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한 번도 꿈꾼 적 없지만 나는 책방 운영자가 되었다. 20평 남짓의 작은 책방이지만 나의 세계 일부가 만들어진 곳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책임과 애정이 쌓인다. 사실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도 책방을 매일 열거나 아주 열심히 업무를 보진 못했다. 책방이 본업이 아니라며 애써 핑계도 댔다.
아무래도 아기가 태어나니 책방 일에 소홀해졌다. 아기를 떼어놓고 책방에 매일 나가 있을 수는 없었다. 몸이 움직여야 하는 일이므로 시간도 많이 소요되는 일이다. 더군다나 전례 없는 바이러스로 인한 펜데믹 시대다. 모두의 안전과 건강이 중요하다지만, 나에겐 나의 아기의 안전과 건강과는 비교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시간과 함께 책방은 버티는 정도로 흘러갔다. 누군가는 책방을 걱정해주었고 누군가는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주었고 누군가는 책방이 잘되지 않기를 바랐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굳이 책방을 할 필요가 있겠냐고 말했다.
사실 요즘 같은 시대에 오프라인 공간을 유지하는 것만도 벅찬 일이다. 더군다나 수익률이 적고 사양 산업이라고 말하는 책방이라니. 팬데믹 시대 이후에도 오프라인 공간은 없어지지 않겠지만 많은 공간이 변화할 것이다. 더 취향 중심으로 단단해지고 전문화되어 갈 것이다. 이에 나의 책방이 조금 더 버텨 낸 후, 버티기 끝에 사라질지 변화할지는 나의 선택에 달렸다.
나에겐 책방도 글쓰기도 공부도 하나의 삶이다. 부캐 전성시대라지만 나에겐 모두 본캐의 삶이다. 읽고 쓰는 삶으로 엮어진 그 안에 책방이 있다. 그래서 아직은 책방을 놓고 싶지 않다. 어차피 아기가 태어나면 이전의 시간으론 돌아갈 수 없다. 협력양육자나 보조양육자가 있어도 이전의 나로 돌아가긴 어렵다. 변화한 나의 시간 속에서 나의 책방이 잘 버텨낼 수 있을까, 나의 책방이 뒤처지지 않고 나아갈 수 있을까.
“그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다시 처음이다. 다시 시작하자. 나아가지 못한다면 이 자리에서 단단해지자.”
충분히 나의 삶이 괜찮을 거라 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도 여전히 괜찮은 삶이라 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나의 책방 역시 누군가가 말하는 성공한 책방이 아니라 괜찮은 책방 정도는 될 수 있지 않을까.
나의 큰 단점이자 장점은 오랜 고민 없이 새로운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 선택하면 바로 시작한다. 비록 하다가 되돌아올지라도 일단 해본다. 해보지 않으면 모르니까. 결혼도 마찬가지였다.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면 “까짓거 해보지 뭐.” 생각했다. 나는 무언가 선택할 때 내가 재미있는 것을 선택한다. 그렇다고 재미가 즐거운 기분 정도는 아니다. 나에게 재미는 보람 있고 가치 있고 내 삶과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사실 결혼 생활도 단순히 “재밌을 것 같아서.” 했으니까. 책방을 위한 선택도 그냥 “재미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어차피 나를 대신해 선택해 줄 사람은 없다. 때때로 작은 선택이 예상치 못한 삶으로 이끌지 않던가. 첫눈을 기다리며 덜컥 “책방을 해야지.” 결심했던 그 날이 나의 삶을 여기에 데려다 놓아 주었으니까.
어떤 선택이 나의 인생을 바꿀지 모른다. 아니 모든 선택은 내 인생을 바꾸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나의 어떤 선택을 후회할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후회해도 어떠랴. 선택하지 않아도 후회했을 텐데. 괜찮다. 분명 괜찮을 것이다.