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마려운 닭

어른을 위한 짧은 우화 #09

by 이루나

"달걀 낳았으니, 저 이제 퇴근해도 되죠?"


해가 뜨기도 전,

닭장은 "꼬끼오~~~" 소리로 가득 찼다.

닭들은 하나 둘, 출근 체크를 시작했다.


"꼬오오옥~~~끼오~~~"

저마다 목청을 높여 제시간에 출근했음을 알렸다.


신입닭: "오늘도 달걀, 1닭 1알 기준이야?"

눈치닭: "응, 무조건 1알은 기본이야."

"1알 안되면 수탉 차장한테 찍히는거 알지?"


닭장은 늘 분주했고,

닭의 하루는 달걀로 시작해서 달걀로 끝난다.

그만큼, 달걀에 모든 성과가 달렸다.

그렇게 주7일 근무한다.


닭장 관리자 '수탉 차장'의 벼슬은 오늘도 반짝거렸고,

부리와 날개는 크고 날렵했다.

수탉 차장의 강한 목소리가 닭장안에 울렸다.

"자, 오늘도 목표는 100%달성! 이상 끝!"


이제 2개월 차,

신입닭은 열심히 먹이를 향해 부리를 쪼아댔다.


잠시 뒤, 신입닭에게 예민닭이 말을 걸어왔다.

예민닭: "오늘 온도 더무 습하지 않아?"

"환기도 잘 안돼는 것 같은데?"


신입닭은 1알에만 온 신경을 집중해서,

옆에서 예민닭이 뭐라고 해도 대꾸하지 않았다.


사실, 예민닭은 불만사항을 계속 이야기하지만,

한번도 수탉 차장한테 직접 말하는 걸 본 적은 없었다.


닭장 안에선,

수탉 차장 말이 곧 법이었다.

계란 수요가 많은 시기엔,

달걀 2알 목표로 야근은 기본이었다.


신입닭은 쩌릿하게 1알 성공 느낌이 들었다.


그때, 갑자기 수탉 차장의 굵은 목소리가 쩌렁하게 들려왔다.

"자, 휴식 시간이다! 모두 밖으로 이동!"


오늘은 월1회마다 돌아오는 닭장 청소 날이다.


'아 진짜, 성공할 뻔 했는데,

왜 꼭 같이 쉬어야 되는거야?'

신입닭은 투덜대며 야외로 나갔다.

구석에서 수탉 차장에게 아부하는 딸랑닭을 발견했다.

딸랑닭 : "차장님, 깃털 너무 멋져요."

"뭐, 바르신거예요? 어쩜 이리 풍성하고 광이 나요?"

수탉 차장: "하하하! 뭘, 발라. 원래 내 깃털이야."

수탉 차장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심 기분이 좋았는지, 쉬는 내내 딸랑닭과 웃으며 옆을 떠나지 않았다.


신입닭은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갸우뚱했다.

'뭐가 그리 재미있지? 그게 웃을 일인가'


다시 업무 시간이 시작됐다.

신입닭은 그저 빨리 1알 낳고, 퇴근하고 싶었다.

1알이 목적이 아니라,

'퇴근하고 싶어 출근한다'는 말이 더 맞을 것 같다.


'얼른 1알 낳고, 퇴근해야지."

신입닭은 다시 모이를 쪼으고 집중했다.


그것도 잠시,

옆에 있던 닭들의 대화 소리가 또 방해되기 시작했다.

자랑닭: "꽈-악! 꼬꼬대~액!"

"이것봐, 나 엄청 큰 달걀 낳았어!"

"키야~ 봤어? 나 쫌 멋있지 않냐?"

감성닭: "오오오, 장난아니다. 왕란이네!"

"난 크기보다는 이쁜 달걀 놓고 싶어."

"어제 낳은 달걀 귀여웠는데, 깨져버려서 슬펐거든."

이성닭: "크거나 이쁜게 뭔 상관이야."

"그냥 놓기만 하면 되는거 아냐?"

수다닭: "그거 알아? 옆 닭장 다산닭은 하루에 3알 낳았데."

"그래서, 별채 닭장으로 옮기고, 유기농 사료로 바꼈다던데?"

수다닭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닭들은 다시 모이를 쪼아대기 시작했다.


"꼬오오댁! 꼬꼬!"

드디어 신입닭이 힘겹게 1알을 낳았다.

이전보다 엄청 빠른 성과였다.


신입닭은 수탉 차장에게 신나는 마음으로 다가갔다.

신입이 차장에게 가까이 다가간 것은, 닭장이 생긴 이래 처음이었다.

"저, 1알 낳았으니, 이제 퇴근해도 되죠?"


순간, 닭장 안이 조용해졌다.

아직 해가 중천이 되지도 않은 시각이었다.


닭장의 닭들 시선이 일제히 신입닭과 수탉 차장에게 쏠렸다.

그 누구도 그런 말을 수탉 차장에게 해본 적이 없었다.


수탉 차장은 당황한 듯 벼슬을 한번 움찔하더니, 되물었다.

"뭐? ... 퇴근?"


신입닭은 연신 고개를 앞뒤로 끄덕였다.

"네, 오늘 할당량 1알 낳았으니깐요."

"약속한 제 몫만큼 했는데요."


그러자 딸랑닭이 나섰다.

"신입이 아직 어려서 잘 모르나 본데, 닭장은 그런 곳이 아니야."

"퇴근이 어딨어. 해가 지면 다 같이 끝나는 거지"


신입닭은 지지않고 말했다.

"오늘 1알 더 낳아봤자, 어차피 내일 또 1알 낳아야 하잖아요."


수탉 차장은 고민 끝에 말했다.

"오늘은... 일단 그냥 제자리로 돌아가 쉬고 있어."


신입닭은 조용히 돌아서며 속으로 생각했다.

'뭐지? 100%달성했는데도 왜 다같이 퇴근하지?'

'그게 더 이상한거 아닌가?'


신입닭의 마음은 어느새 의욕이 사라지고 있었다.

"하루 1알이면 충분한 거잖아?"

작게 읖조리는 신입닭의 말은 닭장에 퍼져나갔다.


몇몇 닭은 고개를 티안나게 끄덕였고,

어떤 닭은 못들은 채 했다.


그날 이후, 닭장에는

조금씩 이상한 공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달걀 낳았으니 퇴근해도 되냐'는 신입닭의 말.

그건 지금,

우리의 질문이기도 하다.


닭장은 결국 조직이다.


'성과'는 반드시 내야 하지만,

'눈치'는 더 내야 하는 곳이다.


조직의 시스템은 성과를 올리는데 기여를 하지만,

어쩔 땐, 그저 똑같은 집단행동과 관행으로

성과에 도움되지 않는 시간 낭비가 반복되기도 한다.


우리는 늘 무언가를 '결과'로 내놓지 않으면

인정받기 어려운 사회에서 살아간다.


매일 정해진 기준 안에서

해야 할 만큼 했어도,

조직은 그걸로 만족하지 않는다.


성과를 냈는데도,

퇴근은 눈치봐야 하고,

자리를 비우면 '성의가 없다' 말한다.


문제는,

이 구조가 너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아부'가 실력처럼 여겨지고,

'휴식 시간'마저 내 리듬에 맞추지 못하고,

'기본'이 '인정'받지 못하는 조직과 사회는

현대인들을 자꾸 '눈치'보게 만든다.


'기본'을 해도 칭찬 받기 어려운 사회.

그래서,

'당연'해진 것들이 요즘은 '불편'해지기도 한다.


신입닭은 오늘의 성과를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집중'했다.

그리고 '퇴근해도 되냐'고 물었을 뿐이다.

그런데 왜 모두가 조용해지는 것일까?


당연했던 구조가

어쩌면 '불합리했던 것'은 아니였을까.


이 우화를 통해,

누가 옳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그 '의심'의 시작을 전하고자 한다.


"달걀 낳았으니, 저 이제 퇴근해도 되죠?"

"하루 1알이면 충분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