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편. 뇌가 만든 환상일까, 진짜 ‘나’일까?

1부 : 생각하는 나 vs 바라보는 나

by 우라노스


나는 뇌일까, 아니면 이 모든 생각의 흐름을
바라보고 있는 또 다른 나일까?



우리는 보통 이렇게 믿는다.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그 생각을 하고 있는 존재가 곧 ‘나’라고.


하지만 만약 그 생각이

단순한 전기 신호의 결과라면 어떨까.

그렇다면 ‘나’라는 존재는

뇌 속 회로가 만들어낸 하나의 환상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른다.





뇌과학이 설명하는 의식



현대 뇌과학은 의식을 뇌의 물리적 작용으로 설명한다.

감정, 판단, 기억, 자아 인식 같은 내적 경험은 모두 뉴런과 시냅스가 주고받는 활동의 결과라는 것이다.


실제로 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하면 잊고 있던 기억이 되살아나기도 하고, 언어 영역이 손상되면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것조차 어려워진다.

이런 사례들은 의식이 뇌에서 ‘만들어진다’고 보게 만드는 충분한 근거가 된다.


이 관점을 더 강하게 만든 것이 벤저민 리벳의 실험이다.

리벳은 참가자들에게 손가락을 움직이게 한 뒤, ‘지금 움직이겠다고 느낀 순간’을 기록하게 했다.

그 결과, 우리가 결심했다고 느끼기 약 0.3초 전 이미 뇌에서는 행동을 준비하는 신호가 포착되었다.


이 실험은 “우리가 자유롭게 선택한다고 믿는 순간조차 사실은 뇌가 먼저 결정한 뒤 의식은 뒤늦게 그 결정을 인식하는 것 아닐까?” 라는 질문을 던졌다.


다만 이후 연구에서는 사람이 행동 직전에 의식적으로 이를 멈출 수 있는 ‘거부(veto)의 가능성’도 제기되었다.

의식이 완전히 수동적인 존재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뇌과학의 기본 입장은 분명하다.

뇌가 멈추면 의식도 함께 멈춘다.

이 관점에서는 죽음 이후에도 남아 있는 ‘나’를 상정하기 어렵다.





뇌를 넘어선 감각들



하지만 이 설명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경험들이 있다.



처음 가본 장소인데 이상하리만큼
낯익게 느껴지는 순간,

처음 만난 사람인데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듯한 직감,

아무 이유 없이 밀려오는
설명하기 힘든 감정의 파도.




이런 감각들은 단순한 뇌의 오류일까?

아니면 뇌가 아직 설명하지 못한 어떤 층위의 신호일까?




신경과학은 여기서 흥미로운 단서를 하나 더 보여준다.

뇌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조차 활발히 작동한다는 것이다.

이를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라고 부른다.


명상 중이거나 산책하며 멍하니 걷고 있을 때, 샤워를 하며 생각이 흘러갈 때 이 네트워크는 과거를 떠올리고, 미래를 상상하며, ‘나’라는 존재를 조용히 되짚는다.


우리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생각은 계속해서 흐르고 있다.


그렇다면 그 흐름을 바라보고 있는 ‘나’는 누구일까?


그 관찰자는 뇌의 회로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착각일까, 아니면 뇌 너머의 어떤 차원을 잠시 비추는 의식의 빛일까?





의식은 뇌를 통해 ‘접속’되는가



일부 학자들은 의식을 비물질적 정보의 흐름으로 보기도 한다.

이 관점에서 뇌는 의식을 ‘생산하는 공장’이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장치에 가깝다.


TV가 스스로 방송을 만들지 않듯, 라디오가 주파수를 맞춰야 신호를 수신하듯, 뇌 역시 의식이라는 신호에 접속하는 수신기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만약 그렇다면 ‘나’라는 존재는
뇌라는 장치를 통해 이 세계에 잠시 머무는
더 큰 차원의 자아일지도 모른다.





의식은 뇌의 회로가 만들어낸 환상일까?

아니면 뇌라는 수신기를 통해 잠시 접속한 하나의 파동일까?


어쩌면 우리는

뇌 속에 갇힌 존재가 아니라,

더 넓은 의식의 장(field)에 연결된 작은 점일지도 모른다.






<같이 질문해보기>
• 내가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 내 의지일까?
• ‘나’는 뇌 속에서만 존재하는 걸까, 아니면 그 너머에도 있을까?
• 뇌를 쉬게 할 때 다가오는 그 낯선 자아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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