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하는 힘

Item 04.

by 이루나

아마추어와 전문가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건

그 일이 흥미롭지 않을 때도 계속해나가는 능력이다.

우리는 지루함과 사랑에 빠져야만 한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제임스 클리어




지루함, 신경 쓰이는 인연에 대하여


무언가를 지속하는 힘은 동기부여나 목표달성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던 날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결국, 지루함을 견뎌내는 것 답이었다.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에 거부감이 없는 나는 항상 빠르게 새로움을 찾아 나섰다. 그 과정에서 지루함을 떠나고, 다시 만나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헤어지지 못하는 오래된 연인의 고착상태 같은 것일까. 아니면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운명 공동체일까.


생각해 보면 목표로 한 것이 있음에도 그날그날의 기분에 따라 애초 계획했던 것들이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참 많다. 특히, 새해 목표로 많이 계획하는 운동 같은 경우가 가장 흔할 것이다. 습관이 며칠 동안 유지되기 시작하면, 첫 시작처럼 그렇게 흥미가 있거나 동기가 많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지루한 것이다.

그래서 애초 세웠던 굳은 결심이 기분에 따라 좌지우지되곤 한다.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기분이 안 좋은 날에는, 운동 대신 치킨과 맥주로 해소한다.

날씨가 안 좋아서, 운동하러 가는 길이 귀찮아 가지 않는다.

군것질을 안 하고 참고 있는데, 주위에서 권유하거나 먹는 모습에 결국 같이 먹었다.

왠지 모르게 꿀꿀한 날, 달콤한 디저트로 보상을 주었다.


이런 경험을 한 적이 많다. 지금 이 글을 쓸 때도 몇 번이나 폰을 만지작거리고, 간식으로 지루함을 달랬다. 지루함은 흥미로움을 주지 못할 때, 쉽게 떠나버리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나 목표한 성취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골인 지점까지 이어진 선이 끊어져도 다시 붙일 풀이 필요하다. 종이에 풀칠을 하던 때, 손에 어쩔 수 없이 남게 되는 그 작은 끈적함으로 날 거슬리게 하던 것이 떠오른다. 지루함은 나에게 그런 존재다. 떨쳐내려고 해도 말끔하게 없어지지 않은 채 자꾸 신경 쓰이게 만든다. 그때마다 지루함은 나에게 끈적거려도 선을 이어 붙여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고 알게 모르게 전하고 있었다. 그래서 잠깐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나서, 다시 한번 지루함을 마주하러 돌아오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 반복의 끝엔, 이별이 아닌 성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가며, 지루함과 공존하는 연습


주식시장의 파란색과 빨간색이 기분에 영향을 미치듯, 주위 환경에 의한 영향이 생기는 것 자체를 어찌할 수 없지만, 그것들로 인한 나의 기분은 내가 절제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그런 날도 필요하지'하고 나의 기분에 손을 들어주면 당장의 감정 해소에는 도움을 준다. 하지만, 또 꾸준히 못했다는 다른 부정적인 기분이 뒤따라오게 된다.


루틴을 만드는 건 정말 어렵다. 매일 저녁 잠자리에 들기 전, 스마트폰 말고, 책으로 손이 닿기까지 정말 지독하고도 긴 시간이 걸린다. 지루함보다 탐욕이 매일 우승 트로피를 차치한다. 좋아하는 영상과 흥미로운 새로운 숏츠를 보는 즐거움은 퍽퍽한 회색 일상에서 잠시나마 행복 호르몬이란 친구들을 만나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서하는 습관을 길들이는 것보다 매우 달콤하다.


지루함은 강력한 힘이 없다. 도파민, 옥시토신, 세로토닌, 엔도르핀의 4종 행복 호르몬 친구들은 지루함을 싫어한다. 매번 방해한다. 마냥 착하기만 한 친구들은 아닌 모양새다. 이 호르몬 친구들의 시상식이 모두 끝나고 나면 때때로 허무, 좌절감 등이 마중 나온다. 반면, 지루함은 화려한 시상식 위에 서기 어렵지만, 자신감, 성취감이 반갑게 웃으며 같이 팀을 하자고 다가온다. 그렇다. 지루함은 혼자가 아니었다. 다만, 홀로서기를 해야지만 만날 수 있는 든든한 친구들이다.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로, 일주일에 한 번 치팅데이 같은 해소날을 미리 계획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지속하는 힘' 자체를 성장시키는 부스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격려하고, 때때마다 오는 그만두고 싶은 마음을 이겨내고 스스로를 칭찬함으로써 지루함과 사랑에 빠져보자고 다짐해 볼 수 있다.


'지속하는 힘'은 장바구니에 가장 담기 어려운 아이템이다. 지루함을 사랑해야 하는데 나에겐 아직 그 정도는 아닌가 보다. 그래서, 지루함과 사랑에 빠지기 위해서는 적응시간이 필요하다. 시작하는 연인들이 각자의 설렘으로 만나, 서로의 다름을 주장하는 시간을 겪은 이후, 그 경계가 희미해지고 보랏빛으로 물들어갈 때,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목욕탕에서 온탕과 냉탕을 번갈아가며 들어가면, 어느새 몸은 자연스레 적응하고, 온도를 유지하면서도 혈색을 원활하게 돕는 것처럼 말이다.


단기적 사랑도 사랑이라면, 나는 사랑에 빠졌다. 지루함을 사랑하고 싶은 마음에 '지속하는 힘'을 장바구니에 넣었다 뺐다를 오늘도 반복한다. 아직은 한쪽으로 치우친 컬러겠지만, 언젠가 나에게도 지루함을 사랑할 수 있는 힘이, 깊고 단단한 보라빛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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