대에 누워 창밖을 바라보고 있으면 창밖 서서히 변화하는 풍경에 내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또한 이렇게 글을 쓸 여유가 생긴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다. 중국은 어디서나 담배 피우는 행위를 허용한다. 복도에서 누군가가 피우는 담배 냄새가 침대칸 안까지 풍긴다. 덮고 있는 이불과 침대보는 하얗게 보이지만 이전 승객이 쓰고 간 것이다. 누군가의 체취가 남아있다.     


눈이 내린다. 열차가 항저우로 다가가고 있음을 깨닫는다. 한 아이가 창문 너머 눈 쌓인 풍경에 “눈이다!” 하고 외친다. 그리고 “아빠-!, 할아버지--!, 집---!"을 소리쳐 부른다. 가족을 만나러 집으로 가는 길인가 보다. 덩달아 나도 설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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