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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선아 Oct 03. 2020

이게 출산장려 캠페인이라니

한국의 심각한 저출산 배경에는 비혼과 무자녀 가구의 증가가 있다. 어느 뉴스를 보니 여성 5명 중 1명은 40세까지 결혼을 하지 않고, 비혼율도 30년 만에 10배 증가했다는 결과다. 생애 비혼율이 세대에 따라 달라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개인주의가 늘고 여성의 사회활동이 왕성해졌다는 이제는 귀에 박힌 이유뿐만이 아니다. 갈수록 사는 게 빡빡해진 건 사실 아닌가. 태어나면서부터 경쟁하며 살아야 하는 세상이다. 부모의 재력과 직업, 사는 동네와 사는 주거 형태가 이제 막 태어난 아기에게 영향을 주는 세상이다. 난 그렇게 키우지 않아야지 결심해도 쉽지 않. 그래서 난 누군가 “결혼하면 어때요? 좋아요?”라고 묻는다면 “난 결혼은 찬성!”이라고 대답지만 “아기 낳는 건 별개야. 많이 고민하고 결정해야 해.”라고 말한다.


시청이나 보건소 홈페이지에서는 출산장려 캠페인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막상 내용을 살펴보면 ‘이게 출산장려 캠페인이라고?’ 하는 생각이 든다. 몇 개의 선물, 얼마의 지원금. 누군가는 “그게 어디야?” “나 때는 그런 것도 없었어.”랄지 모르겠다. 아이 하나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던데. 온 마을은 고사하고 독박육아만 아니어도 다행이다.


처음 임신을 확인하고 지역 보건소에 임산부 등록을 했다. 임산부 등록의 목적은 지하철 이용 시 사용할 핑크색 배지를 받기 위함이었다. 핑크색 배지와 몇 달 분의 엽산제, 황사마스크 10장과 출산 시 받을 수 있는 각종 혜택에 대한 안내문을 수령했다. 안내문은 출산 축하금, 산후도우미 지원금, 고용보험을 내지 않지만 일하는 여성이 출산 시 3개월간 50만 원씩 받을 수 있는 출산수당 내용이었다. 거주 지역마다 출산축하금과 산후도우미 지원금이 다르다. ‘우리동네 출산축하금’ 사이트를 통하면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내가 사는 지역은 출산 축하금 70만 원과 산후도우미 지원금 50만 원이 나왔다. 국내 시도에서 지역 축하금이 가장 높은 곳은 강원도였고 다음은 충청남도였다. 지자체와 시도에서도 별도로 지원되는 금액이 있으니 지역마다 꽤 많은 차이가 있다. 물론 지역마다 인구구조와 행정 예산이 다르니 공평하게 지급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또한 어린이집 또는 유치원을 다니지 않는 만 0세에서 만 7세 미만 아동에게 양육수당과 아동수당이 국가에서 주어진다. 초등학교 취학 전까지 받게 되는 것이다. 이는 보육료나 유아 학비로 변경하여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원비로 사용할 수도 있다. 총 84개월을 모두 지급받는다면 1,860만 원(2020년, 첫째 아이 기준) 정도 된다. 적은 비용이 아니니 가계에 도움이 되는 비용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출산을 준비하면서 가장 걱정인 건 돈이 아니었다. 출산 이후의 육아였다. 공동양육자인 아빠를 제외하고 시댁, 친정 혹은 이모, 고도, 삼촌 또는 이모님이나 베이비시터, 어린이집 선생님 등 협력 양육자는 필수다. 이는 현대사회에서만의 일이 아니다. 여러 연구에서 수렵 채집사회에서도 갓난아기는 엄마 외 협력 양육자가 있음이 발견되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시댁이나 친정에서 육아를 도와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친정 엄마가 없다는 일이 가장 서글픈 이유가 육아라니. 더군다나 난 회사에 적을 두고 육아휴직을 내는 직장인도 아니다. 내가 움직인 만큼 돈을 벌고 커리어가 되는 프리랜서나 마찬가지 아니던가.


“옛날엔 애 낳고 다음 날에 밭 맸다.”

“애들은 알아서 다 큰다.”

“나 때는 부업 하면서도 애 둘 셋씩 다 키웠다.”

라고 말한다면 “그럼 더 낳아 키우세요.”라고 날 선 말을 하고 싶어진다.


난 아기를 낳기도 전에 ‘아기가 몇 개월이 지나야 영아 어린이집에 맡겨도 될까?’ 검색했다. 검색하면서 왠지 모를 죄책감이 들었다. 입으론 다 개인마다 상황이 다르고 삶이 방식이 다른 거지 말하면서도 남의 말에 흔들거렸다.


“막상 낳아 봐. 아기 너무 예뻐서 못 맡길걸.”

“일을 그만두고라도 아기는 엄마가 봐야지.”

“그 갓난아기를 어떻게 맡겨. 마음 아프게.”

일하는 엄마는 왜 이런 말로 자책감과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것일까.


모든 걸 이겨내고 아기를 맡기기로 했어도 문제는 있다.

‘이 어린이집은 안전할까?’

‘혹시 내 아이에게도 폭언과 폭력이 가해지는 건 아닐까?’

어린이집, 유치원 아동학대 사건, 산후조리원이나 병원에서까지 일어나는 믿을 수 없는 뉴스들. 아동학대 사건은 끊이지 않는다. 물론 강력한 처벌을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이런 일이 사전에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제대로 된 보육 교육으로 전문화된 보육 교사를 양성하고 보육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등 시스템의 빠른 변화가 필요하다.


또한 어린이집은 내가 내 아이를 입소시키고 싶다고 아무 때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학원에 가듯 돈만 내면 선택할 수 있는 곳인 줄 알았다. 적어도 몇 달 전부터 입소 대기를 신청해야 하고, 인기 유치원의 경우 아기를 낳자마자 대기를 신청해도 입소 대기 순번이 오지 않기도 한다. 나 역시 아기를 낳고 한 달 후, 아파트 단지 내 괜찮다는 영아 어린이집 세 곳에 대기를 걸었다. 백일이 지나면 일주일에 이삼일씩 맡길 참이었다. 대기 번호가 많은 인기 어린이집은 일찌감치 포기했지만 백일은 고사하고 몇 달이 지나도 입소 순번은 오지 않았다.


정부와 지자체가 날로 감소하는 출산율에 여러 고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보다 실효성 있는 정책이 나오려면 왜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가 많아지는지 제대로 봐야 한다. 나 역시 아기를 낳아도 키울 자신이 없었다. 그 ‘자신’이라는 것은 내가 결심하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그 ‘자신’의 대부분은 사회가 만든다. 온 마을은 아니더라도 협력 양육자 혹은 협력 양육 기관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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