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편. 의식, 양자의 문턱에 서다

1부 : 뇌를 넘어, 양자 속에서 찾은 의식

by 우라노스


우리는 매일 눈을 뜨고 잠이 들지만,
그 사이에서 진짜로 깨어 있는 존재는 누구일까?



가끔 설명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있다.


꿈속에서 오랜만에 어떤 사람을 만났는데,

다음 날 아무 일 없다는 듯 그 사람에게서 연락이 온다.

또는 처음 가는 길에서

왠지 이쪽으로 가야 할 것 같아 발걸음을 옮겼더니

우연처럼 누군가와 마주치게 된다.


이런 경험을 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질문이 떠오른다.

이 모든 일은 정말 우연일까?

아니면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어떤 흐름이

이미 그 순간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던 걸까?


이 감각들이 단지 뇌 속에서 일어난 전기 신호의 결과인지,

혹은 뇌를 넘어선 어떤 ‘의식의 장’에

잠시 접속한 흔적인지는 쉽게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질문은 계속 남는다.





양자역학의 등장



20세기 초, 과학은 전혀 다른 세계와 마주했다.

물질을 더 잘게 나누어 이해하려던 시도는 고전역학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현상들을 드러냈고, 그 결과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이라는 새로운 틀이 등장했다.




양자역학에서는 입자가 하나의 상태로 고정되어 있지 않다.

관측되기 전까지는 여러 가능성이 동시에 존재한다.


마치 동전이 공중에서 회전할 때 앞면도, 뒷면도 아닌 상태로 머물다가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하나로 결정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때를 양자역학에서는 ‘파동 함수의 수축’이라고 부른다.


중요한 점은 이 결정이 관측 행위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를 관찰자 효과라고 한다.

즉, 관측이 현실의 형태를 바꾼다는 개념이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현상은 양자 얽힘이다.

서로 멀리 떨어진 두 입자가 즉각적으로 같은 변화를 보이는 현상으로, 공간과 시간에 대한 기존의 상식을 흔들어 놓았다.





일상의 기묘한 연결



이런 개념들을 떠올리면 일상 속 장면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오래 연락하지 않던 친구가 문득 떠올라 메시지를 보냈는데 “마침 힘들었어”라는 답장이 돌아오는 순간.


서로 떨어져 있으면서도 같은 밤, 같은 장면의 드라마를 캡처해 보내거나 같은 시간에 같은 노래를 듣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


물론 이런 일들은 우연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우리가 완전히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보이지 않는 어떤 연결이 생각과 감정을 이어주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양자 의식 이론



이런 직관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도 있다.


미국의 마취과 의사 스튜어트 해머로프와 영국의 물리학자 로저 펜로즈는 뇌세포 안의 아주 미세한 구조인 ‘미세소관(microtubule)’에 주목했다.


미세소관은 세포 내부를 지탱하는 가느다란 관 형태의 구조로, 너무 작아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관측하기 어렵다.




이들은 이 미세소관 내부에서 양자 수준의 미세한 진동이 일어나고, 그 과정이 의식의 근원일 수 있다는 Orch-OR(조율된 객관적 붕괴) 이론을 제안했다.


쉽게 말해, 의식은 뇌세포 사이를 오가는 큰 전기 신호만으로 설명되지 않으며, 그보다 훨씬 미세한 ‘양자적 과정’이 배경에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이 이론은 아직 실험적으로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고, 뇌의 온도와 환경에서 양자 상태가 오래 유지되기 어렵다는 탈동조화(decoherence) 비판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가설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의식의 장에 접속한다는 것



그럼에도 이 이론이 흥미로운 이유는

의식을 바라보는 시선을 넓혀주기 때문이다.


의식은 정말

뇌가 만들어내는 부산물일까?

아니면 이미 존재하는 더 큰 흐름에

뇌가 잠시 접속하는 것일까?


만약 후자라면,

‘나’라는 존재는

고립된 개체가 아니라

넓은 의식의 장(field) 속에

잠시 머무는 하나의 파동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의식은

우주가 인간이라는 매개를 통해

스스로를 인식하는 방식일 수도 있다.

우리가 느끼고, 생각하고, 질문하는 모든 순간이

우주적 반응의 일부라면 말이다.






<같이 질문해보기>
• 내가 누군가를 떠올릴 때, 그 사람과 실제로 연결되어 있는 걸까?
• 타인의 감정을 느낄 때, 그것은 내 감정일까, 아니면 공유된 감정일까?
• 우주는 나를 통해 스스로를 인식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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