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편. 꿈, 무의식이 건네는 비밀 지도

1부 : 상징으로 말하는 또 다른 세계

by 우라노스


우리는 잠을 자는 동안 꿈을 꾼다.

어떤 꿈은 오래 기억에 남고,

어떤 꿈은 아침이 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때로는 말이 되지 않게 흘러가고,

때로는 처음 보는 장면인데도

이상하게 익숙한 인상을 남긴다.


그렇다면 꿈은

단순히 뇌가 만들어낸 무작위 영상일까?

아니면 무의식이 건네는

비밀스러운 메시지일까?





꿈과 뇌의 신호



현대 뇌과학은 꿈을 뇌가 휴식 중에도 계속 작동한 결과로 본다.

특히 렘수면(REM) 단계에 들어서면 뇌는 깨어 있을 때만큼이나 활발히 움직인다.


시각을 담당하는 영역은 마치 영화를 상영하듯 장면을 만들고,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는 낮 동안 쌓인 기억 조각들을 꺼내 섞는다.


이 과정에서 엉뚱한 장면들이 연결되며 우리가 꿈이라고 부르는 영상이 만들어진다.

이를 ‘무작위 활성화 이론(activation–synthesis theory)’이라고 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꿈은 꼭 특별한 의미를 담은 메시지가 아니라, 뇌가 자동으로 재생한 신호의 흔적일 수도 있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있다.

TV 뉴스를 무심히 보다가 잠들었는데, 그 장면이 전혀 다른 이야기 속 장면으로 바뀌어 꿈속에 등장한 적이 있었다.

꿈은 현실의 기억을 가져와 전혀 다른 서사로 다시 엮어냈다.





꿈이 하는 일들



하지만 연구자들은 꿈이 단순한 잡음에 그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잠을 자는 동안 낮에 쌓인 정보는 다시 정리되고, 중요한 기억은 강화되며 사소한 것들은 서서히 사라진다.

그래서 시험 공부를 한 뒤 잠을 자면 기억이 더 오래 남는다.


또한 렘수면 동안에는 편도체(amygdala)가 활발히 작동하며, 낮에 경험한 공포나 불안을 꿈이라는 형식으로 다시 처리한다.

힘든 시기를 지날수록 악몽이 늘어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때로는 꿈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건네기도 한다.

현실에서는 떠올리지 못했던 연결이 꿈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새로운 아이디어로 떠오르는 것이다.



실제로 폴 매카트니는 ‘Yesterday’의 멜로디를
꿈에서 듣고 깨어나 곧바로 피아노로 옮겼다고 회상했다.



이처럼 꿈은 기억과 감정을 정리하고, 때로는 새로운 생각을 길어 올리는 하나의 무대가 된다.





상징으로서의 꿈



어떤 꿈은 비슷한 장소나 장면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그럴 때 꿈은 단순한 영상이라기보다 어떤 감정을 품은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정신분석은 이 지점에 주목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꿈을 ‘검열을 피해 드러난 욕망’으로 보았고, 칼 융은 꿈을 ‘무의식이 전하는 상징의 언어’라고 설명했다.


이 관점에서 꿈은 그대로 해석되는 메시지가 아니라, 아직 말로 표현되지 못한 감정이 이미지로 나타난 무대가 된다.



꿈을 무의식의 상징으로 본 두 인물: 지그문트 프로이트(왼쪽)와 칼 구스타프 융(오른쪽)


나 역시 초등학교 3학년 무렵 살던 골목길을 꿈에서 반복해 걷는다.

그 길 끝에는 오래전 우리 가족이 살던 집이 있고, 그곳에서 돌아가신 엄마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나를 맞이한다.


그 시기는 2005년 이전, 아직 삶이 크게 갈라지기 전의 시간과 겹쳐 있다.


깨어난 뒤 슬픔보다 먼저 찾아오는 것은 이상한 평화다.

마치 꿈이 그 시절의 나를 잠시 데려가 조용히 위로하고 돌려보낸 것처럼 느껴진다.


정신분석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 꿈은 그리움과 애도의 감정이 상징으로 남아 있는 장면일지도 모른다.



무의식은 직접적인 언어 대신 이미지와 상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건넨다.








두 관점의 접점



뇌과학과 정신분석은

서로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같은 현상을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고 있다.


과학은

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설명하고,

심리학과 철학은

꿈이 왜 이런 모습으로 나타나는지를 묻는다.



이 두 질문이 만나는 지점에서
꿈은 마음이 사용하는 또 하나의 언어가 된다.



그렇다면

나는 꿈을 그저 ‘겪는 자’일까,

아니면

무의식이 만든 지도를 읽고 있는 존재일까?








<같이 질문해보기>
• 나는 꿈을 단순히 겪는 걸까, 아니면 무의식이 건네는 메시지를 읽고 있는 걸까?
• 반복되는 꿈은 아직 말로 다 하지 못한 감정의 언어일까?
• 왜 어떤 꿈은 현실보다 더 깊이 나를 흔들어 놓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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