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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rban essay Nov 15. 2022

[번외 편]나는 왜 야근을 하는가?


내 나이 마흔.

건축을 공부하기 시작한 걸로 보면 벌써 20년이다.

나도 한때는,  내가 반짝반짝하는 건축을 한다고 생각했다.

아이고, 지금 보면 난 그냥 저기 흔한 돌멩이였다.

**정말 반짝이는 친구는... 아우라가 달라요 ㅎㅎㅎ


다들 그런 생각 하던 시기가 있나요??

나만 철없었던 아니죠?(아니라고 해줘요 �)




나는 왜 야근을 하는가?


오늘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직장 생활만 계산하면 어림잡아 12년 정도가 지났다.

다른 직업군 / 상황들과 많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야근을 아주 많이 했고, 지금도 한다.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왜 야근을 해?"

노동의 결과물로 우리는 월급을 받는다. 또한 현재 나는 야근수당이 없는 회사를 다니며, 일주일 중 대부분을 7-8시에 퇴근하게 된다.


사회 초년생 때는, 배울 것들이 많았다. 뒤늦게 시작한 건축설계라는 주제는 알아야 할 것들이 많았고, 대학교 1학년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주변 친구들의 대단한 지식들이 부러웠다. 그래서 취업 후 그들만큼 알고, 그들만큼 지식을 누리기 위해 더 늦게까지 일을 하면서 지식들을 채워갔다.


3-4년 차가 되었을 때, 빠른 시기에 프로젝트와 사랑에 빠진 것 같다. 내 이름의 프로젝트가 아니라 속상할 만큼 내게 주어진 업무들이 좋았다. 그리고 완공된 작업들을 볼 때마다, 기쁨 플러스 현재 진행 중인 것들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한두 가지만 더 고치면 더 완성된 작업물을 사람들이 더 온전히(지금 생각하면 나의 오만이었다.) 누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7~8년 차가 되었을 때, 남들은 번아웃이 오기도 하고, 직장인으로서의 삶으로 만족한다고 할 때, 유학을 와서 해외에서 일을 했다. 반짝이는 아우라 넘치는 젊은 친구들과 경쟁을 해야 했다. 그리고 부족한 언어는 항상 나에게 큰 허들이었다. 그래서 생산성 있는 사람이라도 되어야 했다.


9~10년 차가 되었을 때, 나는 아주 잠시 동안 야근을 멈췄다. 그리고 가족들과 시간을 깊게 보내고, 월급 받는 만큼의 일을 하자고 했다. 물론 아직도 프로젝트는 재미있다. 이건 병이다. 하지만 현실을 돌아봐야 했고, 내 체력과 멘털은 많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기대하지 않던 승진을 하게 되었다.


12년째가 된 지금, 여전히 야근을 하고 있다. 어제도, 주말에도 간간이 일을 한다. 왜 하는 걸까?



첫 번째, 자기만족이다. 누가 시켜서 하면 이렇게 못할 것이다. 책임감? 책임감도 10년을 야근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두 번째, 결과론적 평가 시스템이다. 모든 프로젝트는 힘들게 굴러간다. 단 한 번도 건축주가 그리고 설계 과정이 쉬운 프로세스는 없었다. 내가 월급쟁이만이 아니라 조금의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드는 직업이라면  매달 들어오는 월급 이상의 필요한 것이 포트폴리오이다. 이 결과물이 좋아야 다음 프로젝트 또는 회사에 이직할 때 꼬리표처럼 따라온다. 그래서 현실에 마주한 프로젝트가 나에게 추가적인 돈을 주지 않지만 나 스스로를 위해 해야 하는 것 같다.(현실은 아직도 모르는 것들이 상당히 많다.)


세 번째, 업무환경이다. 회사마다 다를 것이다. 점차 짧아지는 프로젝트 기간은 하루하루 쳐내야 하는 업무량이 늘어난다. 그리고 도면을 작성해야 하는 직원들은 과한 업무량에 지치기 일상이다. 중간관리자는 지쳐 떨어져 나가는 직원이 생기지 않도록 추가적인 시간을 들여서 당근과 채찍을 제공한다.


한편으로 위에서는 이전과 달리 줄어든 생산속도와 협업 결과물에 대해 압박을 준다. 여기서 할 수 있는 옵션은 3가지다.


1) 못하겠다. 나도 나갈래

2) 추가 인력을 달라고 항의를 한다

3) 야근한다.


여기서 결국 선택하는 것은 3번 야근이다. 결국 항의와 야근을 밥 먹든 이 하다가 나갈 수도 있을 것 같다.

길이 많이 길어졌기에 끝내고자 한다.


많은 동료들이 책임지는 일을 하면서 야근은 하기 싫다고 한다. 인간적으론 나도 100% 동의한다. 나도 휴일 좋아하고 일하는 거 싫어한다. 그럼에도 더 나은 나의 미래(회사가 아니라)를 위해 조금 더 많이 알고 경험해서 그다음을 꿈꾸는 시간이라 생각했으면 좋겠다.


내가 말한 두 번째 이유(결과론적 평가 시스템)만으로도 야근할 이유는 나에겐 충분했다.

이러한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친구들이 엄청 많을 것이다. "야근하는 업무가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은 일들만 한다", "야근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업무평가가 객관적이지 않다", "나는 내 생활이 더 중요하다" 등등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12년째가 되어 보니, 예외적으로 반짝이는 아우라가 없는 이상, (정말 안타깞게도) 많이 알고 경험하고 새로운 것들에 두려움이 없는 친구들이 성공하더라.



-아주 개인적인 "야근"에 대한 생각-




그냥 퇴근길에 생각한 것들을 자기 전 정리 하보니 조금 긴 글(이라 쓰고 꼰대력이라 읽을 수 있을 듯)이 되었지만,  옳고 틀린 건 없는 것 같다. 다만 자기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걸 실천하는 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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