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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rban essay Oct 30. 2022

Probation Periods_수습기간

"Probation Periods" 즉 수습 기간을 뜻한다.


한국도 그렇지만 영국 회사들은 6개월 혹은 3개월간의 수습 기간을 거친 뒤 정식으로 정직원이 된다. 수습 기간의 평가는 3개월이 지난 뒤 라인 매니저인 파트너와 혹은 함께 일을 많이 한 어소시에이트, 어소시에이트 파트너가 동석하기도 한다.


최근 회사 프로젝트가 많아지고, 코로나로 많은 유럽 친구들이 자국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정말 쏟아진다는 기분이 들 만큼 매주 새로운 직원들이 채용된다. 결국 2년간의 코로나 기간 동안 100여 명 이상의 새로운 직원이 들어왔고 평소보다 가쁘게 파트너들이 프로 베이션 평가를 하게 되었다.


보통은 한 달에 한 명 정도 들어오니 새 친구가 왔네 하면 유심히 관찰하기도 하고, 같이 일하면서 이런저런 장단점을 많이 캐치하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 나조차도 이 친구가 그 친구인가 할 만큼 프로 베이션 파트너들이 "전 얘 어땠어?" 물었을 때 문득 "아!!" 할 때가 있다.


두 가지의 "아!!" 일 것이다...


아!! 수습 기간이 있는 걸 까먹을 만큼... 정말 일을 잘하고 도움이 되어서 정말 잊고 있었다.
아!! 그 친구랑 일을 많이 안 해서 객관적인 이야기를 해주기가 부담스러운데...


사실 가장 좋은 건 라인 매니저가 이 친구랑 일을 3개월간 해보면서 느끼면 참 좋은데, 최근 프로젝트들이 많을 땐 모두를 그들이 매니징 하기 힘들다. 결국 팀을 관리하는 어소시에이트나, 어소시에이트 파트너가 말하는 코멘트가 그 친구들의 수습 기간 통과를 결정하게 된다.(내가 뭐라고, 힘들게 취업한 친구에 대해 왈가불가하랴)


또 최근에 학교를 졸업하고 입사한 아시안 친구가 있다. 편의상 D라고 하자, 그/그녀는 너무 잘하려고 한다. 그리고 너무 열심히 한다. 물론 그 기간에 열심히 안 하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눈에 띄게 열심히 하는 모습은, 살짝 부담이 된다.(의욕만 있는 친구는 좋지 않다. 항상 밸런스가 맞아야 한다) 항상 뭐 할 거 없냐고 묻고, 참고할 만한 자료들을 보내달라고 한다. (보내주면 뭐 알 수 있나? 옆에서 누가 진득이 앉아서 설명해 줘야, 이해될까 말 깐데...) 3주째 그러고 있는데... 걱정이다. 저 의욕이 3개월 뒤에도 계속 유지될지... (경험상 거의 대부분 그렇지 못하다) 그래도 마음은 언제나 저 친구가 잘 이겨내고 꼭 필요한 팀원이 되길 바라본다.


보통 수습이 지나면 어느 정도의 개인들의 퍼포먼스가 살짝 떨어진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긴장하였거나, 실수 하나하나에 예민했던 것들이 어느 순간 해소되면서 조금의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가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주변 친구들과 커피를 자주 마시며 소셜 활동을 하거나, 프로젝트 하나만 보고 있었다면 다른 친구들은 뭘 하나 궁금해한다거나, 금요일마다 드링크 파티를 간다거나, 이제 정직원이 되었으니 부담 없이 집을 구해야 하는 등의 이유들이 있다.(몇몇 친구들(대부분은 유럽)은, 수습 기간 동안 자신도 회사를 평가하며 자신한테 맞는 회사인가? 내가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업무 환경이 자신한테 적당한가 등을 보기 위해 3개월 간, 숙소를 정하지 않고 AirBnb나 단기 룸 셰어를 하며 회사를 알아간다. 수습 기간이 지나 통과된 후, 부동산을 통해 살 집을 구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들은 결국 그들의 업무활동 시간이 조금씩 단축되고 집중도를 떨어트린다. 사실 수습 기간만큼 퍼포먼스(특히 불평불만 없는 야근 생활)를 물리적으로 보여주는 친구들은 잘 없다. 그래서 상대적이랄까?, 내가 8년간 지켜본 신입직원들의 대부분은 너무 열심히 하는 친구들 번아웃이 빨리 오고 회복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물론, 예외의 경우도 있다. 반짝반짝 빛나는 스타 수습사원이다. 너무너무 일을 잘하고, 센스 있고, 사회생활도 잘하고 페이스 조절 잘하는 친구들.... 물론 있다. 나에게 배속될 확률이 낮을 뿐이다. 당연한 건가? (내가 볼 때 예쁘면 남들도 예뻐한다)


마지막으로 수습 기간에 실수할까 두려움이 많은 친구들이 있다. "통과될까요?", "아... 파트너가 사수가 날 안 좋아하는 것 같아요" 등등이다.



예전 한국인 동료에게 이러한 말을 한 적이 있다.

 수많은 포트폴리오와 CV가 매일매일 파트너들 이메일에 쌓인다. 그리고 파트너들은 정말 쉴 틈이 없을 만큼 바쁜데, 그중에서 골라 골라 인터뷰 30분을 잡고 인터뷰 후 파트너들끼리 상의해서 최종 보고서를 작성, 그리고 보통 HR에서 결정을 내린다. 그들도 당장같이 일해야 할 친구를 뽑는데, 정말 못하고 부족한 친구를 뽑을 이유가 없다. 다 이유가 있어서 뽑혔고 잘하는 어느 부분을 인터뷰 중에 봤으니깐 이렇게 채용된 것이다. 자신감을 가져라!!


라고 자기 앞가림도 못하면서 조언 아닌 조언을 건네었다


사실 내가 본 파트너들은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정말 최근 들어 나의 업무시간의 대부분은 설계나 코디네이션이 아니다. 파트너들의 코멘트 및 디자인 결정을 받기 위해 대기하며 그들이 어디 있는지 찾는 일과가 하루의 반을 쓰는 것 같다. (스케줄 관리하는 담당 비서(PA)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일주일 전에 풀 부킹이다 ㅎㅎ)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 큰 실수(?)라며 "어떻 하지?"만 앵무새처럼 내뱉는 직원이 있었다. 같이 작업을 하는데, 자신 때문에 몇 시간 자료가 돌아가게 되었다. 발표 준비 시간에 맞추지 못해서 Draft 버전으로 파트너에게 발표하게 된 상황이다. 자, 걱정 마시라, 자료를 지운 건 IT에서 매시간 Backup을 하니 기껏해야 30분 정도 손해 본 것이다. 그리고 Draft 버전.... 당연히 괜찮다. 파트너한테 어소시에이트가 한소리 들으면 그만이다. 클라이언트 발표 때만 안 그러면 된다.


그러니, 정말 이 글을 보고 있는 수습직원들도 자신감을 가지고, 이미 보인 재능이 있어서 지금 그 자리에 있다고 믿고 주춤거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잠시 나의 실수담을 하나 풀자면, 나는 수습 기간에 작업한 설계 모델링을 내 월급보다 많이 들여서 3D Printing을 했다. 그리고 작업실에서 들고 자리로 돌아오는 도중.... 깨 먹었다. 모서리를 댕강 날려버린 나는 얼마 짜리지?? 하는 생각과 갑자기 수습 기간 평가가 좋지 못해 통과가 안될까 봐 조마조마했다. 근데 그때 사수였던 분께서 그냥 웃으며(조금 잔소리를 하긴 했지만...) 컬러가 원했던 흰색이 안 나왔다며 융통성 있게 새로 3D 프린팅 하도록 해주었다.


또 며칠 뒤, Revit이라는 건축 드로잉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게 익숙하지 않고 개인이 아닌 팀 전체가 같이 하나의 파일을 공유하여 실시간으로 도면을 그리는 프로그램이다. 써본 적이 없어서, 팀장이 디자인 테스트를 하나 해보자 해서, 당연히 서버에 있는 파일을 내 데스크톱 하드에 집어넣으면 다른 직원들이 진행하고 있는 거에 방해가 되지 않겠거니 하고, 열심히 기존 모델링을 손보고 수정하였다.


몇 시간 뒤, 프로젝트 전체 공지 메일이 왔다.....

"직원들이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채로 사용하지 않도록 트레이닝 유무를 확인 부탁한다. 그리고 오늘 몇몇 파일들이 상의 없이 변경되었던데, 기존 자료들이 복구하기 힘들게 되었다. 그러한 일이 없도록 부탁한다"라는 아주 사무적이고 딱딱한 흔히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메일이었다.


우리 팀만 다들 나를 쳐다보고 나는 정말 그날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만큼 책상에 앉아 일만 했다. 그다음 주 월 화 수 나는 결국 트레이닝을 받으러 가게 되었다.


뭐... 사실 이러한 사고가 한두 개였겠는가? 그래도 수습 기간 통과하고, 회사서 잘 지내고 승진도 하였다. 너무 움츠러들지 말고 자신감을 가지고 수습 기간을 버티면 될 것 같다. 또한 수습 기간을 통과하지 못하는 친구들은... 정말 그럴 만한... 사정과 사고가 있었다. 걱정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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