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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선아 Oct 26. 2020

이왕이면 둘이 살아

결혼하고 일 년간 시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결혼 전 신랑은 시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다. 결혼 후 바로 작은 집을 구해 둘이 살던가, 일 년 정도 함께 살다가 시어머니가 이사하는 방법을 두고 의견을 나눴다. 많은 고민 없이 일 년간 같이 살기로 했다. 사실 회사 생활이 너무 바쁠 때였다.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당장 살 필요도 없고 집을 새로 인테리어 할 필요도 없어 편했다. 그러나 혼자 사는 삶이 익숙한 나에게 누군가 함께, 그것도 시어머니와 함께 하는 생활은 쉽지 않았다. 


함께 살기 시작한 첫날 아침이었다. 나와 그의 결혼식 날 아침이기도 했다. 결혼식이 오후 5시라 느지막이 일어나 아침을 먹고 미용실로 떠날 계획이었다. 그러나 아침부터 우리 방 밖은 소란스러웠다. 시끄러운 웃음소리와 수다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무시하고 잠을 더 청했지만 더 잠을 자는 건 무리였다. 일부러 깨우려고 악쓰며 웃는 것만 같았다. 나는 아직 곤히 자는 그를 깨워 함께 방문을 나섰다. 누군지 모르는 손님이 시어머니와 함께 부엌 식탁에 앉아 쉴 새 없이 수다스럽게 떠들어대고 있었다.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해 아침 일찍부터 집으로 왔다고 하는 손님, 집으로 오겠다고 하는 손님을 오라고 한 시어머니. 시어머니 집이기도 하지만 그와 나의 신혼집이기도 하지 않은가.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내 결혼식 날 아침부터 생겼다. 


나는 그에게 결국 화를 냈고 그는 당황했다. 


“오늘 내 결혼식이란 말이야. 아침부터 이게 뭐야?”


당황하는 그의 모습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아마 그와 내가 싸우는 소리가 방 밖까지 들렸겠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아침밥도 누군지 모르는 손님과 함께 넷이서 먹었다. 나는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퉁퉁 부은 눈으로 집을 나섰다.


이후에는 불쾌한 일보다 불편한 일이 많았다. 빨래, 청소, 음식을 해주시는 것조차 좋기도 불편하기도 했다. 우리가 쓰는 방에 들어와 빨래 바구니를 비우고 청소기를 돌렸고 늦잠 자고 싶은 주말 아침도 함께 밥을 먹어야 했다. 때로는 재미없는 주말 드라마를 멍하니 바라봐야 했고 그와 둘만 외식을 하거나 외출할 때도 신경 쓰였다. 누군가는 “다 해주는 게 뭐가 불편해? 몸만 편하지.”라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일찍 퇴근해도 늦게 퇴근해도 눈치를 보게 되는 건 왜일까. 가끔 일찍 퇴근하는 날에도 신랑과 함께 동네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기 일쑤였다. 나만 일찍 퇴근하는 날이면 밖에서 저녁을 먹고 들어가거나 운동을 하러 가곤 했다. 생각해보니 가장 열심히 피트니스를 갔던 일 년이었다. 그렇게 우린 흔한 집들이도 소꿉장난 같은 이벤트도 없이 일 년을 보냈다.  


다행히 불편함은 있었지만 큰 문제 없이 일 년을 지냈다. 어쩌면 나의 회사 생활 중 가장 바쁜 시기였기에 별문제 없이 지났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일 년간, 우린 가장 많이 싸웠다. 셋이 살아 더 많이 싸웠을까. 만약 그때로 돌아간다면, 난 또다시 “함께 살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다. 난 “이왕이면 둘이 살자.”라고 단숨에 대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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