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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선아 Oct 01. 2020

너도 딩크족이야?

결혼하고 수년간은 출산과 육아를 고민하지 않았다. 결혼조차 현실 같지 않았던 내게 출산과 육아가 고민이었을 리 없다. 그리고 아마 아기가 생기지 않았다면 그냥 둘이 사는 삶을 기꺼이 선택했을 것이다. 둘이 살면 더 여유롭게 자유롭게 성장하며 살 수 있을 테니까. 


“우리처럼 아이 없이 딩크족으로 살기로 한 거야?”

“아니, 천천히 가져야지.”

“아, 난 또 둘이 즐기며 살려는 줄 알았지.”


“혹시 딩크족이에요?”

“아니요, 생기면 낳을 거예요.”

“낳을 거면 얼른 낳아요. 둘이었을 때랑 달라요.”

“뭐가 달라요?”

“삶도, 가치관도 달라져요.”


딩크족. Double Income No Kids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DINK. 맞벌이 부부면서도 아이를 갖는 DEWK, Dual Employed With Kids와 반대되는 말. 경제적 부담과 생활에 대한 불안, 출산, 육아에 대한 부담으로 선택하는 부부가 있는가 하면, 부부의 삶을 존중하고 인생을 즐기며 개인의 사회적 지위나 이루고자 하는 일을 달성하고자 선택하는 부부가 있다. 


결혼과 출산을 부담스러워하는 일이 최근 일은 아니지만 갓 사회에 나오는 이십 대 세대에겐 더 부정적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엄마처럼, 아빠처럼 살지 않겠다는 말이 말뿐이 아니다. Z세대 인식조사(2020.01)를 보니 남성은 60.2%, 여성은 89%가 자녀가 반드시 있을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여성은 출산 후 경력 단절에 대한 두려움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남성 역시 경제적 부담이나 책임감, 자유로운 삶 등이 요인이 되었다. 나 역시 결혼을 하기 전에도 그렇지만 결혼 후에도 크게 공감하는 바이다. 그 누구도 아기 없이 부부 둘이 사는 삶이 무책임한 삶, 이기적인 삶이라고 할 수 없다. 개인의 선택이고 개인의 삶일 뿐이다. 


사실 아이가 생긴다는 건 내가 선택하는 나의 삶이 온전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침에 일어나 마시는 커피 한 잔, 퇴근 후 즐기던 취미, 늦잠 자는 주말, 연휴마다 떠나던 여행, 나를 위해 소비하고 시간을 보내던 모든 것을 멈춰야 한다. 아기가 생겼다는 내게 누군가는 말했다. 


“이제 20년짜리 마라톤을 시작한 거예요.” 

“내가 없는 삶이지만 의미 있는 삶이 될 거예요.”


대학 전공을 내 마음대로 선택한 후부터 나는 나를 위해 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아기가 생겼다는 건 이제 나를 위해서만 선택할 수 없는 삶이 되어버린 것임을 인정해야 했다.


이제껏 쌓아온 나의 삶이 바뀌지 않을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못 하게 되진 않을까?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그리고 혹시... 나도 후회하지 않을까?


아기가 생기고 수많은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 20년짜리 마라톤을, 나와 그와 아기가 함께 하는 삶으로 살아내기로 했다. 나답게, 내 방식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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