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함께 성장하는 경험
나의 첫 해외여행은 중1 때 엄마와 동생과 함께 떠난 2주간의 미국 서부 일주 여행이었다. 미국에 고모가 살고 계셔서 패키지여행을 1주 하고 나머지 1주는 고모 집에서 보내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엄마는 우리들의 첫 여행지를 정하셨겠단 생각이 든다.
첫 해외여행에 대한 인상은 아직까지 잊히지 않는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본 다른 길이의 사람들을 보며 깜짝 놀랐었다. 관광버스를 타고 다니며 본 건물들도 큼직하고 널찍했고 자연경관도 달랐다. 중학생인 내 시각에선 미국은 모든 것이 다 크고 널찍한 나라였다. 2주간의 여행을 마친 후 엄마는 나에게 어땠냐고 물었고, 그 당시 난 ‘좀 더 세상을 넓게 봐야 할 것 같아 엄마. 한국이 전부가 아니네’란 답변을 했던 기억이 난다. 영어로 얘기하는 것이 부끄러워서 ‘이번엔 엄마가 해. 커서는 내가 할게’라고 얘기했던 상황은 요즘도 엄마가 나에게 웃으며 말하는 에피소드이다.
여행을 통해 내가 깨닫는 게 있다는 건 여행이 주는 소소한 묘미 중 하나다. 이전까지는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 여행지가 주는 독특함으로부터 많은 걸 배웠다. 하지만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을 준비하는 것, 가족이 함께 움직이는 여행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에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모든 것이 아이 위주가 되며 여행지도 아이의 관점에서 보게 된다.
휴직 기간 동안 국내/외 여행을 갈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그중 아이와 단 둘이 갔던 오사카 여행은 짧았지만 나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던 여행이었다. 여행은 자신 있다고 자만했던 내게 겸손함을 선물해 준 여행이자, 새로운 버전으로의 여행 계획이 필요하겠다고 다짐한 계기이기 때문이다. 휴직 초기에 시도했던 이 여행을 기점으로 나의 육아가 성숙해졌으며, 가족여행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하지만 짧은 여행으로 경험을 쌓고 야심 차게 아이와 둘이 한 달 살아보겠다는 나의 버킷 리스트는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계속 내 마음속에 희망사항으로 간직하며 틈틈이 기회를 엿볼 예정이다.
여행 섹션에서는 일본 오사카를 시작으로, 홍콩 디스커버리 베이, 태국 후아힌 편을 적어보려고 한다. 여행지의 정보전달보다는 아이와 여행하면서 느낀 점 위주의 나열이 되겠다. 휴직하자마자 아내에게 전담 육아를 인계받기 위해 갔던 싱가포르 여행은 시간이 허락한다면 추가로 써볼 것이다.
‘정작 함께 다니기 편한 나이가 되면 자녀들이 함께 가려고 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리 가족에게 그때는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그때까진 국내/외 여행을 통해 가족과의 경험을 많이 쌓고 싶다. 처음에는 서투른 여행이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우리 가족에 가장 잘 맞는 여행의 호흡을 만들고 싶다는 소소한 기대를 안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